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290조원 하나-외환 통합은행 9월 출범…하나 PB + 외환 기업금융 글로벌 일류은행 도약 선언

    입력 : 2015.08.21 09:16:23

  • 김정태 하나금융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 13일 하나-외 환은행의 통합이 합의된 후 두 은행 행장 및 노조위원장과 함께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 회장, 김창 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 13일 하나-외 환은행의 통합이 합의된 후 두 은행 행장 및 노조위원장과 함께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 회장, 김창 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자산 290조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메가뱅크 하나-외환 통합은행이 오는 9월 출범한다.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의 통합은행 출범이 현실화됨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의 급속한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두 은행의 통합 합의는 지난 2010년 11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약 4년 8개월 만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두 은행의 조기통합에 반대하는 외환은행 노조를 설득해 전격 일궈낸 성과다.

    두 은행은 7월 20일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통합작업에 들어갔다. 통추위는 산하에 통합추진협의회, 통합추진단, 브랜드 선정협의회를 두고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합실무를 담당하는 통합추진단은 7개 분과로 나뉘어 1600여 개에 이르는 통합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통합은행장 최종후보는 8월 중순께 선정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9월 1일 통합은행이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설명
    국내 최대 규모 메가뱅크 탄생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형 은행 간 합병은 지난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이후 9년만이다. 금융업계는 두 은행이 통합은행 출범을 계기로 갈등을 봉합하고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55번지와 66번지에 각각 본사를 둔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이 통합하면 2015년 3월 말 기준 총 자산이 290조원으로 KB(282조원), 신한(260조원)을 제치고 국내 최대 규모로 도약하게 된다.

    단자회사로 출범한 하나은행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4위 은행으로 도약한 데 이어 이번 합병으로 선두은행의 자리를 다투게 된 것이다.

    전국 지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945개로 국민, 우리은행에 이어 3위이며 통합은행의 직원수는 1만5717명으로 국민은행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해외 네트워크도 24개국에 총 127개 지점을 둬 국내 은행 최대 규모다. 당기순이익도 두 은행을 합쳐 지난해 말 기준 1조2300억원에 달해 신한은행 1조46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 4대 은행 중 말석이었던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통합으로 명실공히 선도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포석을 갖춘 셈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2025년 글로벌 40위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 금융그룹의 비전을 성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과 하나금융그룹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과 하나금융그룹
    통합은행의 시너지 효과 기대 통합은행은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의 포트폴리오를 골고루 갖추게 됐다.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중심 소매 영업에 특화된 반면, 외환은행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에 강하고 수출입 업무와 외환 업무도 강점이 있다. 하나-외환은행의 이 같은 강점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면 주 고객층인 개인과 기업 모두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외환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국환 통화를 취급하고 있는 은행인데, 하나은행 고객들도 앞으로 외환은행의 전문 인력으로부터 양질의 외국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하나은행이 자산관리 서비스뿐 아니라 모바일·인터넷을 포함한 디지털 영업에서 앞서가고 있는데 외환은행 고객들도 이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하나금융지주는 내년 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부문이 완전히 통합되면 비용절감과 더불어 인력 재배치를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부문이 통합되면 당장 양 은행이 각각 매년 1000억원 가까이 쏟아부었던 IT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 본점 인력을 줄이고 남은 인력을 영업 현장과 주력 신사업 부문에 재배치함에 따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중국 해외현지법인을 통합한 사례를 모델로 도쿄, 싱가포르, 홍콩 등에 있는 복수 지점도 통합하거나 새로운 인력을 파견하는 식으로 해외 진출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용 절감과 수익 증대로 인해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는 3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IT부문에서 799억원, 신용카드 부문에서 647억원, 외환 부문에서 607억원, 인력 재배치나 통합구매 등 기타 부문에서 612억원의 비용절감을 기대했다. 하나금융 측은 수익성 부문에서도 상호 강점을 공유할 경우 225억원, 신용카드 수익증대에서 204억원 등 429억원의 수익증대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두 은행이 가진 강점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가 본격화되면 총자산 1위에 이어 순이익 부문에서도 신한은행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3대 은행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 같은 기대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인력들의 화학적 결합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1년간 양 은행은 통합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을 겪으면서 일선 현장의 영업력이 크게 훼손됐다. 시장에서도 합병이 오랫동안 진통을 겪은 만큼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도 있다. 통합 발표 당일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전날보다 2.95% 상승에 그친 것도 투자자들이 그만큼 통합 이후 화학적 결합이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가 규모가 커진 만큼 이에 걸맞은 수익을 내려면 지난 1년간의 갈등이 완전히 봉합돼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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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작업 진행 어떻게 진행되나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가 체결한 합의서 내용을 보면 향후 합병절차와 현안, 걸림돌을 미리 추정해 볼 수 있다. 통합은행의 상호에는 외환 또는 KEB를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합은행의 이름이 KEB하나은행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 은행은 합병 후 2년간 인사 운용체계를 출신 은행별로 이원화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간 중 교차발령은 별도 합의해 운영된다. 통합은행은 고용안정을 위해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직원들이 출신지역이나 학력 등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했다.

    양측은 그동안 통합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통합논의 과정 중에 행해진 고소, 고발, 진정, 구제신청 등 모든 법적인 절차를 취하하고 향후 상대방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김 회장이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외환은행 노조에 상당한 양보를 한 셈이다. 5년 가까이 끌어온 한 지붕 두 가족에서 벗어나 하나의 은행이 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통합 발표 당일인 지난 7월 13일 금융위원회에 하나-외환 통합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합병 예비인가에는 통상 60일이 소요되지만 전격 인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가 두 은행 합병의 조건으로 내건 핵심 쟁점은 노사 간 원만한 타결 여부였기 때문에 협상이 전격 타결된 만큼 예비인가를 늦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통상 30일이 소요되는 본인가 역시 합병 기일인 9월 1일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하는 합병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주주총회는 8월 7일 개최될 예정이다.

    통합은행의 행장은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에서 합병기일인 9월 1일까지 선정하게 된다.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조기통합 일궈낸 김정태 회장의 뚝심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7월 13일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를 이뤄낸 직후 “노조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며 “경영진의 생각과 노조의 생각이 똑같더라”고 말했다.

    고용안정과 하나·외환은행 분리인사 원칙을 두고 외환은행 경영진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던 외환은행 노조는 김 회장과의 협상을 요구해왔다. 결국 김 회장이 협상테이블에 직접 앉아 통합은행 출범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회장은 “(경영진과 노조가) 목표하는 바가 같았는데 방식만 달랐다”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강점이 고객의 이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은행이 출범하면서 총자산 1위로 우뚝 서게 되지만 김 회장은 “국내 은행의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형보다 신뢰가 앞서는 글로벌 금융그룹이 되겠다”며 “하나은행의 국제적인 PB역량과 외환은행의 외국환업무 역량, 하나대투증권의 IB(투자금융)를 결합해 2025년까지 해외 수익 비중 40%를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환은행의 강점을 활용해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글로벌 일류은행으로 도약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는 2010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묵시적 통합’에 이어 이번 합의로 오는 9월 1일 법인합병에 따른 ‘형식적 통합’을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들의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 위해 체육대회와 장기자랑대회 등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하나로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함께 뒹굴어야 한다”며 “통합은 결국 고객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기통합은 국내 1위 메가뱅크의 출범이라는 점에서 노사 간 협상 과정에서 시장과 금융당국을 포함한 전(全)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두 은행의 미래를 위해 조기통합이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통합작업에 뛰어들었지만 당시 거센 노조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뚝심이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윤재오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9호 (2015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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