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 시대 준비하는 현대차, 빛고을로 가다!

    입력 : 2015.03.06 16: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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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수소연료전지자동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13년부터 투싼ix를 기반으로 연료전지자동차 양산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도요타가 세단 형태의 연료전지차를 출시했다. 재계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가 단순히 친환경차량 개발을 넘어 산업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수단으로서의 차량개발을 넘어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의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실제 업계에서는 전 세계 수소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지만, 오는 2030년에는 약 4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이처럼 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차세대 에너지원 중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수소는 오염물질 배출이 없고 생산이 쉽다. 게다가 대규모 저장도 가능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경쟁적으로 수소 관련 분야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지난 1월 27일 광주광역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광주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수소연료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수소연료전지차 연관 산업과 기술·벤처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차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현대차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수소경제’ 구현 때 산업 전 분야 혁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자는 ‘수소경제’는 미국에서 출발했다. 2002년 제레미 리프킨이 <수소혁명>이란 책을 통해 수소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제레미 교수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 일각에서 말하는 ‘영구 연료’를 손에 넣을 수 있는 문턱까지 왔다”며 “수소 경제 인프라는 마음만 먹으면 10년 안에 가능하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수소경제의 실현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더디게 발전해 왔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곳이 없었을 뿐더러 기술 미흡으로 인해 경제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수소 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수소시대는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10년 이후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수소에 대한 기술적 연구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수소는 이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물론, 에너지 업체들까지 수소연료 개발에 동참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수소연료 관련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미 투싼ix를 기반으로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했으며, 지난 2012년 여수 엑스포에서는 수소연료 발전기를 가동해 전시관을 운영하는 등 관련기술을 이미 실용화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게 될 경우,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환경, 교통, 안보 등 전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디젤차(투싼ix 2.0 기준) 100만대를 수소연료전지차로 대체할 때 연간 1조5000억원의 원유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소연료전지차 100만대는 1GW급 원자력 발전소 10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를 에너지 저장소와 가상 발전소로 활용하면 전력 피크 때 기업이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수소연료전지차 100만대를 운행할 경우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연간 210만t가량이 줄어든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과정에서는 막대한 연관 산업 발전과 고용창출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연관 산업은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공급, 이용 등에 관련된 산업을 말한다. 예컨대 물과 천연가스 등에서 수소를 생산해 보관, 공급하는 신규 산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수소 저장을 위한 신소재 사업과 충전한 전력을 외부로 공급할 수 있는 V2G (Vehicle to Grid) 등과 연관된 IT 산업도 확대될 수 있다. 수소 공급 파이프라인의 주재료인 스테인리스 수요도 급증해 철강산업도 더 주목받게 된다. 폐기물과 하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소 이용이 일반화된 수소경제 사회에서는 각 가정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돼 송전탑도 사라질 것”이라며 “소규모 집단으로 구성된 수소시티가 형성돼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닛케이BP클린테크연구소는 2030년 세계 수소연료전지 시장 규모를 약 400조원으로 예상했다. 부경진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수소연료전지 산업규모는 2040년에 약 107조원에 달하고, 생산 유발 효과는 약 23조5000억원, 고용효과는 약 17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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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 경제 이끌 인큐베이터 현대차그룹의 광주 혁신센터는 수소연료전치자의 연관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혁신센터를 통해 ▷수소펀드 조성 ▷수소연료전지 공동기술 개발 지원 ▷융합스테이션 구축 및 친환경 차량 지원 ▷수소연료전지 교육 지원 등 인력 양성과 연구용역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먼저 광주 혁신센터는 국내외 기술, 특허, 표준규격, 동향 등 자동차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동차 정보검색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1000건의 특허를 공개할 계획이다. 특허기술을 공개해서라도 연관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 분야와 관련한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광주시와 함께 설립한 창업지원 펀드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며, 매년 40개사를 선발해 자동차와 관련한 연관 산업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는 등 업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보급과 확산에서는 일본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는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동력 장치(파워트레인)를 ‘2015 10대 최고 엔진’으로 선정했고, 2013년에는 미국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리서치가 보고서에서 현대차를 수소연료전지차의 ‘확고한 1위(Clear Leader)’로 평가하기도 했다.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준비상황 점검중인 정몽구 회장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준비상황 점검중인 정몽구 회장
    미국·유럽·일본, 주도권 싸움 치열…로드맵 마련해야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시장 초기 단계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2000년대 들어 수소 에너지 연구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수소사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인프라 투자와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당장 올해 수소연료전지차 시판을 앞두고 보조금 제도를 마련해 200만∼30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며, 관공서의 공용차로 수소연료전지차를 도입한다. 수소 충전소도 2025년까지 100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미국도 수소산업 주도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2013년에만 총 15억달러를 투입했다. 셰일혁명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하자 수소에너지 개발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덴마크는 차를 살 때 찻값과 별도로 차량 가격의 최대 180%에 달하는 자동차 등록세를 내야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해 주고 있다.

