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크면 위험하다… 기로에 선 ‘FANG’ “구글·아마존·페이스북 쪼개질 수도”

    입력 : 2019.05.03 11:24:46

  • 오늘날 스마트폰을 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페이스북-크롬-인스타그램-아마존 등과 같은 플랫폼들을 공급하는 기업들에 새로운 위험이 드리우고 있다. 회사가 분할될 가능성이다. 아직 주가에 완전히 반영이 됐다거나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결론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현지에서 IT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경쟁당국(FTC·연방거래위원회)이 1~2개 기업은 반드시 분할시킬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온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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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 정치, 권력 그리고 공격

    지난해 8월 30일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룸버그 등을 포함한 몇 개 매체들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그 세 기업(아마존·구글·페이스북을 지칭하는 듯)이 매우 독점금지와 관련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는 그냥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블룸버그, 2018년 8월 30일 보도)

    기자들은 이를 듣고 나서 수차례 ‘세 회사를 쪼개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체적 질문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IT 기업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공격은 이후 격화됐다.

    9월 초 미국의 제90대 상원 임시의장을 지냈던 오린 해치 상원의원(공화당·은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냈다.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과 그를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광고시장에 연결하여 사회가 얻는 이익과, 그런 독점적 지위로 인해 경쟁이 저하되어 생기는 사회적 손실을 제대로 따져 보라’는 내용이었다.

    9월 말이 되자 제프 세션즈 당시 미국 법무장관이 나섰다. 9개 주의 검찰 관계자들을 만나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적 상황에 대해 간담회를 한 것이다. FTC는 지난해 중후반부터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독점금지 조항 적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4월 초 미국 언론들은 FTC가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8월 24일 트위터를 통해 IT 기업들에 대한 견해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미 이전부터 FTC는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해 독점금지 조항 관련 기초조사들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FTC 트위터 계정 캡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8월 24일 트위터를 통해 IT 기업들에 대한 견해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미 이전부터 FTC는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해 독점금지 조항 관련 기초조사들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FTC 트위터 계정 캡처>
    ▶IT 기업들이 공격받는 3가지 포인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공격받는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과도하게 덩치를 불렸다. 페이스북이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아마존이 신선식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서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먹어치운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아마존이 유아용품 온라인 판매 회사였던 디아퍼스(Diapers)를 인수한 것이 일례다. FTC가 이런 인수합병 사례들을 불공정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인수합병은 원천무효가 되어 기업은 분리될 수도 있다.

    둘째, 운동장을 운영하는 이가 운동장에서 플레이를 했다. 즉 자신에게 유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자체제작 상품을 올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명백한 증거는 없지만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아마존 자체상품 때문에 자신들의 제품이 덜 노출됐다며 불평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또 중소상인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올려 제품을 판매하여 인기가 높아지면 그를 그대로 따라하여 가격을 낮춘 뒤 아마존 브랜드로 판매할 수도 있다. 구글이 다른 사업자의 레스토랑 별점평가보다 구글 자체 플랫폼에 올라온 별점 평가에 더 높은 가중치를 두어 사용자들을 자체 플랫폼으로 유인한 것도 하나의 사례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들은 플랫폼 사업과 별도의 비즈니스를 분리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셋째, 데이터에 대한 독점이다. 고객들이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굉장히 많은 데이터들을 수집하여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이는 데이터의 소유주인 사용자들의 권리를 플랫폼 사업자가 악용한 것이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은 페이스북 플랫폼에만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페이스북 회사 측이 이를 왓츠앱이나 인스타그램에도 활용했다면 페이스북-왓츠앱-인스타그램 사이에는 데이터 이동을 막는 방화벽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정치권력과 데이터권력의 충돌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을 취재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대기자는 그의 책 <공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결정 원칙은 ‘권력(Power)’이라고 갈파했다. 결코 본인이 갖고 있는 권력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얻은 인기와 그와 비례하여 얻은 지상 최고의 정치적 ‘권력’ 그 자체를 상징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스미디어에서 그를 어떻게 묘사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밥 우드워드 대기자의 통찰이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등은 고객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대신, 그에 비례하여 얻은 데이터들을 갖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데이터’는 미디어 세계에서 권력이다. 예를 들면 구글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검색을 많이 하고 있는지를 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정치권 인사들은) 구글이 뉴스 순위를 조작하여 정치적 권력에 해를 가할 수 있다고 여긴다.

    정치권력은 데이터권력이 단순히 ‘돈’을 벌기를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권력이 돈을 벌기 힘들게끔 합법적으로 길들이면 자신의 정치적 권력에 적어도 해를 끼칠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로 ABC 보도에 따르면 유럽에서 시행 중인 개인 사생활 보호 관련 법안이 정착될 경우 이들 IT기업의 유럽 내 온라인 배너광고 매출이 지금의 50~7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EU는 개인들이 크롬 등과 같은 브라우저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이 드러나지 않게끔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의무적으로 부여하도록 규정을 고치려 하고 있다. FTC를 통한 정치권력의 공격은 기업 입장에서 충분히 위협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메사추세츠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메사추세츠 상원의원
    ▶미국 민주당의 IT 기업들에 대한 시선

    미국 집권여당인 공화당의 입장이 이렇다면 민주당은 어떨까. 오바마 정부는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우호적인 정책들을 펼쳐왔다. 통신망 사업자들이 특정한 소프트웨어의 흐름을 임의로 차단하거나 개입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 정책이 대표적이었다. 노동환경 또한 실리콘밸리에 유리하게 전개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 폐기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에 일관되게 우호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2020년 대선공약으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인수했던 회사들의 굵직한 인수합병들을 원천무효화할 수 있도록 강력한 의지력을 가진 경쟁당국의 수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목한 합병건은 아마존의 홀푸드·자포스 인수와 페이스북의 왓츠앱·인스타그램 인수, 그리고 구글의 웨이즈·더블클릭·네스트 인수 등이다. 또한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나 구글의 검색엔진 등은 이른바 ‘플랫폼 공익사업자’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쉽게 말해 아마존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에서는 아마존이 만든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겠다는 뜻이다.

