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 원하는 임원, 당신은…

    입력 : 2013.11.22 10: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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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A부장은 지난해 가을만 떠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 당시 자신에게 일어난 천지개벽에 그 동안 없던 가슴통증까지 생겨 1년 내내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입사한 지 20여 년이 된 A부장은 그 동안 이른바 ‘라인’으로 평가받았다. 오너와 동향에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후배 사이였으니 누가 봐도 실세였다. 주변엔 “사실상 예비 임원인데 일찌감치 줄 서겠다”는 후배도 있었고, “묻어가려고 왔다”며 애교 섞인 진심을 털어놓는 동기도 있었다. 덕분에 입사 후 노른자위라고 평가받는 부서로만 이동했다. 사내에선 그를 차기 ‘총괄임원’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그가 이상 징후를 느낀 건 지난해 늦여름. 우선 회의시간에 부서원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예전 같으면 왁자지껄 신소리도 오갔을 법한데 이상하리만큼 도서관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한 동안 계속됐다. A부장이 자신의 입지에 이상이 있다고 느낀 건 거래처와의 비즈니스미팅에서였다. 관례처럼 저녁식사 자리가 이어졌는데, 그 동안 말 안 해도 자리 지키고 앉아있던 후배들이 먼저 간다며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한 시간 후엔 A부장만 남았다. 이런 일이 서너 번 연거푸 이어지자 밖에서부터 “끈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여름 지나 가을, A부장은 인사이동에 미끄러지고, 한참이 지나 자신에게 왜 그런 일들이 이어졌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A부장은 그 동안 부서격려금이나 활동비 등 가외로 생긴 소득에 대해 아무 거리낌 없이 우선 자신부터 챙겼다. 심할 땐 8:2 비율로 자기 지갑에 들어갔다. 도대체 누가 알겠냐는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알아버린 누군가가 실망 섞인 푸념을 내뱉었고, 인터넷 시대에 발 없는 말은 전 세계로 달려 나갔다. A부장이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땐 이미 사내에 ‘파렴치한’으로 낙인찍힌 후였다. 인사발령이 난지 얼마 안 된 시점엔 위에서도 탐탁지 않게 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년이 지난 지금, A부장은 사내에서 다시금 임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지방 계열사 말단 임원이다. 지금까지 퇴직을 앞둔 부장들이 발령받았던 자리다. A부장은 현재 정년퇴직까지 8년이나 남았다.

    연말 인사이동 시기를 앞두고 기업 임원과 임원 승진을 앞둔 부서장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평생직장이 요원해진 시점에 ‘임원은 2년 계약직’이란 말이 현실화된 요즘, 헤드헌팅 회사를 찾는 현직 임원도 점점 늘고 있다. 한 커리어컨설팅업체 임원은 “웅진이나 STX 등 대기업이 쓰러지고선 관련 임원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며 “덕분에 책상에는 임원들의 이력서가 수두룩하다. 여기에 인사이동 시기가 다가오면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임원부터 회사 분위기를 예의 주시하며 이직하려는 임원까지 비밀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먼저 주변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이 원하는 임원은 어떤 조건을 갖춘 리더일까. 박영렬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현 시대는 급변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이라며 “이런 시기에는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혁신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부서원들과의 관계형성도 소통과 협력의 기본 덕목 중 하나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타인과의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원으로서 수행할 업무 중 상당 부분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형성입니다. 상사를 모시기도 하고 외부 거래처나 갑을 관계에 놓인 유관 기관 관계자도 만나야 하고, 특히 부하직원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는 ‘흥정’하기보다 마음을 비우고 ‘사랑과 양보’를 베풀어야죠. 상대에게 양보함으로써 조직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되겠지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 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골프를 할 때도 규칙을 강하게 주장하고 심지어 가벼운 속임수를 쓰더라도 꼭 이기려고 애 쓰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이런 분과는 별로 거래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고의로 져주려는 것도 꼴불견이지요.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진심으로 애정을 갖고 베풀면 항상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하 직원을 함부로 대하거나 심지어 잘 되는 것을 질투하고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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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근만 주면 효과 100배?! 한 IT기업의 B이사는 한 동안 사내에서 말 그대로 곤혹스러웠다. 지금도 자신은 좋은 뜻에서 행한 일인데 의미 전달이 잘못됐다고 굳게 믿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프로젝트 인센티브에서 시작됐다. B이사는 상사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는 확실한 당근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인센티브를 걸자고 제시했다. 회사 입장에선 크게 선심 쓸 입장이 아니었지만 B이사가 강하게 나오니 시늉이라도 하자며 기획안이 채택되면 50만원을 포상하겠다고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했다. B이사는 직원들과 회식자리에서 선심 쓰듯 과정을 밝혔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밀어 붙여 만든 인센티브인데 쫀쫀하게 기획안 완성해서 한몫 단단히 잡아보자고. 이건 팀이 아니라 개인이니 누가 받아도 뒷말 없는 걸세.”

