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發 스마트폰 충격에 비상 걸린 삼성전자

    입력 : 2014.09.12 17: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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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30일은 한국 스마트폰 역사에 의미 있는 하루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전날 G마켓이 중국 샤오미 스마트폰 ‘홍미’를 공동구매 품목에 올린 지 단 하루 만에 삼성·LG의 쟁쟁한 폰을 제치고 홍미가 공 기계 판매 순위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4.7인치 IPS 디스플레이에 800만 화소 카메라로 필수 사양을 고루 갖추고도 19만9400원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가장 높은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에 중국 스마트폰이 통한다는 사실을 처음 입증한 셈이다. 중국 스마트폰이 한국 안방에서 스마트폰 선두주자 삼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용구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상임이사는 “휴가철을 맞아 휴대폰 판매 비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중국 스마트폰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며 “중국 샤오미의 롱텀에볼루션(LTE) 최신폰 ‘미4’도 곧 판매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신흥 강국인 중국이 급부상하며 갤럭시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평정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경쟁력이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삼성에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며 직원을 먹여 살리는 국내 협력업체가 상장사만 30여 곳에 달할 정도로 갤럭시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모바일 코리아’ 신화에 근본적인 위기가 닥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743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2억4000만대에서 2억9530만대로 23.1%나 커졌다. 하지만 삼성은 시장 흐름을 거슬러 역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화웨이 출하량은 1040만대에서 2030만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레노버 역시 1140만대에서 1580만대로 40% 가까이 상승했다. 애플과 LG전자 역시 출하 대수를 소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톱5 중 출하량 기준으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삼성이 내준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고스란히 장악하며 판매 루트를 잠식한 것이다.

    중국 업체 부상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 판도를 통째로 뒤엎을 태풍으로 진화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화웨이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 늘어나 6.9%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조만간 10%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분기 점유율 25.2%를 찍은 삼성과 애플(11.9%)에 이어 빅3로 자리매김할 채비를 끝낸 것이다.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공략에 공을 들인 게 보약이 됐다. WSJ 분석에 따르면 2분기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라틴 아메리카에서 4배,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6배나 늘어났다. 유럽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중국 스마트폰은 최근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데도 성공해 프리미엄 폰에 강점이 있던 삼성·애플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인구 14억명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중저가 폰을 쏟아내 점유율을 높이던 과거 비즈니스 모델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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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시장에 불어닥친 샤오미 태풍 중국 스마트폰 신흥 업체 지오니가 지난 8월 내놓은 ‘GN9005’ 모델은 두께가 5㎜에 불과해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폰 중 가장 얇다. 비슷한 시기 레노버가 출시하는 ‘K920’은 6인치 QHD(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4000mAh(밀리암페어) 배터리를 달아 풀HD에 2800mAh인 갤럭시S5 사양을 넘는다. 지난해 말 전 세계에서 QHD 스마트폰을 제일 먼저 내놓은 곳도 중국 업체인 ‘비보(VIVO)’였다.

    중국 메이주의 ‘MX3’는 세계 최초로 128GB(기가바이트) 저장공간을 탑재한 대용량 스마트폰이다. 그런데도 가격이 40만~50만원대로 갤럭시S5나 아이폰5S 반값 수준이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기술력을 높인 중국 업체들이 프리미엄 폰을 싼 가격에 내놓으며 삼성·애플의 고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레노버는 올 2분기 태블릿PC 240만대를 팔아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전년 동기 3.3%에서 4.9%로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삼성은 18.8%에서 17.2%로, 애플은 33.0%에서 26.9%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단기간 기술력을 축적해 점유율을 가파르게 높이는 중국 업체 스마트폰 성공스토리가 태블릿 시장에서도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중국 로컬 시장으로 한정하면 중국 업체는 스마트폰 제왕 삼성을 뛰어넘었다. 최근 영국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가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 1499만대를 판매해 점유율 14.0%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삼성을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판매량은 1323만대, 시장 점유율 12.2%로 1등 자리를 내줬다. 지난 1분기만 하더라도 삼성전자 시장 점유율이 18.3%, 샤오미는 10.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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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유율 밀리자 비상경영 선언 미국 시장조사기관 IDC는 좀 더 비관적인 분석 결과를 내놨다. IDC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순위는 무려 5위로 밀렸다. 1위가 점유율 12.5%를 차지한 레노버, 2위가 12.4%의 샤오미였다. 그 뒤를 역시 중국 업체인 쿨패드(11.5%)와 화웨이(11.4%)가 차지했다. 삼성은 9.8%로 5위에 머물렀다. 중국 업체의 위력이 로컬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향할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중국 시장을 급속도로 점령하며 삼성을 밀어내는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어서다.

