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먼지로 가정필수품 된 공기청정기 이젠 정수기처럼 렌털해 쓰세요

    입력 : 2018.05.04 09:57:20

  • # 부모님과 함께 사는 30대 직장인 김 씨는 매일 아침 출근 전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로 최근 비염 증상이 악화되면서 미세먼지 수치를 보고 마스크 착용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거실에 공기청정기가 한 대 놓여 있지만, 들고 이동할 수 있는 소규모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구입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러 제품을 꼼꼼하게 비교해본 뒤 구입 희망 제품을 골랐지만 이번에는 카드를 통한 할부결제를 택하는 게 좋을지 렌털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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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세먼지가 봄철 불청객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1가구 1공기청정기 시대’를 넘어 ‘1가구 다(多)공기청정기’ 시대가 됐다. 거실, 안방 등 거주공간은 물론 생활편의시설, 교육시설, 상업시설 등 비거주공간에도 공기청정기가 반드시 1대 이상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기청정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최근에는 결혼 혼수 품목으로도 꼽힐 만큼 공기청정기가 귀하신 몸으로 부상했다.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를 전문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하는 조사기관은 없지만, 공기청정기 업계에서는 올해 공기청정기 예상 판매 규모를 170만~180만 대, 최대 200만 대까지 추산한다.

    공기청정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기청정기는 디자인, 기술, 크기 등 다방면에서 복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테리어를 위한 장식품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을 입는 공기청정기가 속속 등장하는가 하면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과 접목된 공기청정기도 많아지는 추세다. 거실용으로 적합한 대형 공기청정기부터 책상 위에 놓아도 될 만큼 작은 공기청정기까지 출시돼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공기청정기 업계에서는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을 코웨이가 1위, LG전자가 2위, 삼성전자가 그 뒤를 추격 중인 양상이라고 분석한다. 이들 상위 업체 3곳이 시장 점유율 70~80%를 차지하고 나머지 업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공기청정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으며, 공기청정기를 판매하지 않았던 생활·환경가전업체들도 너도나도 공기청정기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가격 거품을 쏙 뺀 공기청정기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공기청정기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도 하나 둘 가세하면서 공기청정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제품이 많아지면서 소비자의 선택폭은 넓어졌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공기청정기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어떤 공기청정기를 구입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인터넷 검색과 지인의 추천과 권유 등을 통해 오랜 시간을 들여 조사한 다음 공기청정기 모델을 고르고 나면 이번에는 구입과 동시에 소유권을 바로 가져오는 형태로 구매할지, 렌털 방식을 택할지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지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을 지녔기에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개인 소비성향과 현 경제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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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까 vs 렌털할까

    구입과 렌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유권 유무다. 구입은 구입과 동시에 소유권을 갖게 되지만 렌털은 판매회사로부터 제품을 빌려 쓰는 방식이어서 제품 소유권은 회사가 갖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고객이 3~5년가량 제품을 렌털 형태로 사용하면 소유권이 고객에게 이전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렌털을 선택하면 남들이 사용한 제품을 준다고 오해하는데 렌털 역시 새 제품이 제공된다. 가격 측면에서도 구입과 렌털 방식은 극명하게 다르다. 구입 방식을 택하면 소비자가 처음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부담은 크지만, 총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렌털 방식보다 월등히 적다. 많게는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반면 렌털 방식을 택하면 고객이 일반적으로 매달 3만~4만원만 지불하면 고성능의 공기청정기를 집에 들여놓을 수 있다. 목돈이 나가는 부담감 때문에 제품 구입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총 가격만 고려하면 일시불 구입(카드 할부를 통한 구입 방식 포함)이 렌털보다 더 이득이지만, 공기청정기 제품은 주기적인 관리가 필수인 점을 감안하면 셈법은 복잡해진다.

    공기청정기는 필터 교체가 반드시 필요한 제품으로, 적절한 시기에 필터를 교체하지 않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구입 방식을 택하면 필터교체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문제는 필터를 교체하는 일이 생각보다 번거롭기 때문에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교체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과거에는 황사만 걱정하면 됐지만 미세먼지에 중금속이 포함되는 등 상태가 점점 나빠지면서 공기청정기 회사들의 필터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필터장치가 2~3개만 장착되는 제품도 있지만 5~6개 등 여러 개가 탑재된 공기청정기가 많아지면서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필터교체가 까다로운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렌털 방식을 택하면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워진다. 공기청정기를 렌털하면 제품 판매 회사에서 주기적으로 제품을 점검해 주고 필터교체, 부품 수리 등을 통해 공기청정기를 알아서 관리해 준다. 제품 사용 기간도 따져봐야 한다. 한 번 구입해서 5년 혹은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할 생각이 없고, 새로운 기술을 입은 첨단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면 렌털 방식을 택하는 게 적합하다. 공기청정기 회사들은 보통 의무사용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는데, 이 기간이 끝나면 위약금 없이 부담 없이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가능하다.

