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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이직의 기술’
입력 : 2013.09.03 09: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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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 1위가 승진, 2위가 급여 수준, 3위가 바로 이직이었다.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지고 이직이 일반화되면서 직장인들의 관심은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민감한 문제가 이직인 탓에 올바른 준비 방법이나 수칙 등의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특히 주니어에 비해 몸집이 크고 엉덩이가 무거운 탓에 이직이 어렵고 까다로운 관리자 이상 임원급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LUXMEN>에서 몸값과 커리어는 높이고 평판은 유지하는 똑똑한 임원급 이직의 7가지 초식을 공개한다.
제1초식 어깨 ‘뽕’을 제거하고 몸을 낮춰라 ‘라면 상무’ ‘빵 회장’ 등 얼마 전 갑질 한 번에 파멸한 기업임원이나 오너가 언론지상을 장식하며 임원들의 권위적인 태도나 도덕성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들이 임원을 뽑을 때 이러한 부분의 검증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면접관(Interviewer)의 지위에 익숙한 임원들은 항상 자신이 면접자(Interviewee)의 입장에 처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은주 커리어케어 이사는 “실제로 한 기업에만 오래 근무한 임원분들이 면접에 임하는 기본적인 매너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 필요한 예절이나 기술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어깨 뽕’을 뺀다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 이는 자신의 포지션이 소위 잘 나가는 임원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는 구직자로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OO기업 부사장이면 어떤 사람인지 다 알잖아’라는 태도는 이직에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왔는지, 새로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은 무엇인지 자신의 경쟁력을 우선 냉정하게 정리해야 한다. 즉 이직 시장에 나온 경쟁자들에 비해 자신이 우위를 나타낼 수 있는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을 정확히 정의하고 이력서를 통해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2초식 이직할 보직의 ‘역사’를 취재하라 이직을 결심했다면 가야 할 회사와 직무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기업문화, 비전, 핵심 인재상 등은 기본 사항으로 파악해야 한다. 보직의 공석이 발생한 이유와 현재 상황까지 알아내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명확해진다. 과거 그 자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 둔 이유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가 아니었는지, 역량에 부합하지 않는 일자리였는지, 압박이 심했는지, 일정이 빡빡했는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했는지 등을 살피는 것이다.
이외 전임자들의 임기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정 이사는 “대부분 40대 중반을 지난 부장급 이상은 이직 후 다닐 직장에서 정년까지 보낼 각오를 하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2년 동안 4명이 거쳐 간 자리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주니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풍부한 임원급들의 경우 정보 수집이 용이하다. 그러나 지나친 정보과잉이 가져오는 역효과도 존재한다. 바로 카더라 통신이다. 특히 과거에 그 조직이나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을 한 사람들의 의견은 걸러서 들어야 한다.
다수의 헤드헌터들은 카더라 통신 때문에 좋은 기회를 지레 포기하는 임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조언한다. 임원 자리는 흔치 않아 놓친 기회는 다시 잡기 어렵다.
임원급을 포함해 이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연봉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헤드헌터들은 연봉이 높은 비중의 동인으로 작용한 이직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고액 연봉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지원하는 사람도 적고, 적당한 사람을 구한다 하더라도 오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각 회사마다 자체의 연봉 산정 시스템이 있다. 간혹 특별하게 우수한 지원자의 경우 그 능력을 인정해 기존의 연봉 체계의 범위를 벗어난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연봉협상은 지원자의 요구대로 이뤄지는 경우도 거의 없고, 회사의 일방적인 요구대로 어처구니없이 낮게 이뤄지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이직 시 연봉 인상을 원한다면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하게 연봉 인상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점은 제시하는 근거가 회사에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타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액수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인 A씨와 연봉 8000만원인 B씨의 연봉은 겉으로 보기에 2000만원의 차이가 나지만 두 사람이 받게 될 실질적인 혜택은 충분히 역전될 수 있다. 복리후생 항목의 차이, 차량·기사지원 여부, 법인카드 사용한도, 주택자금융자, 직원저리대출제도, 자녀학자금지원, 휴가제도, 퇴직금계산방법, PS(Profit Sharing)와 PI(Productivity Incentive)와 같은 다양한 제도로 회사로부터 받는 실제 혜택은 B씨가 훨씬 높을 수 있다. 제시되는 ‘숫자’에 연연하기보다는 이 회사에 입사 후 실제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연봉을 ‘숫자’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종합적인 ‘혜택’으로 보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제4초식 ‘찔러보기’ 지원은 재앙 주니어급의 이적과 달리 임원급의 경우 더욱 보안이 중요하고 기회도 제한적이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와 보직을 명확히 한 후 신중한 지원이 필수적이다. 다수의 기업에 한꺼번에 이력서를 제출해 복수합격을 한 경우 신입사원이나 5년차 이하 주니어들의 경우 쾌재를 부를 것이다. 그러나 임원급의 경우 필히 한 회사에는 비수를 꽂아야 한다. 검증이나 면접이 까다로워 좀처럼 뽑기 힘든 임원이기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이다. 기업의 위신에 상처를 입힌 ‘괘씸죄’까지 가중될 경우 평판은 바닥으로 향한다.
