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금융그룹|DNA 바꾼 파격실험 ‘따뜻한 금융’

    입력 : 2013.08.09 17:01:23

  • 한동우 회장 왼쪽 두 번째
    한동우 회장 왼쪽 두 번째
    금융업은 본성적으로 차갑고 냉정하다. 모든 금융사들은 원 단위의 치열한 금리 경쟁을 펼치고 수익은 곧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러한 연유로 금융사들이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다거나 하는 사회공헌은 실상 금융업의 본질에 배치되는 허울뿐인 목표로 치부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금융에 따뜻함을 요구하고 있다.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 금융업의 탐욕적인 모습을 지워 ‘따뜻한 금융’을 구현하겠다고 금융권에서조차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권에서 주장하는 ‘따뜻한 금융’이란 무엇일까? 취임 초기부터 줄기차게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목표 가치로 내세운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룹이 안팎으로 어지러운 시기에 취임한 한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무엇보다 조직의 안정과 시장의 신뢰가 최우선 과제임을 직시하고 그룹 운영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내실 작업을 펼쳤다.

    한동우 회장은 취임 당시 “신한의 존재 이유는 사업을 영위하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라며 그룹의 본질적 가치를 정의했다.

    사실 신한금융그룹은 창립 이래 일관되게 수익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영전략을 통해 성장을 일궈왔다.

    이를 통해 신한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국내 금융회사 중 유일하게 공적자금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 생존의 길을 걸어 올 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시장은 한 회장의 ‘따뜻한 금융’론에 대해 수익성 일변도의 기업문화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일대 변혁이라 평가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지난 2012년 한해 동안 사회책임경영 활동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2012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지난 2012년 한해 동안 사회책임경영 활동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2012 사회책임보고서’를 발간했다.
    모호했던 개념이 가시적 성과로 오늘날은 과거와 다르게 경기순환주기가 빨라지고 기업의 부침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 확보가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 회장은 취임사에서 “신한의 본격적인 변화는 지금부터”라며 “금융이라는 신한 가치와 사회적인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따뜻한 금융’이 신한人의 DNA로 내재되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회사가 본업인 금융을 통해 고객들과 따뜻한 유대감을 만들어가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 생존을 담보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한동우 회장의 시대 인식이다.

    이렇게 탄생한 ‘따뜻한 금융’에 대해 초기에는 모호한 개념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따라 다녔다. 그러나 신한금융그룹은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이러한 의문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2011년 9월 ‘그룹경영회의’를 통해 금융 본업에서의 따뜻한 금융 실천을 위해 각 그룹사가 뽑은 과제 33개를 우선과제로 선정했다. 이는 신한은행을 비롯한 전 그룹사들이 그간의 잘못된 관행과 프로세스를 고객 관점에서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발족한 ‘따뜻한 금융 추진위원회’에서 그룹사의 ‘따뜻한 금융’ 추진실적을 매분기별로 점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존의 불합리한 여신체계 개선을 위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 최고금리를 3%씩 인하했다. 현장실천 강화를 위해 소비자 보호지수를 영업점 KPI(성과평가기준)에 도입해 성과평가 지표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밖에 지난 4월 1일 소비자권익 헌장 공표 및 실천을 결의한 후 매달 1일을 소비자보호 실천의 날로 운영 중이다.

    기존 33개 추진과제의 지속적인 이행실적을 보면, 일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기 거래고객 회생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누계기준 총 2012건, 총 248억원을 지원했다.

    한편 지난 4월 12일에는 콜센터 내 서민금융 전담팀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저신용자 대출을 위한 서민대출 신용평가 모형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중진공과 협업해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으뜸기업-으뜸인재’ 프로그램에는 상반기에 287개사가 참여해 185명이 취업의 기쁨을 안았다.

    신한카드는 임원은 물론 지점과 본부, 부서평가에 따뜻한 금융에 대한 실천을 점수화해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장기 입회 저소득 회원의 경우 병원비에 대해 할부 결제금액 무이자 전환 TM을 실시했으며 올여름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회원 및 직계가족을 대상으로 카드 대금 청구를 2개월 유예하도록 조치해 높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한 미취학 아동센터가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230여개 ‘아름인 도서관’을 건립해 교육기반 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아름인 금융교실’을 통해 미취학 아동들에게 돈의 개념 등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객 수익률로 직원을 평가하는 제도도 확대키로 했다. 이는 ‘고객이 돈을 벌어야 회사도 수익이 난다’는 대원칙을 가지고 도입한 것이다. 수수료 수익을 위한 잦은 종목교체, 미확인 급등주/테마주 투자 등에 대해선 투자를 금지하고 나섰다. 또한 과거 판매상품에 대한 고객평가단제를 도입해서 온라인 모니터링을 통해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고 만족도를 점검했다. 특히 이 고객평가단은 상반기에만 50건의 제안, 이 중 29건은 개발까지 완료된 상태다.

    신한생명의 경우 보험 본연에 충실한 품질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불완전 판매율, 대외민원평가, 해피콜 승낙률 등 다양한 평가항목을 가지고 품질경영지수를 도입, 고객을 위한 보험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신한 해피실버 금융교실’은 80여개 복지관에서 6500여명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및 세무, 노후 재테크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바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외에 협력사와의 관계에서도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협력회사와의 상생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협력사들이 부당하게 차별을 받거나 불합리한 거래 관행 속에서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기본 원칙과 구체적인 과제를 도출해 실천하고 있다.

    그룹의 가치 체계도 새롭게 보완했다.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미션을 정립함으로써 따뜻한 금융의 의미를 그룹의 가치경영체계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한 회장은 이러한 따뜻한 금융의 성과에 대해 “몇 년, 혹은 몇 십 년 동안 조직 내에 뿌리를 내려 온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허나 이것은 신한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믿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하게 한 걸음씩 나아갈 생각이다” 라며 따뜻한 금융이 선언적 가치로 끝나지 않는 장기적인 실천과제로 삼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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