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드 헌터’ 유순신의 Upgrade Your Career] (4) 원치 않는 인사이동과 퇴직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입력 : 2014.12.12 15:36:01

  • 사진설명
    어느새 2014년 12월, 인사철이 다가왔다. 몇 년 전만 해도 연초인 1, 2월경에 인사이동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환율 등 외부환경 악화로 내년 경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정기인사를 앞당기는 추세다. 장기적인 성장 둔화와 실적 부진, 조직 수술 예고 등으로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팽배해지자 조직을 조기에 추스르고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임원인사가 늦어지면 연말에 세워놓았던 신년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 연말 재계인사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임원 감축과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라 한다. 자신이 원했던 곳으로 발령이 나거나 승진을 한다면 천만다행이지만, 원치 않은 인사발령이나 최악의 경우 해고 통지를 받을 수도 있다. 직장인들은 ‘나 떨고 있니’라며 몸을 사리거나 자신의 성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은근히 과시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사이동에 대한 다양한 반응 ① 분노와 서운함으로 점철된 퇴직 통보 입사 직후 오너 경영자의 눈에 띄어 동기보다 빠른 승진을 거듭하며 그룹 내 최연소 부사장이라는 별을 달았던 A는 연말에 갑자기 황당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간 차기 사장으로 거론되기도 했고, 스스로도 은근히 승진을 기대했던 터라 믿기지가 않았다. 부하직원들마저도 “최고의 인재를 내치는 억울한 인사를 보니 회사의 앞날을 예견하기 힘들다”며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동안 야구 시즌만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회사 소속 구단을 응원하며 즐거워하곤 했는데, 해고 소식을 집에 알리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난 30년간 고속도로 위를 달리듯이 승승장구했기에 퇴직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마치 ‘사망선고’를 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회사에 헌신했던 시간과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는 생각,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좌절되면서 처음에 느꼈던 당황스러움은 곧 회사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로 변했다.

    오너 형제들 간의 싸움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옷을 벗게 된 A부사장은 ‘회사 방향으로는 얼굴도 돌리지 않을 것이고, 관련된 사람도 만나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세상과 인연을 끊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잠적해버린 것이다.

    ② 퇴직, 제 2의 인생으로 출발 제조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B사장은 재임기간 동안 해결사로 이름을 날렸다. 어려운 곳으로 발령이 나도 엉킨 실타래 풀어내듯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한 후 정상화 시키는 신출귀몰한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인도나 중국 등 해외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사장이라는 자리에서만 10년 이상을 근무하니 주변에서 “언제 부회장으로 승진하십니까?”, “그 좋은 자리에 너무 오래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라며 은근히 경계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룹 회장이 B사장을 불렀다. “자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지? 음… 그럼 이제 쉴 때도 되었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이 했네. 향후 2년 동안 자문역으로 계속 후배들 잘 보살펴주게.” 간접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후 그는 그대로 그 결정에 따랐다.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 회사에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B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서운하긴요. 그동안 회사의 녹을 먹고 잘 살았고, 아이들도 이제 대학까지 졸업하고 자기들 갈 길을 다 찾았으니 오히려 고마워 할 일입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항상 내 건강, 내 가족보다 회사가 우선이었기에 그간 하지 못했고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 볼 생각입니다. 만약 어디선가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제 2의 인생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다.

    ③ 회사보다 내가 먼저, 현명한 선택 다국적 기업의 C사장은 올 초에 본사로부터 “후계자를 지목해서 훈련을 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외국계 기업은 조직 내에 누군가 빠지더라도 경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왠지 모를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국내의 어려운 경영 환경으로 인해 급격하게 떨어진 매출과 이익구조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슬슬 연말에 구조조정 이야기도 들리고 있는 터라 C사장은 자신이 받는 연봉에 부담이 느껴졌다. ‘내가 물러나야 새롭게 사장으로 승진할 직원도 나오고 조직의 숨통이 트이겠구나. 길어야 1년 정도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루라도 빨리 내가 먼저 퇴직을 통보하는 편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에 몰려 있는 임원 인사와 시기를 맞추려면 빨리 움직여야겠다는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다.

    사표를 낸 후 후임자 선정과 조직 재정비를 마무리하는 3개월 동안 C사장의 변화된 상황이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절대 현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스카우트 제의를 주저했던 회사들이 그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퇴직을 받아들이는 자세 직장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사이동이기에,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대해 평소 어느 정도의 대비가 필요하다. 상사의 태도가 변했다든지, 갑자기 보직이 변경된다든지, 동료가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신의 입지가 불안하다고 생각되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의 경력을 살려 다른 직장에 가서 일할 수 있는지 철저한 자기 분석 또한 필요하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도 막상 해고 통보를 받으면 좌절감과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현실을 인정하고 상황을 판단한 후 앞으로의 경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커다란 변화가 버겁겠지만,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함으로써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 6개월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휴식을 취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을 주위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 자신의 인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기억하기 마련이므로, 마지막까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회사를 자발적으로 떠난 사람을 다시 채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적과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이미 퇴직한 사람이라도 다시 영입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조직 문화를 이미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빨리 적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되돌이표 인사’를 염두에 두고서라도 지나온 다리를 불태우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내가 없으면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결국은 큰일이 날 것이라고 자기 과신을 한다. 그래서 퇴직 후 서운한 마음에 내부에 있는 직원들에게 회사 험담을 하기도 하고, “나는 잘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문제였다”며 남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일 뿐이다. 헤드헌터인 필자의 입장에서도 전 직장이나 함께 근무했던 주위사람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후보자는 별로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한 번의 퇴직으로 인생이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므로 언제나 뒤를 살피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이다.

    사진설명
    퇴직 후 모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로들 한 기업에서 수십 년을 근무한 임원들만큼 그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 대기업 임원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의 역량을 증명해준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퇴직 임원에게 ‘고문’ 또는 ‘자문’이라는 직위를 주고 1년에서 최장 4년까지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퇴직임원은 회사의 이러한 제의를 받아들이고 후배 양성에 힘쓰며 다음 커리어를 모색한다. 하지만 퇴직 임원에게 주는 많은 혜택에는 “경쟁사로 가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한 행간의 숨겨진 의미를 읽은 사람들은 이름뿐인 상담역이나 고문직의 자리를 거부하고 바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도 하며, 정년퇴직으로 물러났어도 나이에 별 부담이 없는 공공기관으로 가는 일도 적지 않다.

    한편 기업에서 아끼는 인재임에도 어쩔 수 없이 해고 통보를 해야 했던 경우, 거꾸로 회사 측에서 필자의 회사와 같은 서치펌에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향후 거취를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 퇴직 이후의 커리어까지 특별 케어를 해 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전직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퇴직자에 대한 예우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다양한 유형의 혜택이 제공될 것이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아마도 가족보다 직장 동료, 거래처 인맥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직장 생활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퇴직은 커다란 변화이고, 인생 자체를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고 했다. 해고 통보는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태도가 그 사람의 새로운 인생을 열어줄 것이다. 어차피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야 하는 것이 원치 않는 인사이동이고 해고 통보다. 저명한 작가인 카프카는 “절망하지 마라. 비록 그대의 모든 형편이 절망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마라. 이미 일이 끝장난 것 같아도 결국은 또다시 새로운 힘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좌절감에 빠져 있기보다 앞으로 어떤 인생이 내 앞에 펼쳐질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준비한다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