    SK매직 스마트모션 공기청정기
    SK매직 스마트모션 공기청정기
    ▶어떤 제품을 선택할까

    공기청청기 업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코웨이는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혁신 공기청정기를 내놓으며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1월 출시한 ‘클로바(Clova)’와 연동 가능한 스마트 공기청정기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클로바와 연동 가능한 코웨이 공기청정기는 ▲코웨이 멀티액션 가습공기청정기 IoCare(APMS-1516E) ▲코웨이 듀얼파워 공기청정기 IoCare(AP-1515D) 총 2종이며,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도 네이버 클로바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 코웨이 스마트 공기청정기는 클로바 스피커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간단한 음성 명령만으로 쉽게 제어가 가능하다. 이를 테면 ‘공기청정기 켜줘’ ‘공기청정기 꺼줘’ ‘공기청정기 속도 올려줘’라고 말하면 공기청정기가 이를 알아듣고 명령을 실행한다. 코웨이의 대표 공기청정기는 배우 공유가 광고모델로 활동해 일명 ‘공유 공기청정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코웨이 멀티액션 공기청정기’로, 깨끗한 공기 흐름을 만드는 코웨이만의 차별된 에어 다이내믹스(Air Dynamics)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혁신 제품이다.

    이 제품은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는 토출구를 전면과 상부에 배치했으며, 사용자가 상황에 따라 ▲멀티순환 ▲집중순환 ▲일반순환 ▲쾌속순환 총 4가지 공기청정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효율적인 실내공기 관리가 가능하다. 코웨이 멀티액션 공기청정기 AP-1516D는 렌털로 이용 시 월 렌털료가 3만3900원(등록비 10만원 기준)이며, 일시불 판매가격은 89만원이다.

    LG전자의 대표 공기청정기는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로, 원기둥 형태로 위쪽과 가운데에 360도 구조로 설계한 흡입구와 토출구를 통해 ‘360도 청정’을 구현한다. 즉 실내 어느 곳에 위치하더라도 실내 공기를 고르게 정화한다.

    삼성전자의 대표 공기청정기는 ‘삼성 큐브’로 공간 맞춤형 배치가 가능한 ‘모듈형 큐브 디자인’으로 설계돼 2개의 모듈 제품을 상황과 용도에 따라 분리 또는 결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낮에는 거실에서 대용량으로, 밤에는 분리해 안방과 자녀방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 큐브는 0.3㎛(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 크기의 초미세먼지를 99.99%까지 제거가 가능한 장점도 지녔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과 달리 공기청정기를 렌털 형태로 판매하지 않는다. 교원그룹의 계열사 교원도 브랜드 ‘교원웰스’로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 제품은 ‘웰스 제로 아이케어’로 하루 최대 771만 리터(L)의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기 청정 면적은 42.4㎡(약 12.8평형)이며, 미세먼지 제거 효율 98.3%, 유해가스 제거 효율은 93% 이상을 자랑한다. 특히 웰스 제로 아이케어는 제품 앞면에 위치한 2349개 에어홀이 오염된 공기를 빠르게 흡입하고, 제품 좌우와 상단 3개 방향으로 깨끗하게 정화된 공기를 강력하게 배출한다.

    교원웰스 관계자는 “입체적으로 공기를 내보내 작은 크기에도 높은 공기청정 효율을 나타내 집안 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3배 이상 단축했다”며 “짧은 시간 작동에도 집안 구석구석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없애주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SK매직도 최첨단 공기청정기를 내놓으며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1분기 판매량(약 1만3000대) 대비 두 배 이상, 지난 해 전체 실적(6만대)의 절반가량 판매했다”고 밝혔다.

    SK매직의 대표 공기청정기는 ‘스마트모션 공기청정기’이다. 이 제품은 스마트센서와 모션기술을 적용해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생활먼지의 방향을 감지해 집중 청정하는 게 특징이다.

    ‘캐리어에어컨’으로 유명한 오텍캐리어도 올해 3월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공기청정기 사업을 키우고 있다.

    제품명은 ‘캐리어 공기청정기’로, H13등급의 최고급 고밀도 헤파(HEPA)필터를 탑재해 대상입자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도 99.95%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오텍캐리어 관계자는 “‘프리필터-항알레르기필터-탈취필터-헤파(HEPA)필터’로 이뤄진 4단계 에어클리닝 시스템을 통해 초미세먼지는 기본이고 악취와 유해가스, 오염된 화학물질까지 완벽히 제거한다”고 강조했다. 오텍캐리어도 삼성전자처럼 렌털이 아닌 구매 형태로만 공기청정기를 판매한다.

    코웨이 광고모델 공유와 멀티액션 공기청정기
    코웨이 광고모델 공유와 멀티액션 공기청정기
    ▶렌털 택하면 계약서 꼼꼼히 봐야

    공기청정기를 마련하기 전에 구매 방식, 성능, 가격 외에 잊지 말고 또 따져봐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계약서다. 특히 렌털 방식을 택했다면 의무사용기간, 도중에 해약할 시 위약금 등을 살펴봐야 하며, 계약서에 기술된 내용도 하나씩 짚어봐야 나중에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또 필터 성능을 분석할 때 필터 수치도 따져봐야 한다. 대부분의 공기청정기는 단위를 ‘H’로 표기하는 헤파필터를 사용하는데, 헤파필터의 성능은 H 뒤에 붙은 숫자로 표기한다. 이 숫자가 클수록 필터 성능이 미세해서 작은 것을 더 잘 걸러준다는 의미.

    [신수현 매일경제 중소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2호 (2018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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