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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바다에 빠질 것인가 유용한 정보를 뽑아낼 것인가
입력 : 2015.06.25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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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미국의 한 대기업은 인수를 통해 성장하면서 사업부들이 분산돼 있었고 각각의 사업부가 서로 다른 성과 측정 기준을 갖고 있었다. 이는 성장하던 시기엔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회사가 긴축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양한 사업부에서 취합한 데이터들로 보고서는 가득한데 경영진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통일된 데이터는 없었기 때문이다. 각 서비스라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고객을 정의하고 있었고 이중 집계, 심지어 삼중 집계까지 된 경우도 있었다. 각기 다른 데이터들이 성장과 하락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데이터가 정확한 것인지 확실히 아는 사람도 없었다.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기업들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다. 현 시스템의 문제를 간과한 채 소프트웨어가 문제의 주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행돼야 할 것은 IT가 아닌 성과관리 자체에 대한 투자다. 전략적 관점에서 획득한 데이터를 소프트웨어에 적용할 때 진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성공적인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핵심성과지표 평가기준 정하기 성공적인 성과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장 먼저 고민할 부분은 평가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관리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고 경영진은 일관성 있는 평가기준을 통해 사업을 평가할 수 있다.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가 생성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향후 비즈니스 방향을 세우는 데 사용할 이른바 공용어를 구축하는 것인 만큼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용데이터 분류체계 구축하기 주요 평가기준과 핵심성과지표(KPI)가 파악되면 이를 조직 전체가 사용하는 범용데이터 분류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데이터 출처, 제공자와 상관없이 포괄적이고 시의적절하며 접근 가능한 단일 데이터 소스(single source of truth) 창출로 이어진다. 범용데이터 분류체계의 최종 목표는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분류되고 저장되는 단일 데이터 저장소를 구축하는 것이다. 자동 분류체계에 의해 보고서 생성이 수월해지면 재무담당 직원들은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보다 분석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통합경영보고 시스템 만들기
앞서 언급한 범용데이터 분류체계는 재무, 운영, 인사 관련 보고를 아우르는 통합 경영보고시스템의 기초가 된다. 통합보고시스템은 과거 성과에 대한 데이터와 미래의 추정 성과에 대한 예측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고 시장, 고객, 경제 동향에 대한 외부 데이터 모두를 반영해 사내 조직별 적합한 보고서를 제작하면 된다. 임원들이 재무, 인사, 영업 등 여러 데이터에서 생성된 정보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방위적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영정보 대시보드 설계하기 회사 임원들에게 보고되는 표준 경영보고서 상단에는 주요 동향을 통합, 요약한 경영정보 대시보드가 있다. 잘 설계된 경영정보 대시보드는 비즈니스의 주요 시사점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보고서보다 중요하게 판단되기도 한다.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등 보다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대시보드를 표현하면 전통적인 스프레드시트나 보고서보다 전반적 동향을 파악하기가 수월하다.
실시간 비즈니스 분석하기 성과관리 시스템에는 각기 다른 부서 관리자들이 제시하는 질문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이를 통해 재무와 실무담당 직원 모두의 권한이 강화된다. 재무담당자는 여러 요구사항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실무담당자는 경우에 따라 자신만의 분석을 위해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실시간 분석의 상당부분이 자동화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비정기적이거나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요구사항 상당수는 같은 유형에 대한 반복적인 요구들이었다. 이를 자주하는 질문으로 분류하고 미리 준비하면 재무팀은 보다 신속하고 적은 비용으로 업무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엔 적합한 운영모델을 구성해야 한다. 이는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가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과 의사결정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① 가치를 창출하는 재무팀이 되자 재무팀은 단순히 데이터를 산출하는 것 외에 비즈니스의 주요 니즈를 파악하고 조직이 그러한 니즈에 부합하도록 지원하는 보고서 및 분석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저부가가치 활동을 자동화로 전환, 재무팀이 고부가가치 사업 분석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면 된다.
