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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판 프랑스 엠리옹 경영대학 럭셔리마케팅 교수…럭셔리 브랜드는 관리가 생명
입력 : 2013.07.15 09: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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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의 가장 아래 부분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를 예로 들 수 있다. 대중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높으며 주로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가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다음은 ‘엑세서블(Accessible) 럭셔리’로 엠포리오 아르마니, 코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멋진 매장에 화려한 디자인을 갖췄지만 품질은 그리 높지 않다. 사람들은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가 급격히 증가하고 소비자의 선호와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구매력에 따라 명품의 개념이 나뉘고 있다는 것이 미셸 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브랜드가 처음 대중의 뇌리에 박힌 이미지를 바꾸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기부터 제품의 퀄리티에 맞는 지속적이고 확고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가 자리 잡은 후에 피라미드 위의 단계에서 아래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나 전체적인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며 “에르메스의 경우 예를 들면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한 모델이나 스카프 등 액세서리를 선보이면 (보다 대중화된) 루이비통과 같은 브랜드로 비춰질까 두려워해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브랜드의 가치가 피라미드의 아래단계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대차를 예로 들었다.
“현대차의 경우 대중화된 시장으로 진출해서 높은 럭셔리 브랜드로 진출하기 위해 프라다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는 도요타, 푸조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나 어퍼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가 상위인 럭셔리 단계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미셸 교수는 이렇듯 ‘브랜드 점핑(Jumping)’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대중의 심리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는 절대 멍청하지(Stupid) 않다”고 강조하며 “그들은 럭셔리를 소비하며 많은 돈을 지불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퀄리티나 만족감을 얻길 바란다. 뇌리에 적정한 가격의 낮은 퀄리티의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인식된 후 가격을 올리면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미셸 교수는 아직까지 국내에 부족한 글로벌 슈퍼 럭셔리 브랜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몇몇 브랜드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럭셔리 브랜드는 “만드는 것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하며 중국 패션브랜드 NE Tiger를 예로 들었다.
“NE Tiger의 경우 철저하게 슈퍼 럭셔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 탄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중국 내 5개 점포만 운영하며 높은 기술을 가진 장인의 손을 통해서만 옷을 제작한다. 슈트 한 벌에 3000만원이 넘는 이 브랜드는 앤디 맥도웰, 공리, 장쯔이 등 월드스타들에게 홍보대사 역할을 맡기는 등 오랜 기간 동안 철저하고 지속적인 관리 끝에 글로벌 슈퍼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편 그는 중국 럭셔리 시장의 성장이 7%대로 떨어져 침체 국면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체적인 시장의 성장 속도가 늦춰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루이비통, 구찌 등 일반적인 럭셔리 브랜드의 소비세는 주춤했으나 벤틀리의 경우 중국 판매량은 미국을 앞서 세계 제1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산업발전과 함께 소비자의 구매력의 차이가 커지면서 양극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핵심적인 시장(Core Market)은 더욱 성장했다.”
마지막으로 미셸 판 교수에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한국 브랜드가 있는지 물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가 가장 가능성이 큰 브랜드로 보인다. 높은 퀄리티를 기본으로 인삼과 전통 약초 등을 원료로 사용해 아시아적 분위기를 가미한 점이 인상적이다. 포장 역시 우아하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다른 하나로 빈폴을 꼽을 수 있다. 옷의 디자인이나 질이 상당히 뛰어나고 젊은층부터 장년층(Mature)까지 폭넓은 층의 소비자 선호에 부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셸 판(Michel Phan) 엠리옹 경영대학 럭셔리마케팅 교수 전 ESSEC Business School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 Executive Program의 Academic Director, 전 LVMH-ESSEC 석좌 교수, 에르메스(Hermes International), 리치몬트 그룹(Richemont Asia) 등 다수 명품브랜드 컨설팅 프로젝트 진행.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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