    이를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초긴장 그 자체다. 이미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하는 등 비상경영을 선언한 상태다. 꺾인 실적 그래프가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7조1900억원으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1분기와 비교하면 15.19%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는 24.45%나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 일부 임원들은 상반기 목표 달성 장려금 중 25%를 자진 반납했다. 사업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인력을 재배치할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연말 대규모 인사이동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반기 성과급 축소 절차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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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9월 초 나오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의 중국 흥행에 올인할 조짐도 보인다. 갤럭시노트4까지 실패하면 중국 시장 1위 탈환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삼성은 갤럭시노트4 글로벌 마케팅 여력 상당수를 중국에 쏟고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갤럭시노트4를 내세운 삼성의 반격은 ‘최초 공개·빠른 출시·티저 마케팅’ 트라이앵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은 오는 9월 3일 독일 베를린, 미국 뉴욕과 중국 베이징에서 성대한 언팩(제품 공개) 행사를 연다. 갤럭시 시리즈가 나온 2010년 이후 삼성 전략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언팩 행사를 글로벌 최초로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중국 흥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삼성이 2분기에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올초 나온 갤럭시S5 판매가 기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라며 “그 다음 전략 모델인 갤럭시노트4까지 부진하면 스마트폰 주도권을 영원히 중국에게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갤럭시노트4 판매 시기도 이전 모델 대비 대폭 앞당길 계획이다. 기존 갤럭시노트 모델은 언팩 행사에서 판매까지 통상 한 달 시차를 두고 시장에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절반 수준인 2주로 당긴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갤럭시노트4는 당장 9월 중반께 중국 소비자 품에 안길 수 있다. 성대한 언팩 행사 여운이 구매행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촘촘한 일정을 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홈페이지, TV 광고 등을 통한 사전 군불때기에도 나서고 있다. 제품 사양이 확정되기 전부터 삼성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건 이례적이다. 제품 사양을 소개하는 대신 감성을 울리는 ‘티저 마케팅’으로 소비자 눈길을 잡아두겠다는 계획이다.

    남녀 사랑고백 시나리오가 담긴 갤럭시노트4 광고에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특별했다. 오늘 내가 행동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늙어 죽을 때까지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접 홍보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후속 편을 연달아 내보내겠다는 티저 메시지를 삽입해 시청자 관심을 잡아둘 무기도 갖췄다. 삼성은 중국에서 갤럭시노트4 광고를 제일 먼저 시작했다. 그만큼 중국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4년 여간 치열하게 싸웠던 애플과의 소송도 정리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삼성은 지난 8월 6일 애플과 함께 미국 이외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2011년부터 4년간 치열하게 다퉈온 특허 소송이 끝내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지루한 소송전에 들어갈 에너지를 아껴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도 삼성 실적은 당분간 대폭 반등이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최근 분기당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유래없는 대히트를 친 덕분으로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었다”며 “장기적으로 삼성은 약 5조~6조원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 역시 엄청난 실적으로 폄하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플 말고는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스마트폰 시장을 독식하며 삼성은 그동안 펀더멘털 이상의 오버슈팅된 실적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해지며 영업이익이 내려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삼성 탓을 할 부분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삼성의 성장에 힘입어 투자를 늘려온 30여 곳에 달하는 삼성 협력사는 당장 골병이 들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기침하면 협력사는 골병이 드는 구조다.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린 설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고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면서 특허 문제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마트폰·태블릿 관련 특허 상당수를 삼성·애플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영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판매원이 중국 내수시장에 국한될 때는 특허 분쟁 소지가 적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애플이 잇달아 특허 소송을 제기하며 중국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 자국기업 보호에 나선 중국 정부의 압박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숙제로 남는다는 분석이다.

    [홍장원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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