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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 늘리는 백화점 젊은 층 VIP 모시기 경쟁
입력 : 2018.03.08 16: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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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매출의 핵심을 이루는 VIP를 위한 고객 관리 서비스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백화점마다 특색 있는 고객층을 확보하고 다년간 경험을 되살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백화점에서만 연간 수천만원어치를 구매하는 VIP 고객들은 오프라인 쇼핑 경험이 극대화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깍듯이 대접받는다. 백화점 VIP서비스는 VIP등급 문턱은 낮추되, 최상위 등급의 혜택은 높이는 방향으로 양극화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구매 실적을 백화점 바깥에서 현금처럼 쓰거나 항공권 마일리지 등으로 전환하는 등 활용도를 높이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연 5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을 위한 우수고객 등급 ‘제이드’를 신설했다. 기존에 연 2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부터 VIP등급이 차등적으로 부여됐음을 고려하면 확연히 문턱이 낮아졌다. 이는 20~30대 젊은 명품족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반면 최상위 고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가의 하이주얼리·시계 상품을 구매할 때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서 구매가 가능한 1 대 1 상품 컨설팅(PS to door)을 신설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보석은 보안상 위험으로 백화점 이외에는 반출이 어려웠지만 최상위 등급(PSR 블랙등급)에게만 본인 집이나 사무실 등 원하는 장소에서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바로 살 수 있다. PSR 블랙등급은 연간 1억원 이상 구매하더라도 VIP고객 중에서도 상위 0.1%에 드는 최고 등급이다. 이들에게는 백화점 미입점 브랜드 구매대행 서비스, 백화점 마일리지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나 비즈니스 항공권으로 전환해 주는 서비스, 골프 무료 이용권과 그린피 금액권 증정, 호텔과 백화점에서 이용 가능한 바우처 지급 등이 따른다. 최상위 등급은 할인한도 내에서 정상상품 10% 할인과 구매금액을 100% 인정해 주는 마일리지도 적립받는다.
갤러리아명품관에서 하이주얼리 상품을 고르는 여성
최상위 VIP는 고급 주얼리 방문판매 지정 서비스
갤러리아백화점이 지난해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 고객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성장을 끌어올렸다. 특히 연간 2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 고객의 매출 신장률은 12%로 전년(5.5%)의 두 배가 넘었다.
20~30세대를 공략하고자 연 500만원 이상 구매 시 부여하는 ‘제이드’ 등급은 정상상품 기준 상시 최고 5% 할인과 생일 기프트 증정,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 무료 음료 제공 혜택을 제공한다.
김윤식 갤러리아백화점 고객전략팀장은 “갤러리아백화점은 연간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9%를 상품권으로 증정하는 등 업계 최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VIP마케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프리미엄 콘텐츠 프로듀서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부터 레드 등급(연간 400만원 이상 구매)을 신설하면서 젊은 층 공략에 나섰다. 기존에 ‘트리니티(999명)’와 ‘퍼스트프라임(연간 구매 6000만원 이상)’, ‘퍼스트(4000만원 이상)’, ‘아너스(2000만원 이상)’, ‘로얄(800만원 이상)’의 5가지 등급이던 것을 ‘트리니티’,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골드’, ‘블랙’, ‘레드’의 6개 등급으로 늘린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2016년 VIP고객 성향을 살펴보면, 전체 고객에서 VIP고객 비중은 약 3%지만 전체 매출에서 VIP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하고 내점 일수도 일반 대중고객 대비 약 7배 높게 나타났다”면서 “백화점들이 고객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쇼핑공간에 문화 예술 콘텐츠를 강화해 온 신세계백화점은 특히 ‘VIP 문화마케팅’에 강하다. 지난 2011년부터 예술의 전당과 제휴를 맺고 ‘신세계 클래식 페스티벌’이라는 VIP 전용 문화공연을 펼치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 각 1회씩 총 2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전체를 대관해 신세계 VIP고객들만을 위해 진행되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클래식 대가들을 신세계백화점이 직접 초청해 VIP들에게 격조 높은 공연을 제공한다. 대상 VIP등급은 상위 3개 등급인 ‘트리니티’, ‘다이아몬드’, ‘플래티넘’으로 공연 전 고객들에게 DM과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초청 내용을 받은 VIP 고객들이 신세계백화점 콜센터(1588-1234)와 컨시어지 데스크를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클래식 페스티벌의 경우 상·하반기 각각 1700명의 VIP고객들에게 세계적인 클래식 공연을 선보였다. 작년 5월에는 이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통하는 ‘기돈 크레머’와 콘체르토 부다페스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안드라스 켈러’를 초청해 베토벤 교향곡 7번 등을 선보였고, 12월에는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도 공연을 펼쳤던 러시아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를 모셔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등의 명곡을 연주했다.