또한 타 회사에 지원해서 합격한 후 이직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한 헤드헌터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회사를 옮기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지원해 합격만 해놓고 이직을 하지 않는 경우 면접을 본 회사에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입사지원한 자체가 이전 회사에 흘러들어갈 경우엔 지원자의 충성도도 의심받게 된다”고 귀띔했다.
한편 회사에 이직 의사를 밝혔다면 이를 번복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 행여 이직 의사를 밝힌 후 회사가 이직 희망자를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연봉이나 승진,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위험한 유혹’일 가능성이 크다. 당장 필요나 욕구를 채워줄뿐더러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느니 다니던 회사에 남는 게 낫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조직 내에는 당신에 대해 ‘늘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 또는 ‘몸 값 올리기에 급급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지우기 힘들다.
제5초식 최근 임원 트렌드는 ‘젊음’… 최대한 단정하게 임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문성만이 아니다. 리더십, 변화 대처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사회성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자리다. 게다가 미디어에도 자주 노출된다. 따라서 업무 외에 시대의 흐름을 캐치하는 능력과 젊은 직원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는 왠지 모르게 불통 또는 에너지가 부족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물론 외모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젊고 세련된 외모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하다. 자신의 외모가 자신에게 마이너스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임원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젊은 이미지’는 자신만의 무기로 삼기에 충분하다.
정 이사는 “최근 한 외국계 금융사 임원에 71년생이 내정돼 화제가 됐다. 갈수록 임원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기존의 임원들은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나이도 나이지만 기업들이 젊고 활기찬 이미지의 임원을 원하는 만큼 외모를 가꾸는 노력도 필수”라고 설명했다.
제6초식 품위 있는 뒷모습을 남겨라 # 한 중소 증권사에 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는 동종업계 해외지점 부사장으로 입사 제의를 받았으나 고민의 시간이 길어져 출국 일주일 전까지 회사에 관련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워낙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많은 반면 인수인계 시간은 턱없이 짧아 같은 부서 사람들은 물론 회사 임원들까지 그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인정받던 그의 능력은 잊혀졌고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년 뒤 B씨는 본사에서 전해들은 소식에 앞이 깜깜해졌다. 이전 회사에서 자신이 모시던 임원이 현재 회사의 CEO로 부임한 것이다.
