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 명동·남대문 상권지도 다시 그린다

    입력 : 2015.06.05 15:17:05

  • 사진설명
    신세계 그룹의 오랜 숙원인 ‘남대문 신세계 타운 건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남대문 본점 일대에 자리한 백화점, 오피스, 신축중인 호텔에 이어 시내 면세점을 유치해 종합 쇼핑단지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일환으로 신세계는 최근 경쟁이 치열한 시내 면세점 유치를 위해 그룹의 상징과 같은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프리미엄 면세점으로 전환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6월초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입찰을 앞두고 백화점 강남점과 중구 본점을 후보지로 검토했던 신세계는 시장성과 상징성을 두루 고려한 결과, 본관에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을 내기로 최종 확정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동상권이 인접해 있다는 점과 본점 명품관 건물 일부가 아닌 전체를 면세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경쟁에서 한걸음 앞서 나간 형국이다.
    사진설명
    신세계 측은 그룹의 ‘업(業)의 모태’이자 1930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백화점 건물 전체를 통째로 면세점으로 파격 전환시켜 세계적인 ‘랜드마크’ 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신세계가 서울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본점 본관을 제시한 것은 그만큼 면세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와 자신감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명동지역은 외국인 관광객이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면세점은 부재한 상태다. 신세계그룹은 시내면세점을 유치해 구매력 있는 개별 관광객을 흡수해 명동지역에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광객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 데스크, VIP 룸 등을 조성해 기존 면세점과 다른 프리미엄 면세점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신세계는 지난 3월 본점에 인접한 SC은행 빌딩을 85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이 빌딩은 1935년 세워진 근대 건축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높다. 매입 당시 업계에서는 이 빌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분분했지만 결국 신세계는 시내면세점을 위한 컨시어지 역할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신세계그룹 한 관계자는 “고품격 면세점을 구현하기 위해 SC은행 건물은 관광객 편의시설로 활용키로 했다”며 “여러 형태의 고객 서비스 시설, 상업사 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설치해 본점 본관이 세계적 수준의 새로운 면세점 모델로 개발되도록 보완해 주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측은 이에 더해 맞은편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역시 관광명소로 활용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폐박물관은 서울 시내에서 몇 안되는 20세기 초 근대 건축물이나 현재까지는 명동상권과 단절돼 관광지로써 활용도가 낮은 편이었다.

    신세계 면세점이 들어설 경우 쇼핑객의 자연스러운 유입과 함께 화폐박물관과 전통건축물인 SC은행 빌딩까지 서울근대건축문화를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기존 명품관 예술작품들과의 시너지로 ‘프리미엄 문화 면세점’이란 청사진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명품관 6층 ‘트리니티 가든(조각공원)’은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과 같은 ‘야외로 확장된 갤러리’라는 콘셉트로 설계되었고 제프 쿤스,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은 ‘살거리’ 뿐 아니라 풍성한 ‘볼거리’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남대문시장 외국인 관광객 유치 협약식,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신세계 그룹이 남대문 판다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남대문시장 외국인 관광객 유치 협약식,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신세계 그룹이 남대문 판다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호텔 임차운영 계획, 숙박·쇼핑·볼거리 원스톱으로… 현재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종합백화점.지상 19층 연면적 13만2230㎡) 지근거리에는 25층, 28층 높이 호텔과 상가·오피스텔이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이 중 호텔 신축 시행사인 AK CNC는 매매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신세계그룹 호텔계열사인 조선호텔에 임대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면세점과 백화점 외에 호텔을 운영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신세계가 상가·오피스 사업도 추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호텔 임차운영 후 경영성과를 보고 건물 일괄 매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호텔이나 상가오피스가 건축 중인 부지는 신세계 소유가 아니고 호텔부분만 임차계약을 한 상태”라며 “아직까지 호텔 매입이나 상가나 오피스 부분에 대해서는 임차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신축 호텔 운영계획을 비롯해 현재 남대문 일대에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 본관(명품관), 신관(종합백화점), 메사빌딩(지상 23층, 신세계 계열 본사 오피스)에 이어 SC제일은행 건물까지 ‘신세계 타운’의 밑그림이 나온 상태다.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신세계그룹이 본점 타운을 통해 숙박·쇼핑·볼거리 등으로 집객 효과를 높이는 한편 남대문 전통상가를 살리는 방식의 새로운 신규사업을 추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진설명
    남대문 전통시장과 상생으로 진정한 쇼핑타운 만든다 “남대문시장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요?”