    워런 상원의원 외에도 게리 부커, 에이미 크로부커, 커스틴 길리밴드 등 대선후보들도 시가총액 1000억달러 이상의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은 독점금지법에 걸린다고 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당연히 포함된다. 결국 민주당의 정책 역시 IT 기업들이 현상유지를 하는 데 우호적이지 않다. 워런 상원의원은 “(IT기업들을 견제하는 방안들이) IT 공룡들로 하여금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경쟁을 촉진시키고 혁신을 활발하게 만들며 미국에서 뛰어난 IT 기업들이 생겨나게 하여 이 나라가 IT에서 전 세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실화된 IT 기업에 대한 공격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너무 커지자 이들 때문에 경쟁에서 밀리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형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유럽에서 먼저 나왔다. EU는 구글에 대해 2017년 27억달러, 2018년 51억달러, 2019년 3월 21일에는 17억달러의 벌금을 결정했다. 모두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조(兆) 단위의 거대 벌금들이다. 사생활 보호에 대한 법률들도 강화되면서 각종 신고와 벌금들이 잇따르고 있다. 2018년 5월 25일부터 발효된 EU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이 법을 위반한 업체에게 글로벌 수익의 4% 또는 2000만유로(260억원 상당) 가운데 더 많은 액수를 벌금으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구글에게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맞춤형 광고를 내보낸 혐의로 5000만유로의 벌금을 때리기도 했다. 유럽연합의 의회에 해당하는 EC는 이밖에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플랫폼 내에서 ‘심판’ 역할도 하면서 동시에 ‘선수’ 역할도 하는 문제점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독일의 경쟁당국이 페이스북을 겨냥해 고객들의 데이터를 왓츠앱,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3가지 플랫폼을 통합해서 관리하려면 명시적인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이런 유럽의 선도적 움직임은 다른 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지난해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각종 웹사이트 등에 ‘내 사생활 정보를 판매하지 마세요’라는 거부 버튼을 삽입토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2020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장사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기업들은 어떤 입장일까

    기업들이 반격할 법도 한데 일단은 지켜보는 모습이다. 지난 정권에서 정치권에 활발한 로비전을 펼쳤던 구글도 최근에는 조심스러워 보인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안에 들어오는 판매자들에게 더 이상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중단했다는 보도(월스트리트저널)가 나왔다. 아마존이 만들어서 판매하는 자체 제품들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도 줄어들었다.

    페이스북은 기업분할 움직임에 대해 조금 다른 대응법을 내놓았다. 지난 1월 페이스북은 페이스북과 왓츠앱, 인스타그램 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작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세 플랫폼 사용자를 합하면 모두 전 세계 25억 명 가량이 되는데, 이들에게 하나의 커뮤니케이션과 하나의 지불결제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텐센트의 메시지 앱인 위챗이 결제와 메시지, 그리고 소셜미디어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당국 입장에서는 이들 서비스를 추후 분리하기가 어려워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상에 올라오는 정보에 대한 통제를 가하는 중국과 그렇지 않은 미국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위챗처럼 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있다. 위챗이 통합플랫폼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이니까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기업을 분리하는 과격한 방안 외에도 중재법원을 두면 거대 IT 기업들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이콘원 리서치의 디렉터이자 경제학자인 할 싱어는 아마존이나 다른 IT 기업들이 불공정한 경쟁을 할 경우 이를 심사할 중재법원을 두자고 제안했다. 사안별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IT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안이다.

    ▶그래서, 나랑은 무슨 관계가 있는데?

    기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위험이 생겼다. 로젠브라트 증권의 마크 즈구토비치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만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분할된다면 페이스북의 주가는 13%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위험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라 하지 않았던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김재수 미국 인디애나 퍼듀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일경제신문>에 4월 11일 전한 기고문에서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여 빠르게 성장하던 시절,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광범위한 반독점 소송이 없었다면, 지금의 구글이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썼다. IT 산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에게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이자, 미래 일자리를 고르는 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 짐작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 이후 경제흐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기업체 간부급 임원들이라면 플랫폼이 디지털 데이터를 독점하는 것을 정부차원에서 규제하는 흐름에 대해 선제적으로 알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나의 해법은 소비자와 접점이 있는 기업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고객들과 대화하여 데이터를 흡수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더 이상 구글 페이스북 등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제공해 주기 어려울 수 있다.

    경쟁법 전문가들이라면 이미 해당 이슈에 대해 이 기사보다 더 많은 정보·지식들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떤 논리로 디지털 기업들을 공격하며 또 기업들은 이를 어떻게 방어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악재일 수 있다. 스타트업들을 열심히 키워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 파는 기술이전(Tech Transfer)은 VC들의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였다. ABC는 블룸버그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 10년간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인수한 기업의 숫자가 모두 431개이며, 기업가치는 1557억달러(약 160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런 기술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어려워진다면 VC들의 사업기반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신현규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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