직장에서 이직자가 취하는 마지막 모습은 필경 남아있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B씨의 사례가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동종업계 이직의 경우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끝맺음이 나쁠 경우 그동안 쌓아 왔던 좋은 평판들까지 한번에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 사직 그 자체로 상사나 동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회사는 후임자를 찾아야 하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새 사람이 올 때까지 이직자의 일을 대신 처리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붙잡고 자리를 비우거나 동료들의 도움 요청을 모른 척하는 것도 좋지 않다. 특히 남겨진 자리는 깨끗하게 정돈한다. 어지럽혀진 서류 등을 보고 당신을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수인계가 가능한 충분한 시간 전에 회사에 알리는 것이 좋고 시간이 촉박하게 남았다면 이직할 회사에 양해를 구해 출근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 만약 이마저 불가능하다면 이직 후라도 시간을 쪼개 끝맺음 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제7초식 ‘잡 호퍼’ 꼬리표 없애기 이직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이직자들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특히 철저한 경력관리를 통해 적재적소에 직장을 옮겨온 이들일지라도 자칫 잡 호퍼(Jop Hopper)라는 인식을 주거나 충성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가 중요하다. 영입된 인사에 대한 검증기간이 존재한다. 이직 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 문화에 빠르게 녹아들어야 한다. 동화되어야 자기 사람을 만들 수 있고, 자기 사람이 있어야 성과가 나는 법. 이직한 임원은 새로 옮긴 직장의 공채 출신의 텃새도 이겨내야 하는 만큼 부하 직원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아군을 늘려야 한다. 특히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초기부터 기존의 조직문화를 성급하게 바꾸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 임원이라 하더라도 기존 문화를 무리하게 바꾸려하기보다는 기존의 문화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너십(Ownership)과의 관계에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직 후 많은 임원들은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에 힘쓰다가 ‘위’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커리어케어 관계자는 “조직 적응도 훌륭하고, 새로 만난 부하 직원들과의 관계도 원만하고, 업무 성과도 좋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는 것은 ‘위’와의 관계가 소원하기 때문이다”며 “이에 따라 자신 스스로 자신의 성과나 평판을 ‘위’에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너와의 신뢰와 친밀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은 이전 직장과의 비교가 담긴 발언은 언제나 금물이라는 점이다. 새 직장의 문화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는 것은 자기 주변의 동료와 이들이 오랜 시간 몸담고 있는 조직을 함께 비난하는 것과 같다. 반면 기존의 직장을 비하하고 새로운 직장에 대해 ‘용비어천가’를 늘어놓는 것은 잠깐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지 몰라도 결국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동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정은주 커리어케어 이사가 콕 찝은 ‘반드시 피해야 할 이직 패턴’ 선배 따라 강남가면 오리알 되기 싶죠
이상적인 이직의 유형이 있을까요? 커리어의 확장되는 경우가 예가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A와 B의 업무를 하시던 분이 새로운 보직에서 A+B를 하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성공적입니다. 업무효율 측면에서 상당히 좋거든요. 두 번째로 규모가 적은 곳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100% 펼치며 도전에 나서는 경우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은행권에서 PB 사업을 하시던 분이 있는 증권사에서 네임밸류도 떨어지고 규모도 떨어지지만 노하우를 100% 쏟아낼 수 있는 케이스고 실제로 많은 성공을 거둔 전례도 있죠. 이러한 케이스가 연봉도 상당히 높게 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단 실력과 노하우가 없는 경우는 절대로 불가합니다. 인프라가 없는 만큼 실적 압박이나 일의 강도 등에 대한 각오는 해야 하죠.
반대로 피해야 할 이직 패턴도 존재할까요? 연봉이 70% 이직 동인이라면 상당히 위험하죠. 터무니없이 연령이나 경력에 비해서 높게 책정된 연봉은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거든요. 임원 정리에 있어 비용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니까요. 또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무조건 선배 따라 나서는 것도 위험합니다. 불러온 선배가 퇴사할 경우 자신의 역할이나 입지가 애매해지는 케이스가 많아요.
최근 기업들이 임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인테그리티(Integrity; 인간적·직업적 진정성)라는 한 단어로 정리가 될 것 같아요. 가끔 임원 분들의 경우 지나치게 말이 많고 허풍이 심한 분들이 있거든요. 1순위로 정리가 되죠.(웃음) 이직이 지나치게 잦은 경우에는 이러한 의심을 받을 수 있어요. 이러한 인테그리티는 평판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평소에 관리가 필요해요. 높은 도덕성이 기본적으로 되어 있어야 하고 약자를 케어해주는 모습이나 겸손함 등이 필요하죠.
면접에서라면 한 장짜리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을 낮추면서도 성실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죠. 이직할 회사에서 요청하지 않는 경우라도 이러한 방법은 꽤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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