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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에 요기요·쿠팡·네이버 도전장… 국내 시장 규모만 20조원 판 커지는 배달음식 시장
입력 : 2019.05.03 16: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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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배달시장이 고속성장하면서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위인 배달의민족에 2위인 요기요가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쿠팡, 위메프 등 e커머스 업체들이 신규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 IT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미 반쯤 발을 담근 상태다. 여기에 배달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륜물류회사들과 대형 프랜차이즈들까지 배달앱 회사들과 활발하게 협업을 하면서 배달시장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배달의민족X세바시 강연회 연사들 왼쪽부터 김일도, 조병준, 신선희, 윤태승, 임성환 사장
▶성장궤도에 오른 배달시장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은 지난 3월 2018년 재무 실적을 비롯해 배달의민족의 주요 지표를 공개했다. 배달의민족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금액, 즉 자영업자들의 최종 매출은 5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3%나 늘어났다. 이를 통해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15조원에서 2018년에는 20조원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중 배달의민족이 전체 거래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12월 기준 배민의 월 이용자수(MAU)는 900만 명, 월 주문수도 2800만 건을 넘어서 1년 전에 비해 각각 50% 이상 증가했다. 배달의민족은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밀레니얼 세대 등 인구 변화와 고객 트렌드의 변화와 함께 지난해 폭염, 혹한, 미세먼지 등 환경 요인이 배달주문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에 배달을 하지 않던 매장, 혹은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들이 배달에 뛰어든 것이 시장을 키웠다. 배달의민족의 매출도 2017년 1519억원에서 2018년 2722억원으로 79% 성장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2018년 전체 매출도 3192억원, 영업이익 586억원을 기록해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이익률은 18.3%에 달했다. 국내 배달시장의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수치는 배달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처럼 커지는 시장에서 2위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배달통 운영)가 연초부터 대대적으로 배달의민족에 포문을 열었다. 요기요는 지난 2월부터 BBQ와 손잡고 ‘반값치킨’ 이벤트를 벌이고 1만8000원인 BBQ치킨을 9000원에 판매했다. 이중 절반인 4500원을 요기요에서 부담했다. 이 효과로 요기요는 앱 다운로드 수가 1월 대비 150% 증가하는 등 신규고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올해 순수 마케팅 비용만 1000억원 이상을 쓰겠다면서 실탄을 잔뜩 준비해놨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도 맞불작전에 나섰다. 배민은 얼마 전부터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6000원짜리 할인쿠폰을 선착순으로 매일 1만 명에게 배포했다. 배달의민족은 업종을 바꿔서 월말까지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배달의민족이 반격에 나서자 요기요는 매일 오후 5~9시 모든 치킨 주문에 4000원 할인 이벤트를 여는 등 양측의 마케팅 전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네이버 ‘간편주문’의 최대 강점은 현재 도입단계라 가맹점에 주문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에 비해 확실한 장점이다. 네이버는 간편주문으로 첫 주문을 하는 고객에게는 2000원과 함께 1%를 적립시켜주고 재주문 고객에게는 구매금액의 3%를 적립해주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외식 주문고객들을 네이버페이와 간편주문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중이다.
메신저에서 벗어나 최근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는 카카오도 ‘카카오 주문하기’를 통해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카카오 주문하기는 직접 영업을 하지 않고 배달대행 회사들을 통해 가맹점에 영업을 하고 있어서 실제 주문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네이버처럼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한편 e커머스업체인 쿠팡과 위메프도 배달앱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쿠팡은 4월 15일부터 서울 일부지역에서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방식은 ‘쿠팡 플렉스’처럼 전문 배송원이 아닌 일반인이 배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017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이츠와 거의 유사한 방식이다. 위메프는 기존에 운영하던 O2O 서비스 위메프오에 ‘맛집배달’ 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위메프오를 통해 픽업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배달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후발업체들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식당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통해 주문을 받는 것이 보편화되어있는 상황인데 두 업체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들은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서비스를 사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주문건수가 많지 않은 신규업체들은 선택되기가 어렵다. 또한 식당들을 가입시키고 POS를 관리하는 업무는 영업력과 촘촘한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이는 신규업체들이 갖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네이버에 대해서는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과 결제가 결합된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네이버페이 거래대금은 3조4000억원에 달했고 가맹점수도 26만 개에 달했다. 네이버에서 검색 후 바로 쇼핑을 하는 고객수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이런 고객들의 경우 별도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앱을 열기보다는 검색 후 손쉽게 네이버 간편주문을 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또한 네이버가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과 배달대행업체인 메쉬코리아에 투자해 중요 배달관련 업체들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도 네이버에 유리한 부분이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는 3월에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배달앱과의 경쟁에서 나아가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와의 본격 경쟁을 앞두고 있다”면서 “또 이 시장을 거대 공룡 네이버가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첫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합종연횡 나서는 플레이어들
배달시장은 크게 배달앱, 배달대행회사, 매장의 3개 플레이어로 나눠져 있다. 매장의 경우 대부분 자영업자이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일 경우 본사가 중요한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배달대행회사들도 중요한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매장들이 점차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기보다 배달대행업체 사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배달시장이 커지면서 이 플레이어들 간의 합종연횡도 복잡해지고 있다.