    또 전국적으로 수소연료 충전소 구축도 마무리해 올해 말이면 덴마크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15㎞이내 수소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수소산업은 발전용과 수송용 연료전지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수송용 연료전지의 경우 현대차가 2013년에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투싼FCEV)에 성공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양산에는 한국이 가장 먼저 성공했지만, 보급과 확산에는 일본에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본의 도요타는 지난달 중순 FCEV ‘미라이’를 출시했으며, 2017년에는 생산물량을 3000대로 늘릴 예정이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은 “수소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소재와 부품, 석유화학, 제출, 건설 등 전후방 연관 산업에 큰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한국도 서둘러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전통시장에서 서민주도형 신사업 모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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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의 광주 혁신센터는 기존 창조경제 혁신센터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사업을 펼친다. 기존 혁신센터들이 주목했던 ‘신산업 육성, 신성장 동력 발굴’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서민주도형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 광주 혁신센터는 창조경제의 저변을 넓히고 온기(溫氣)를 확대하기 위해 ‘서민주도형 창조경제 확산 모델’을 구축한다. 특히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 소상공인 창업 및 사업활성화 지원, 생활 창업 지원, 창조문화마을 조성 등에 주력한다.

    먼저 광주 혁신센터는 지역 전통시장에 스토리와 디자인, 문화를 입히는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시설 현대화를 넘어 전통시장의 고유한 매력을 되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현대화, 대형화, 체인화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개발 노력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인 도움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광주 송정역전매일시장과 대인시장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창조적 전통시장 육성 프로그램 시범 사업을 진행한 뒤, 다른 지역으로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바꾸기 위해서가 아닌 지키기 위한 변화’를 추진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상공인 창업 상권정보 분석 서비스도 제공한다. 광고·홍보 및 운영 역량이 부족한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모바일용 고객관리 애플리케이션도 무료로 지원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창업에 필수적인 법률·금융 등 원스톱 창업서비스는 기본이다. 지역 상권 분석 및 상가 입지 선정 컨설팅에서, 광고·홍보·마케팅·프로모션 지원까지 전 분야가 지원 대상이다. 특히 광주 혁신센터는 광주시 공공데이터와 위치기반 서비스가 결합된,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용 포털 서비스를 개발한다. 플랫폼 구축과 운영은 현대차그룹의 벤처육성 프로그램에 의해 창업에 성공한 공간기반서비스 전문회사가 맡는다. 오는 3월까지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4월 중으로 광주 지역 중심의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다.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소상공인들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홍보 및 마케팅이 가능해지고, 개업과 폐업에 따른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광주 혁신센터는 문화예술 창업 지원을 위해서도 공연, 전시, 교육, 관광, 유통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센터 내 포토스튜디오 및 시제품 제작공간을 구축해 디자인 설계 및 시제품 제작, 그리고 사업화에 필요한 공간 및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 오는 9월 개관하는 아시아문화전당 등 지역 내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연계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광주 혁신센터는 광주 지역의 구 도시권 공동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역재생 사업인 창조문화마을 조성 사업도 진행한다. 광주시에서 현재 예술마을 조성을 추진 중인 기아차 광주공장 인근 발산마을(광주 서구 양3동)이 대상이다. 발산마을은 광주의 대표적인 도심 공동화 지역으로 2232가구 5474명이 거주하고 있다. 1인 가구가 740가구, 버려진 집이 21채에 이른다. 창조문화마을 조성 사업으로 우선 폐·공가를 활용한 예술인촌 조성, 공공미술(벽화 등) 사업, 마을 축제 및 투어 프로그램 개발, 체험형 목공방 및 청소년 단체 교육장 운영, 기아차 공장 연계 환경개선 및 봉사활동 등이 실시된다.

    이어 광주시와 지역 선정 등의 협의를 거쳐 발산마을 지역재생 사업 모델을 광주시 타 지역으로 복제, 확산하는 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광주 혁신센터는 향후 발산마을이 앞서 도시재생에 성공한 경남 창원·마산 창동 예술촌과 부산 감천 문화마을처럼 지역 관광 명소화는 물론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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