일부 기업들은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능을 재무팀 내에 중앙 집중화한다. 재무팀이 사업부 간 활동을 분산하고 어느 정도의 조율을 담당하는 기업도 있고, 이 두 가지 방식을 조합하기도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기업이 경영정보팀을 통합해 재무팀 내 같이 두는 것이다. 재무팀이 전사적으로 생성되는 모든 보고서 전반에 대한 완전한 시야를 확보해야 일관성, 신뢰성, 우수한 운영조직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비즈니스 인텔리전스팀과 실무부서 간 진정한 파트너십을 형성하자 우수한 성과를 위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팀은 실무 부서와 진정한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데이터나 분석을 요청하고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데이터와 분석에 대해 경영정보팀과 요청 부서가 함께 의논하고 토론해야 한다. 데이터의 의미, 비즈니스와 관련된 시사점, 데이터 결과를 통해 실행해야 할 결정이나 조치 등에 대한 논의는 성과관리 시스템으로 생성된 데이터에 대한 조직 전체의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잘 설계된 경영정보 대시보드가 있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더 쉬워질 것이다. 어떤 기업에서는 신호등 표시(정상은 녹색, 경미한 미달은 황색, 계획 대비 현저한 미달은 적색)를 통한 사업 계획의 목표 대비 성과분류 기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임원진들은 사업부 성과관리 회의 전에 원인 설명을 위해 더 깊이 생각하고 가능한 해결책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됐고 회의는 더욱 풍부하고 생산적으로 변했으며 의사결정 과정도 빨라졌다. 직원들로 하여금 결과에 대한 도전적인 논의와 토론을 촉진함으로써 주인의식과 책임의식도 장려됐다.
③ 지속적인 유지보수 및 운영조직 원칙을 수립하자 오늘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직면한 상황, 도전과제, 기회들은 매우 가변적이다. 상황이 변함에 따라 기업의 성과관리 시스템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성과관리 시스템의 지속적인 관리와 유지보수를 위한 시스템 운영조직 원칙 수립에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시스템 운영조직 위원회는 시스템의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고서를 추가하거나 줄이는 사람은 누구인지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 성과관리 시스템의 문제 중 하나는 이러한 권한이 분산돼 있어 재무팀 직원이 해당 보고서들이 전사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소속 사업부의 수장이 원하는 종류의 보고서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결과로 데이터 정의가 비일관적이거나 제대로 통합되지 않은 데이터가 확산되기도 한다. 시스템 운영은 상부에서 시작되지만 조직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정보가 공유되도록 하고 선정된 KPI들이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관련성을 갖도록 보다 중앙 집중화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관리와 최고 관리자로서 주주가치를 향상시키는 역할, 각 사업부에 진정한 전략적 자문을 해줄 것 등이 요구되고 있다. 기업의 ‘최고성과책임자’로서 말이다. CFO가 넘치는 데이터와 성과보고를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로 활용해 기업 수익창출로 이어지게 하려면 효과적인 성과관리 시스템 요소를 갖춘 실제 운영모델을 기업에 얼마나 빨리 적용하느냐에 달렸다.
서론에서 언급한 미국 기업이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중점적으로 실시했던 것은 신규고객 취급 비용과 같은 주요 KPI를 정의한 것이었다. 회사는 이를 통해 데이터 가용성 및 주요 취약분야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40페이지에 달하던 월간 매출 보고서는 핵심만을 담은 3페이지 보고서로 줄었다. 정확한 비용 산출로 새로운 가격 설정 전략을 출범, 매출 극대화도 꾀하게 됐다.
성과관리 시스템에 필요한 모든 구성요소들을 찾아 완전하게 통합하고 자동화된 성과관리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년이다. 핵심성과지표 평가 기준을 새롭게 정하는 것부터 지금 시작하자.
[제프리 코첸(Jeffrey Kotzen)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뉴저지오피스 시니어파트너, 팀 놀란(Tim Nolan) BCG 뉴욕오피스 파트너, 프랭크 플라스케(Frank Plaschke) BCG 뮌헨오피스 파트너]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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