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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10) 다양한 ‘부하직원’ 평가 방법
입력 : 2015.06.05 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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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국가적 표준, NCS 올해 공공기관 신입 사원 채용에 응시한 A씨는 새로운 형태의 면접을 보게 되었다. 출신 대학, 어학시험 점수, 어학연수 경험 등 이력서 상에 기재된 내용보다 갖고 있는 직업윤리, 전문지식 및 업무역량 등을 살피는 질문들을 받았다. 행정직에 지원한 그에게 면접관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창립기념행사의 일환으로 ‘1000그루의 나무 심기’에 직원 50명이 참여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식목행사 당일 20명의 직원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그는 “우선 20명의 직원들을 독려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나무를 나눠주며 함께 참여하게 해서 오히려 회사를 홍보하는 기회로 만들겠다.
1000그루라는 숫자보다는 직원들이 협동하고 회사를 알리는 행사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NCS를 개발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보며 철저히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답변이었다. A씨는 무사히 면접을 통과해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NCS(National Competency Score, 국가직무능력표준)는 신입 사원을 채용할 때 업무 수행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의 직무능력을 국가가 표준화한 것이다. 130개에 달하는 공공기관이 올해부터 NCS에 기반한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며 2017년부터는 전체 공기업·공공기관에 적용된다고 한다.
NCS의 궁극적인 목적은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청년들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낭비하는 시간과 돈을 대체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NCS 시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성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
점점 더 정교해지고 고도화되는 면접 도구들 대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B부장은 자기계발을 위해 면접관 교육에 꾸준히 참여한다. 그는 최근 ‘In-Basket’이라는 새로운 면접 도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것은 지원자가 근무하게 될 부서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바탕으로 설계된 다양한 과제를 제한 시간 내에 수행하게 한 뒤, 인터뷰를 통해 왜 그렇게 수행했는지 우선순위 선정 의도를 묻고 수행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그 해결책을 질의하여 역량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모의 면접을 진행해보니 지원자의 업무 스타일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가치관, 주관, 성격까지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이 방법을 며칠 후에 있을 신입사원 1박2일 합숙면접에서 시행할 예정이다.
지원자의 ‘진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고도로 정교화된 평가 방법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제 일반적인 대면면접에서 벗어나 위의 사례처럼 In-Basket 면접, 영어면접, 인성면접 등 다양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분석적 사고를 알아보기 위해 에세이를 요구하거나 롤 플레이(Role Play)를 실시하기도 한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서도 평가의 바람이 거세다.
특히 중앙부처의 핵심인 고위공무원단(국장·실장)은 공직자로서 문제인식, 전략적 사고, 고객만족, 조정/통합, 성과지향, 변화관리의 역량을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한다.
상사, 동료, 부하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평가자와 함께 실제 업무 상황인 것처럼 상황극을 해보는 1대1 역할수행, 당면한 상황의 문제점과 해결책 등의 현안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인터뷰, 다수의 평가 대상자들과 함께하는 공동의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 등이다. 이제 민과 관을 불문하고 문제해결 및 과제 중심형 평가로 나아가고 있다.
CEO나 임원급은 기업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자리이기에 외부에서 영입할 때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검증된 인재’를 찾기 위해 그 사람의 면면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조직관리, 생산성 향상, 글로벌 마인드, 사업 관련 네트워크, 위기 대처 능력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경력이 많고 알 만한 회사에 수십 년간 다녔으니 이력서 한 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CEO의 입장에 서서 해당 기업의 현황을 파악한 후에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경영계획서를 펼쳐 보이는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을 채용함으로써 기업이 얻을 수 있는 미래적 가치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평소 잘 정리해 놓은 이력서, 경력기술서 그리고 전문적인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은 자신이 받을 평가에 강력한 플러스 요소가 된다.
그 밖의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방법들 D전무는 이직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세 차례의 면접까지 통과했다. 하지만 최종 관문이 남아 있었는데, 바로 기업 오너 회장과 2주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나와 누구보다도 가깝게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잘 맞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 회장의 지론이었다.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미래의 상사가 될지도 모르는 분과 함께 여행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는 평소대로 예의를 다해 진솔한 태도로 모셨다. 그의 진심이 느껴진 것인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후 채용하겠다는 반가운 통보를 받았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평가 방법들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100퍼센트 알기란 어렵다. 서면화된 이력서나 자료들을 통해서 직무 능력이나 역량 등은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인간성이나 됨됨이 등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척 보면 안다”라고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한눈에 상대방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최대 15%에 불과하다고 한다. 숨겨진 85%를 알아내기 위해 기업들은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사용한다.
식사 후 술을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비교적 일반적이고, 후보자와 하루 종일 골프를 친다거나 등산을 가는 등 6~7시간 이상을 같이 보내기도 한다.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보고 속마음을 알기 위해 일부러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거나 화를 낼 만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D전무의 경우처럼 함께 여행을 갈 정도로 상상치도 못했던 방법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필자는 인사 전문가로서 기업이나 기관의 임원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국내 직장인들은 평가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해하고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탈무드에는 “나무는 그 열매에 의해서 평가 받고, 사람은 일에 의해서 평가된다”는 구절이 있다. 직장 생활하는 동안 끊임없이 평가의 잣대가 들이밀어질 것이고, 기법들은 점점 더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가 곧 승진 및 성과급과 연결되고, 이직이나 전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양하고 정교한 평가 방법들이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증명하기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를 바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생각으로 일상생활인 듯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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