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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부품제 내년 시행… 수입차 수리비 싸진다
입력 : 2014.09.12 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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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는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전체 수리비(부품비 30~50% 저렴, 공임비 30% 저렴)가 최소 3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신규 부품 물류센터
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미 민간자율 방식의 튜닝부품 인증제를 도입키로 했기 때문에 대체부품 역시 안전기준을 확실히 마련하고 민간인증기관 설립을 통해 도입 및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차 부품의 가격인하와 국산화 효과 그리고 대체부품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 중임을 감안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체부품 민간 인증기관(CAPA)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비순정부품의 사용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평균 부품비는 201만원으로 국산차 43만원의 4.7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수입차 AS센터는 공임까지 국내 일반 공업소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입차의 부품비는 전체 자동차 수리비의 59.3%를 차지하는데, 수입차 수리비는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연간 지급하는 수입차 수리비는 9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나 증가했다.
수입차들이 비싼 수리비 때문에 보험금을 많이 받아 가면서도 보험료는 국산차와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수입차 수리비를 국산차 운전자들이 내주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보험개발원 측은 대체부품제도를 도입하면 자동차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는 국내 중소 부품업체 활성화 및 수출활로 개척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체부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됨에 따라 중소 부품업체들 간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고 해외에서 수요도 기대된다는 말이다.
수입차 업계 수익감소 반발 하지만 수입차 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BMW코리아 관계자는 “대체부품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공식 지정 AS센터가 아닌 외부에서 수리를 했다가 잘못되어 재수리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KAPA 측은 대체부품은 안전과 직결된 부품을 제외한 범퍼커버, 펜더, 보닛 등에 한정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관련 법률에서도 안전벨트 등 생명과 직결된 부품은 대체부품에서 생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수입차 업계가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부품 독점공급권을 상실하고 부품에서 발생하는 수익 저하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부품은 대개 수입차 한국법인이 공식 AS센터에만 순정부품을 독점 공급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다른 곳에서 구매할 수 없다. 일부 수입차 한국법인은 일반공업소에도 순정부품을 공급하지만 이 경우에도 부품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독일차 수입 딜러사 관계자는 “신차 판매와 부품·AS 매출 비율이 약 8 대 2 정도 된다”며 “대체부품이 도입된다면 부품·AS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부품 도입에 대해 현대모비스나 만도 등 국내 대형 부품사들도 내심 반발하고 있다. 대체부품 시장이 자리를 잡으면 현대모비스의 1~2차 협력사가 단독으로 대체부품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부품물류센터
지난 8월 6일 국토부, 제천시, KAPA 등이 제천 자동차부품 클러스터센터에서 연 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 세미나에 참가한 부품업체 탑아이엔디의 정호순 대표는 BMW 5시리즈에 들어가는 앞 뒤 ‘펜더(타이어 위 외장)’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현재 금형을 개발 중이고 오는 10월이면 BMW 5시리즈용 펜더 부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대체부품 펜더의 소비자 가격은 약 30만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펜더는 BMW 공식서비스센터에서 부품가만 약 50만원이고 여기에 공임(도장 및 탈부착)을 합치면 총 교체수리비는 약 100만원이다. 그러나 탑아이엔디의 대체부품을 사용한다면 부품값 30만원에 국산 중형차의 평균 펜더 공임 약 20만원을 더하면 총 수리비 50만원으로 절반으로 줄게 된다.
정 대표는 펜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고 시 교체 수요가 가장 많고 기술적으로 제작이 어려워 일단 한번 대체부품으로 성공하면 다른 부품으로까지 쉽게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과제들 관계 당국 및 민간 기관들은 내년 1월 대체부품 본격 시행에 앞서 시범 운행 등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김석원 KAPA 회장은 “내년 1월 대체부품 시행에 대비해 늦어도 10월부터 특정 지역에 한해 시범운영을 할 계획”이라며 “내년 본격 시행 시 착오가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체부품 관련 자동차관리법의 하위법령이 곧 마련될 예정인데, 인증기관은 KAPA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대체부품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였던 보험 적용도 숨통이 트였다. 국토부는 지난 7월 22일 KAPA, 동부화재와 함께 대체부품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대체부품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실제 적용이 어려웠는데 앞으론 대체부품 사용을 촉진하는 보험상품까지 개발된다.
또 8월 2일부터 자동차부품 가격을 자동차 제작사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이는 대체부품 시행에 앞선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 시행과 별도로 실제로 대체부품제도가 안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대체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변화가 관건이다. 고가의 수입차를 타는 소비자가 단지 값이 싸다고 순정부품 대신 대체부품을 사용할지 여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부품은 이른바 ‘순정’ 부품들만 바른 제품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비순정 부품도 공식 기관의 인증을 거치면 실제 사용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체부품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대체부품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대체부품이 충분히 생산·유통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대체부품 생산에 뛰어든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대체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내년 대체부품제도가 시행된 후 과연 성공할지는 자신할 수 없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원섭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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