    명동거리를 지나다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심심치 않게 남대문시장의 위치를 묻는 것을 볼 수 있다. 남대문시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근지역인 명동상권에 비해 고객 수 감소로 침체에 빠진 상황이다. 특히 패키지를 통해 들어온 다수의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지 않은 남대문시장까지 유입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남대문시장 방문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인 명동은 최근 5년 간 방문율이 10.3%p 높아졌으나, 남대문시장은 오히려 16.4%p떨어져 ‘관광특구’의 의미가 퇴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서울에 자리 잡은 관광특구는 이태원(1997년 지정), 명동·남대문·북창 동·다동·무교동(2000년), 동대문패션타운(2002년), 종로·청계(2006년), 잠실(2012년), 무역센터 일대(2014년) 등 6개 구역이다. 남대문 시장 침체라는 현실에 착안해 신세계는 전통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앞서 4월 23일 신세계그룹은 남대문시장에서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김재용 남대문시장 상인회장,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및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남대문시장 외국인 관광객 유치 협약식’을 진행한 바 있다.

    협약식에서 해당 기업·단체는 남대문시장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남대문시장 환경개선, 관광 소프트웨어 강화, 온라인 마케팅 지원 계획을 밝혔다. 특히 남대문시장은 신세계백화점과 맞닿아 있어 ‘외국인 관광객 모시기’ 방안은 전통시장과 백화점 상권에 큰 시너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신세계는 최근 외국인 개별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3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단체여행(27.7%)보다 개별 여행(66.2%)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측은 향후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가교역할을 통해 최근 개별여행을 즐기는 도보 관광객들을 적극 공략해 ‘명동-신세계면세점-남대문시장-남산’으로 이어지는, 걸어서 즐길 수 있는 ‘관광 올래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남대문 전통시장 상인들을 돕기 위한 청사진도 내놨다.

    신세계그룹은 남대문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케팅, 상품개발, 매장운영 등의 노하우도 제공해 적극적으로 시장 살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신세계측은 “단체여행객과 더불어 개별 여행객들 역시 남대문시장으로 유입돼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차별화 관광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계획의 일환으로 전통문화 퍼레이드를 정기적으로 시장 안에서 개최하고 관광 가이드 전담인력을 채용해 외국 관광객들에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남대문시장의 역사도 소개하고, 신세계면세점에 무형문화재 장인 상품 전문구역을 만들어 전통상품과 전통시장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로 새단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입간판 세우고 화장실 늘려’ 현대적인 쇼핑타운으로 재탄생 신세계그룹은 향후 남대문시장의 쇼핑콘텐츠와 관광소프트웨어를 개발을 중점적인 성공 포인트로 보고 역량을 키워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찾는 문화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남대문시장 환경개선을 통한 관광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남대문시장 입구 상징물 설치·노후화된 공중화장실·관광안내소 개·보수 등 시설 현대화 지원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어 남대문시장의 고유 브랜드를 외국인 관광객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시장 마케팅 및 관광콘텐츠 강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을 지원한다. 온라인에서는 남대문시장 홈페이지 개편, 글로벌 마케팅 기반 마련. 웨이보, 페이스북 등 외국인 접근성이 높은 SNS 활용 등 온라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백화점과 연계 시장 우수상품 발굴·판로 개척 지원, 매장 디자인 개선, 이정표·지도 등 안내물 개선 제작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도 고용 창출이 가능한 가두 정기 퍼레이드·길거리 공연 등의 문화행사, 댄스 나이트 등의 기획행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신세계와 남대문시장은 시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연간 약 360만명 수준에서 명동 수준 700만명으로 증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남대문시장 활성화에 기여해 2년 동안 외연을 크게 확대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당시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중구청·남대문시장과 ‘상생협력 MOU’를 맺고 ‘남대문시장 유명 먹거리전’ ‘남대문시장 신진 디자이너 청년창업 지원’ ‘잡화·기념품 상점 판매대 개선’ ‘백화점업계 최초 전통시장 사은품 제공’ 등을 기획한 바 있다. 성영목 신세계조선호텔 및 신세계디에프 대표는 이에 대해 “향후 남대문시장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방문지로 발돋움하는 등 국내 최대의 전통시장으로서 위상을 되찾기 위한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