지난 7년 동안 신세계 VIP에게 공연한 음악인은 정명훈, 조성진, 백건우 씨는 물론 러시아 내셔널오케스트라,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글로벌 유명 오케스트라단이 있었다. 또 ‘신세계와 함께하는 토요 콘서트’도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VIP고객들에게 제공된다. 신세계백화점 VIP(트리니티~골드 등급)들을 위해 백화점은 총 좌석 2200여 석 중 600석을 확보한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포인트 5000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TCP(Top Class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등급은 자스민 블랙(자체 기준)과 자스민 블루(자체 기준), 클럽자스민(4만점 이상), 플래티넘(2만점 이상), 골드(5000점 이상) 총 5개로 나뉜다. 현대백화점 포인트는 현대백화점카드로 1000원 구매 시 포인트 1점이 적립되는데 일부 상품은 0.5점이 적립되거나 아예 적립되지 않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카드로 약 500만원 이상 구매하면 적용되는 ‘골드’ 등급을 일찌감치 2005년부터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문화와 여행 투 트랙으로 상위 VIP 회원을 관리한다. 우선 대표적 프로그램이 열차여행이다. 현대백화점은 플래티넘 등급 이상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문화 백화점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매년 7000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경북 경주, 충북 제천, 전북 임실 등 전국 40여 지역 명소를 찾아 전통식품 체험, 문화재 탐방 그리고 향토 음식, 명물 등을 소개한다. KTX를 타고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여행 전문가, 현지 가이드 등으로 구성된 해설사를 통해 지역 탐방의 전문성을 높였고,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지역 문화를 소개하니 고객들 호응이 뜨겁다.
현대백화점은 또 2009년부터 프리미엄 문화콘텐츠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슈퍼 스테이지’에 VIP고객 2000~3000명만 초청한다. 매년 국내 유명 가수와 해외 팝 거장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콘서트를 여는데 작년에는 브라이언 맥나잇과 자이언티, 에일리가 출연했다. 싸이와 김태우, 거미, 박진영, 김범수, 성시경, 조수미와 일 디보, 마이클 볼튼, 야니 등까지 공연했다. 대형 미술 전시에서 전문 도슨트가 30여 명씩 소그룹 단위로 전시 해설과 관람을 하고 핑거 푸드도 즐기는 ‘프라이빗 도슨트 투어’도 진행한다. 지난해 야수파의 거장 ‘모리스 드 블라맹크전’과 2016년 ‘프리다칼로전’ 오픈에 앞서서 VIP고객들만 사전 관람하는 방식이다. 매년 500여 명의 고객이 프라이빗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백화점 VIP 전용 공간인 자스민 라운지에서는 VIP고객들만 지문인식으로 입장할 수 있다. 이곳에서 VIP 고객들끼리 간단한 음료 서비스를 받거나 우수 고객 대상 스타일링 클래스에 참여한다. 가장 낮은 골드 등급은 백화점카드로 정상 상품 구매 시 상시 5% 할인, 문화센터 정규강좌 상시 5% 할인, 1개점 무료주차, 문화공연 초청, 제휴처 할인 혜택을 받는다. VIP 고객들만 구매금액의 0.5%부터 최대 9%까지 상품권을 받는 프로그램도 있다.
갤러리아명품관에서 하이주얼리 상품을 고르는 여성
신세계백, 조성진 단독 리사이틀 등 고급 예술로 차별화
현대백, 맞춤형 열차여행 호응 뜨거워
롯데백화점은 MVG와 에비뉴엘, 두 가지 종류의 VIP 제도를 운영한다. MVG(Most Valuable Guest)는 레니스(LENITH·연간 1억원 이상 구매), 프레스티지(연 6000만원 이상), 크라운(4000만원), 에이스(보통 1800만원 이상) 4그룹으로 분류된다. 에이스 고객 선정 기준은 점포별로 주변 상권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본점이나 잠실점은 2000만원 이상이지만 미아점, 김포공항점, 울산점, 마산점은 1500만원이어도 된다. 나머지는 1800만원 이상이면 적용된다.
에비뉴엘스쿨(뷰티클래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VIP 고객이 되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아 연말께 VIP등급 이탈 가능성을 확인하는 고객들도 많다”며 “고객들의 니즈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러블리 주차 서비스
롯데백화점은 국내 1위 백화점답게 해외 유명 백화점에서도 VIP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차별화된다.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와 VIP서비스 제휴를 시작해 현재 총 8개 국가 유명 백화점들과 제휴했다. 2011년부터 미국 ‘메이시스(Macy’s)’ 뉴욕 본점, 스위스의 ‘마노(Manor)’, 홍콩 ‘타임스퀘어(Times Square)’, 태국 ‘시암 파라곤(Siam Paragon)’, 싱가포르 ‘로빈슨(Robinsons)’, 대만 ‘타이페이101’, 일본 ‘이세탄’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백화점 MVG 고객들이 이들 백화점을 방문하면 현지 VIP고객들과 동일한 서비스를 받는다. 구매 시 10~20% 할인, VIP 라운지 이용과 다과가 제공된다. 롯데백화점의 VIP 고객 매출 비중도 2015년 22%, 2016년 22.8%, 2017년 24%로 증가세다. 롯데백화점은 해외 VIP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5년 12월 본점에 ‘에비뉴엘 글로벌 라운지’를 오픈하고 중국인 포함 외국 VIP 고객들의 쇼핑을 도와주는 퍼스널 쇼퍼를 도입했다. 이들은 통역뿐만 아니라 외국인 VIP 고객들을 위한 스타일링 클래스 기획 및 구매한 상품을 투숙 호텔까지 직접 배송하는 ‘핸즈프리’ 서비스도 시행한다. 해외명품 신상품이 입고되면 외국인 고객들을 다시 초청해 재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있다.
[이한나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0호 (2018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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