    허나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제출된 기획안도 몇 안됐고 그나마 쓸 만한 것도 없었다. 사내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사내에 마련된 ‘해우소 게시판’엔 ‘50만원에 내 알토란같은 기획안을?’이란 푸념도 올라왔다. 얼마 뒤 사내 인트라넷엔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이번 프로젝트 공모전에는 당선 해당작이 없음을 공지합니다.’

    한 헤드헌팅업체 임원은 “내가 아니라 상대를 중심으로 사고해야 환영받는 사회”라며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권위적인 리더십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은 “리더는 리더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도와주고 푸시하는 사람”이라며 “옛날에는 업무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부하직원들이 더 많이 알고 스마트한 시대다. 도와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근과 채찍에 대해선 돌다리도 두드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푸시하고 도와주는 방법에서 당근책을 쓸 땐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톡옵션을 제안했다면 얘기하는 순간 갑을관계가 형성됩니다. 상대방은 꼭 돈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닌데 돈으로 얽매려 한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요즘은 일이 좋아서 열심히 노력하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현 시대는 갑과 을이 없는 시대잖아요. 모든 이들이 똑똑합니다. 위에 있다고 우월한 게 아니니 어설픈 갑질은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의사보다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시대 아닙니까. 그래서 당근책이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또 하나 적은 당근으로 생색내는 건 더더욱 좋지 않아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려해야죠. 늘 상의하고 토론하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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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성공스토리는? 한 중견기업의 인사담당 C상무가 마케팅 임원을 영입하기 위해 그 동안 거래하던 커리어 컨설팅 업체를 찾았다. C상무가 컨설팅 업체 D전무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을 뽑아야 회사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D전무는 곰곰이 생각하다 “회사가 원하는 인물을 뽑으셔야죠”라고 답했다. 답을 들은 C상무는 “바로 그 점이 문제”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C상무는 그 동안 인품과 능력, 평판을 중심으로 임원 영입에 나섰지만 뭐 하나 신통하게 잡히는 게 없었다.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올라온 후보군에는 경력이 탁월한 인물들이 즐비했지만 자체 평판조회에서 늘 문제점을 드러냈다. 강하면 불만이 많았고 부드러우면 능력이 의심됐다. 그 동안 스치듯 만난 선배, 교수, 경영 전문가들에게 ‘도대체 어떤 인물을 뽑아야 회사에 도움이 되겠습니까?’란 질문을 수없이 했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성공’이었다.

    박흥수 한국경영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임원의 평가에 대해 “사람의 본성은 제대로 알 수 없다”며 “그만큼 임원의 평가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임원의 조건으로

    첫째, 업무수행의 전문능력

    둘째, 직원관리를 위한 성품

    셋째, 대인관계

    등 세 가지를 내세웠다.

    “세 가지 모두 평가가 쉽지 않습니다. 한 번은 한 기업 사장님이 임원을 찾는데 창의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를 이야기 해보시오’란 주문을 해보라고 했어요.

    성공사례에는 창의성과 성실성, 정직함과 열정이 담겨있습니다. 또 과거에 성공했던 사람은 미래에도 성공할 수 있어요. 전 제자들에게도 ‘스스로의 성공스토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가치를 남겨둬야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성공스토리를 말할 땐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논해야 해요. 한번은 우연히 성공할 수 있지만 2~3번 성공을 이어가려면 이론적인 무장도 뒷받침 돼야 합니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여러 사람들의 도움도 받아야 하죠. 여기에서 대인관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공스토리를 보면 그 사람의 역량을 알 수 있어요. 어떠세요?”

    자기계발 꾸준한 직장인이 월급 더 받는다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가 남녀직장인 894명을 대상으로 자기계발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의 월급이 평균 24만원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 참여자 중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의 평균 월급은 209만원, 그렇지 않은 직장인은 186만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행복점수도’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은 10점 만점에 평균 5.9, 그렇지 않은 직장인은 평균 4.9점으로 1점의 차이를 보였다.

    한편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현재 자기계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기계발을 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전체 74.6%고 ‘그렇지 않다’는 직장인이 25.4%를 차지했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자기계발은 외국어 공부였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을 공부한다는 직장인이 57.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체력단련(34.6%), 해당직무 전문분야(30.4%), 직무 외 분야(16.8%), 인문학 교양(9.7%), 기타(0.4%) 순으로 집계됐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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