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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물류 바꿀 메가 프로젝트 꿈틀 | 한·중·일 잇는 열차페리… 실현 가능성은?
입력 : 2015.03.06 16: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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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인 서해와 동해를 페리호와 해저터널로 연결하겠다는 이 사업들은 언뜻 황당무계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도 있다. 실제 열차페리는 이미 20세기 초부터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운행 중이며, 중국과 대만을 연결하는 해저터널과 영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테제베 해저고속열차가 운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교통망을 만드는 사업인 만큼 물류업계에서는 이 사업들이 높은 경제적 파생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중국이 단숨에 연결됨으로써 물류비용과 시간이 절감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 3국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공사비용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는 사업인 만큼 정부는 그동안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신중한 자세를 취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 예산을 책정하며 본격적인 사업 타당성 조사를 앞두고 있다.
동아시아 일대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 프로젝트의 실현가능성과 사업주체들을 살펴봤다.
(위)상하이 푸둥 경제특구와 창싱다오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아래)도버해협 해저터널을 건너는 유로스타
이날 주제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로 한국과 중국을 열차페리로 연결하는 ‘한-중 열차페리 프로젝트’였다. 원유철(평택갑)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이 북한으로 인해 막혀 있으니 한반도와 중국을 바로 연결하는 ‘황해-실크로드’(이하 황실로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부산을 출발해 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네트워크이자 경제 통합 프로젝트로, 박 대통령이 2013년 10월에 제안했다. 황실로드는 애초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제안한 노선과는 다르지만 그 뜻을 살릴 대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간단히 보면 ‘한·중 열차페리’다. 대형 선박(페리호)에 레일을 깔고 여기에 화물열차를 실어 서해를 건너 중국 대륙철도(TCR)와 연결하자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 방법은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20세기 초부터 이미 운행 중이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열차로 연결하는 ‘한·중 열차페리 프로젝트’는 사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부터 추진됐던 사업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중국과 열차페리 협력에 관한 약정을 체결한 것. 박 대통령도 2007년 대선 경선 공약에 열차페리를 넣었지만, 2012년 대선 때는 빠졌다. 하지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제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진행되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현재 출발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중국과 연결하는 우리나라 서해의 교두보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놓고 인천광역시와 경기도가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말 중국 산둥성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인천 측은 “철로를 일부 정비하고 접안시설 정도만 만들면 돼 평택항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고 주장한다. 평택 측은 “평택항과 옌타이(煙臺)항 사이에 카페리 항로가 이미 있고 자동차 수출입 처리 등이 많아 평택이 최적지”라고 맞선다. 국토해양부와 외교부, 해수부는 일단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과 평택 모두가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있어,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치면 출발지에 대한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중 열차페리 사업이 진행되려면 높은 사업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사업성 검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해를 관통한다… 한·중 해저터널 열차페리가 배와 열차를 통해 우리나라와 중국을 연결한다면, ‘한-중 해저터널’은 아예 터널을 뚫어 직접 대륙과 연결하자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13년 7월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특히 2009년 당시 중국 부주석이었던 시진핑 현 주석에게 이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역시 한-중 해저터널에 적극적이었다. 터널의 출발지점으로 경기도 평택과 화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 해저터널 사업은 한-중 열차페리와 달리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열차페리 사업의 경우 페리호의 접안시설과 기존 철로에서 파생되는 만큼의 철로만 신규로 열면 되지만, 해저터널는 입구에서 출구까지 모든 구간을 중장비로 파내고 다져야 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이기 때문이다.
목적지인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와의 거리도 만만치 않다. 평택·화성까지 최소 374km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 출발지로 평택과 화성 외에 인천과 충남 태안 등도 거론되고 있어 추산비용도 72조~117조원에 달할 만큼 다양하다.
이 사업을 연구했던 경기개발연구원 측은 “한-중 FTA 타결을 계기로 물적 교류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주장이 나오면 한-중 해저터널도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추진 중인 엔타이-대련 해저터널이 완성되면 한-중 해저터널 역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후쿠오카의 터널 입구
한-일 해저터널 사업은 특이하게도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이 운영하는 국제하이웨이재단이 사업주체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8월 일본 쓰시마에서 ‘조사시갱 기공식’이 열렸으며, 해저터널에 착공하기 전 조사와 시험을 위한 탐사용 터널공사가 진행 중이다. 막대한 사업비로 인해 정부도 못하는 일을 민간업체가 나서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한-일 해저터널이 민간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권 역시 이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2009년 ‘한-일 터널포럼’의 대표를 맡기도 했으며, 일본 세이칸 터널을 답사한 적도 있다. 이 사업의 출발점은 부산광역시와 거제시가 물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역시 한-일 해저터널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해탄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의 필요성이 이미 1940년대부터 제기됐을 정도다. 특히 일본은 한-일 해저터널이 진행될 경우 종착지를 쓰시마섬이 아닌 이키섬과 큐슈까지 확장시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한-일 해저터널의 사업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어둡다. 천문학적인 비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일본에 대한 국내 정서가 여전히 비판적이고, 최근에는 한-일 관계까지 냉각된 상황이라 정부가 나서서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로 간다?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를 연결하는 메가 프로젝트 외에 내륙과 제주도를 연결하는 대규모 사업도 추진 중이다. ‘JTX사업’이 대표적이다. JTX사업은 해남과 제주를 해저터널로 연결해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를 타고 간다는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정치권에서는 JTX 사업을 ‘꼼수’로 보는 이가 많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확정할 예정인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6~2025년)’에 이 사업을 추가해 지역 사업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남-제주’가 아닌 ‘서울-제주’로 사업이름을 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보면 JTX 사업은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 사업의 경우 16조8000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조사된 반면, 사업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 해도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텐데, 사업성마저 불투명해 사업 추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들은 “타당성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 등의 제주행 수요가 커진 데다, 국제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JTX를 통한 내륙과의 접근성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지자체들이 철도망 구축계획과 연계하기 위해 올린 사업만 90여개에 달한다”며 “이 사업들에 대한 검토는 물론 여러 의견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JTX 사업의 가능성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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