가장 흔한 것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배달앱의 협업이다. 단순히 할인 등 공동 마케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광고 캠페인을 하거나 독점적인 제휴를 맺기도 한다. 최근 버거킹은 배달의민족과 손을 잡고 ‘버거킹도 우리민족이었어’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단순히 할인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TV나 버스 광고를 집행하고 컬래버레이션 팝업북을 내놓는 등 배달의민족을 통해 버거킹 배달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알린 것이다.
토종 패스트푸드인 맘스터치는 지난 4월 요기요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요기요를 통해서만 맘스터치 제품을 배달주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맘스터치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배달을 한 적은 있으나 본사차원에서 한 개 업체와 손을 잡은 것은 처음이다. 요기요는 배민에 비교해 독점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게된 것이고, 맘스터치는 그동안 취약했던 배달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배달대행회사와의 협력 사례도 많다. 요기요는 지난해 배달대행회사 바로고에 200억원의 전략적인 투자를 했다. 요기요는 바로고와 손을 잡고 비배달 레스토랑 선점을 위한 전략적 협업 상품인 ‘요고(YOGO)’도 올 상반기에 선보인다. 레스토랑들이 요기요에서 배달 주문 접수 후, 배달대행 접수를 편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원스톱 딜리버리 솔루션이다.
이디야커피도 배달주문의 경우 바로고와 독점적으로 배달계약을 맺었다. 배민이나 요기요로 주문이 들어올 경우 다른 배달대행이 아닌 바로고 라이더를 통해 배달을 하는 것이다. 배스킨라빈스, 파리바게뜨, 던킨 등 SPC 계열사도 자체 앱인 ‘해피오더’를 통한 주문이 접수되면 바로고를 통해서 배달한다. 배달대행업체인 부릉의 경우 버거킹, 롯데리아 직영점의 주문을 독점적으로 배달한다.
배달시장이 확대되면서 외식 이외로도 배달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편의점 CU는 요기요와 손을 잡고 편의점 제품 배달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편의점 식품에서 시작해 점차 카테고리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이륜물류는 부릉이 맡을 예정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배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식품과 생활편의용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송파구에서만 운영 중이나 강남구로도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편의점이나 업체의 물건을 배달만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배달의민족에서 직접 사입해 재고를 관리한다. 이륜물류는 배달의민족에서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가 맡는다.
▶배달시장 화두로 떠오른 ‘상생’
지난해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으로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자영업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외식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외식업체들은 배달앱 회사들이 자영업자들로부터 가져가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지난해 10월에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가 직접 국정감사에 나가게 됐다.
배달앱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세지면서 배달앱 회사들은 구체적인 ‘상생’ 조치를 내놓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슈퍼리스트’를 폐지하고 새로운 개방형 광고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 슈퍼리스트는 경쟁 입찰을 하다 보니 광고료가 높아지고 광고비를 많이 쓸 수 있는 자영업자에게 유리한 제도였다. 하지만 제도가 개편되면서 광고 경쟁은 느슨해졌고 대신 광고를 통해 주문이 들어올 경우 매출의 7%를 수수료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2015년 8월 폐지했던 중개 수수료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이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은 4월에는 일단위 정산을 도입하고, 자영업자 중소상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 혜택 서비스’를 실시했다. 다른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세무 관리, 구인 매칭, 소액 대출, 통신, 렌털, 건강 검진, 가전 제품 분야에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2014년부터 실시해온 자영업자 교육 지원프로그램인 ‘배민아카데미’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배달앱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자신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요기요는 지난해 11월 1만원 이하 주문의 수수료를 없앴다. 배민과 달리 요기요는 매출의 12.5%를 수수료로 받는다. 두 회사는 강원도 산불 피해 지역에 있는 음식점 업주들에게 수수료 및 광고비를 면제하는 등 발 빠른 사회공헌활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상생과 사회공헌활동은 이미 과점화된 배달시장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의 경우 2015년 중개 수수료를 폐지하면서 많은 고객들의 지지를 얻어낸 적이 있다.
[이덕주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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