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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이래 최대 위기 강조한 포스코…혁신 포스코 1.0으로 정면돌파
입력 : 2014.05.16 10: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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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포스코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과거 20%를 넘어섰던 영업이익률은 이미 한 자릿수로 쪼그라들었고, 5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영업이익 역시 몇 년 새에 반 토막이 났다. 그야말로 위기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오준 회장이 지난 3월 14일 포스코의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제 8대 회장에 이른 그는 취임과 함께 “위대한 포스코를 재건하자”며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를 외쳤다. 이어 ‘혁신 포스코 1.0’이란 리모델링 방안을 내놓으며 지난 한 달간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경영위기라는 경고등이 들어온 포스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회장의 취임사는 그야말로 비장했다. 세계 초일류 철강사의 CEO에 올랐다는 자부심보다는 포스코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취임사는 부담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특히 그는 “포스코인들에게 ‘조국 근대화’와 ‘제철보국’의 사명감과 열정이 있느냐”며 “도전의식과 희생정신이 살아 있느냐”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임직원들을 질타했다.
권 회장의 이 같은 취임사는 포스코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객관적이며 냉정하게 포스코의 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또한 정확한 현실인식을 통해 앞으로 포스코를 확실하게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말처럼 포스코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외부의 지적처럼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연결기준 매출 41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7조1700억원, 영업이익률 18%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이후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61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2008년 대비 50% 늘어난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 영업이익률은 5% 이하에 머물렀다. 외형은 계속 커졌지만, 실속 없는 장사를 한 셈이다.
게다가 부채비율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다. 2008년 말 58.9%였던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2013년 84.3%까지 올랐다. 정준양 전 회장이 추진했던 사업다각화를 위한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많은 차입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날 인수를 시작으로 M&A에만 5조원 이상을 사용했다.
매출액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들었고, 부채비율이 치솟으면서 포스코에 대한 외부 평가도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a2로 강등시켰다. S&P와 피치 등 다른 신용기관들 역시 최근 2~3년 사이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포스코가 이처럼 위기에 봉착한 가장 큰 이유로 정준양 전 회장의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지목한다. 당시 정 전 회장은 ‘글로벌·종합소재·에너지기업’이라는 큰 목표를 제시하며 비철강 부문과 소재산업 육성에 적극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M&A를 진행했고, 계열사 역시 70여 개로 대폭 늘어났다.
문제는 정 전 회장이 공격경영에 나선 시점이다. 2008년 말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됐고, 철강경기가 축소되면서 포스코의 공격경영이 기회가 아닌 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포스코가 당시 철강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각종 신사업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위기가 찾아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1일 현충원에 있는 고박태준 명예회장 묘소를 방문한 권오준 회장과 포스코 임직원들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 ‘혁신 포스코 1.0’도 제안했다. 권 회장은 “1.0은 새로움과 하나, 그리고 일등이 되는 것을 담고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4가지 실천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기술기반의 ‘솔루션 마케팅’을 통한 철강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강화다. 권 회장은 “철강사업본부 내에 제품솔루션센터를 창설해 고객의 잠재적인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솔루션 마케팅은 바로 고객사가 가장 쓰기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가장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이를 재가공하기 용이한 기술도 같이 제공해 고객사의 만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에너지강재 등 7대 핵심제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 공급업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함과 동시에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세계 초일류 생산현장으로의 변신도 주문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진행 중인 해외사업에 대해서는 파트너십의 강화를 통해 사업 조기실현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실천방안으로는 ‘신성장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거론했다. 포스코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 작업을 예고한 셈이다.
권 회장은 “시장성이 높은 소수 사업에 집중하겠다”면서 원천소재와 청정에너지를 지목했다.
또 계열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방만해졌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권 회장은 기존 사업구조와 투자구조를 재정비해 소그룹 단위로 재정비 한 뒤 사업군별로 시너지를 내도록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할 방침이다.
특히 신규투자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내실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내부 조직과 제도, 프로세스, 기업문화에 이르는 경영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예고했다. 그는 “현재 6개 부문을 4개 본부로 축소하고 조직계층도 간소화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면서 “관리직 임원을 줄이고, 전문직 인력을 활용하는 성과중심으로 새롭게 조직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해낸 임직원에게는 성과에 상응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공언했다.
권오준 회장 제강부 방문(2014년03월14일)
실제 권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는 새로운 프로젝트 발굴에 나서 한 달 만에 380여 개에 달하는 혁신안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게 바로 ‘전문직 임원 제도’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관리부서 임원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위대한 포스코의 재건”을 선언한 권 회장은 취임 한 달 동안 활발한 현장 경영에 나서며 포스코 중흥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포항제철소 3제강공장을 방문한 후, 지난 3월 20일에는 광양제철소를 찾아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한 지난 4월 1일 창립 46주년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명예회장의 묘소를 방문했고, 최근에는 조선업체들과의 원자재 가격협상에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황무지에 불과했던 포항 영일만에서 오직 ‘제철보국’이란 의지만으로 일어나 세계 최고의 철강사로 거듭난 포스코. 반세기가 지난 지금 포스코는 ‘위기’라는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제8대 회장에 취임하며 포스코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권오준 회장이 100년을 이어갈 ‘위대한 포스코’의 기반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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