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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특허 만료에다 특허 무효소송까지…제약업체들 ‘바쁘다 바빠’
입력 : 2015.04.03 15: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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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에 따르면 이들 오리지널 의약품을 비롯해 화학과 바이오, 농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물질 가운데 3년 이내 특허권이 만료되는 물질특허는 540건에 이른다. 물질특허란 일반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합성 방법에 의해 제조되거나 미생물, 단백질 등과 같이 생물학적 방법으로 생산된 새롭고 유용한 물질에 부여하는 특허를 말한다.
통상 20년까지 특허를 인정하지만 1회에 한해 5년간 특허를 연장해 준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특허가 만료되는 물질특허는 의약분야가 294건(46.1%)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화학소재 123건(22.8%), 바이오 109건(20.2%), 농약 40건(7.4%), 화장품 12건(2.2%), 식품 7건(1.3%) 순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중 특허가 만료되는 물질은 바라크루드와 시알리스 외에도 화이자의 소염진통 복합제 ‘세레브렉스’(연매출 580억원), 애보트의 에이즈치료제 ‘칼레트라정’(연매출 1조3000억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연매출 400억원) 등이 손꼽힌다. 세레브렉스의 경우 올 6월 특허가 만료되며 칼레트라정은 내년 12월, 휴미라는 2019년 특허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한 이들의 의약품 국내 시장 규모만 6000억원에 이른다.
이뿐 아니다. 필름형 제네릭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씨티씨바이오와 서울제약은 각각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인 ‘리드메인’과 ‘불티움’을 개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유한양행, SK케미칼, 광동제약, 일동제약 등 국내 상위 제약사들도 지난해 생동성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신약 출시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이들 제약사들 중 일부는 상반기 중에 판매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나머지 업체들 역시 특허만료 전까지 허가 절차를 마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지난 2012년 5월 화이자제약의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의 특허 만료 당시 제네릭이 한꺼번에 쏟아진 사례를 감안하면 국내 발기부전치료 시장이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점유율 1위였던 비아그라는 특허만료 후 제네릭 제품이 대거 출시되며 6위로 추락했다. 가격이 저렴한 복제약들이 등장하면서 수요가 분산된 탓이다. 이후 시알리스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며,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제네릭인 ‘팔팔정’이 2위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일단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타다라필과 비아그라의 주성분이었던 실데나필의 효과가 다르다는 점에서 특허만료 이후의 모습도 과거와 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다라필과 실데나필은 지속성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실데나필이 4시간, 타다라필은 36시간 정도로 지속성에 차이가 난다. 그래서 전문의들은 비아그라를 필요할 때마다 복용하라고 하는 반면, 시알리스는 저용량을 매일 복용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물질특허 만료로 인해 동일한 효과를 내는 복제약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제약사들의 과열 경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전이 가열되는 만큼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허소송이 이처럼 급증한 이유는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허가특허 연계제도’ 때문이다. 식약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 개발 시 오리지널 제약사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활성화를 위해 ‘우선품목허가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가장 먼저 깬 제약사에게 1년간 해당 복제약의 독점판매권을 주는 제도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유한양행을 비롯한 10개 국내 제약사들이 고지혈 및 심부전증 치료제 중 하나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의 약학조성물 특허를 무효로 이끌어냈다. 현재 크레스토는 소송에 참여했던 11개사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제조, 판매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약업계에서는 특허소송에 대비, 변리사 모시기에 적극적이다. 화학분야 변리사가 많지 않다보니 변리사뿐 아니라, 2차 시험 응시자도 우대하는 등 사전인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는 11월 국내 특허가 만료되는 빈혈치료제 네스프 역시 주목받고 있다. 네스프는 일본계 제약사인 쿄와하코기린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으로 만성신부전환자의 빈혈이나 고형암 화학요법에 따른 빈혈 치료제로 쓰인다. 유전자재조합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적혈구 생성 촉진 단백질’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약 200억원, 지난해 세계시장에서는 26억달러(약 3조원) 정도가 팔렸다.
바이오의약품인 만큼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이미 개발에 나선 상태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종근당으로 지난 3월 18일 식약처로부터 국내 임상3상 진입을 승인받았다. CJ헬스케어 역시 현재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해외 임상에서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임상의 경우 유럽에서 진행했고,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유럽 임상1상을 완료했다.
동아에스티는 의약품 개발부서의 특허 관련 담당인력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했으며, 녹십자 역시 지난해 하반기 바이오의약품 전문 변리사를 채용했다. 한미약품은 아예 10여 명의 특허팀을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깨기란 쉽지 않다”며 “의약품 성분을 조성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특허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특허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허만료 앞둔 BSM제약 바라크루드
해당 특허물질 중 제품명이 확인된 화장품 분야는 모두 2건이다. 특허청의 자료집에 따르면 ‘상어 뼈 또는 연골로부터 콘드로이친 설페이트 및 그의 나트륨염을 제조하는 방법(자료집 536번)’이라고 명명된 특허는 1996년 11월 8일 출원됐으며, 1999년 3월 4일 등록됐다. 이 특허를 통해 제조된 화장품은 보습제로 아모레퍼시픽이 ‘마린퍼펙트 보디 크림’이란 상품명으로 개발했다. 해당 물질의 특허는 2017년 3월 24일에 만료된다. 또 ‘수안전형 L-아스코르빈산 유도체 및 그의 제조방법(자료집 537번)’이란 특허 역시 아모레퍼시픽이 1997년 6월 4일 출원해 1999년 8월 24일에 등록됐다. 이 특허를 통해 제조된 물질은 피부미용 화장품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퓨어밸런스’란 제품명으로 개발됐다. 이 밖에 다른 10건의 화장품 관련 물질 특허는 제품명을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특허청은 특허권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존속기간을 만료하는 540개 물질은 신제품 개발과 개량물질 연구, R&D 활성화 등을 통해 앞으로도 그 활용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허청은 이를 위해 특허권 만료예정 물질정보 자료집을 내고 물질특허의 초록, 존속기간 만료일, 특허 분쟁사항 등 주요 정보뿐 아니라 해당 물질을 이용한 제품명, 유효 성분 구조식, 용도, 허가일, 시장 규모 등 제품 정보를 제공한다. 또 원천 물질에 대한 특허가 만료돼도 해당 물질과 관련된 다른 특허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존속기간 연장 여부와 제형, 용도, 이성질체 특허와 관련된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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