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TV홈쇼핑 그리고…모바일쇼핑의 무서운 질주

    입력 : 2013.07.15 09: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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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회사에서 업무시간 중 짬을 내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이진영 씨(30). 컴퓨터를 이용해 생수나 휴지 같은 생필품이나 패션의류를 사는 데 익숙했던 이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쇼핑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있다. 지루한 출퇴근 시간 지하철 속에서도 쉽게 손가락 터치 몇 번이면 ‘구매 완료’ 메시지를 볼 수 있고 심지어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도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편리함 덕분에 이씨의 휴대폰에는 항상 홈쇼핑과 오픈마켓이 실행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판매 시장을 잡기 위한 온라인 매체 간의 경쟁이 뜨겁다. 전통적인 TV홈쇼핑과 인터넷의 양강 구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스마트폰 인구 3000만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등장한 모바일 쇼핑이 무섭게 영역을 확장하며 이들을 위협하는 ‘대세’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모바일을 이용한 소비자가 인터넷 고객 수를 뛰어넘는 이변도 생겼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모바일의 상승세가 지속돼 향후에는 TV홈쇼핑 및 인터넷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3주자’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본다. 향후에는 세 매체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소비자를 유인, 시장을 분할하는 삼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국내 홈쇼핑 및 온라인몰 1위 업체인 GS샵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통상 홈쇼핑 업체들은 생방송 중인 TV홈쇼핑 제품을 같은 시간 온라인에서도 동시에 판매하는데, 최근 들어 모바일 쇼핑이 기존 인터넷 주문건수를 뛰어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월 2일 밤 10시 40분 TV에는 GS샵의 여성속옷인 ‘트라이엄프 맥시마이저 패키지’ 판매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72분간 이어진 방송시간 동안 몰린 주문은 총 4630건. 이 중 515건은 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이용한 모바일 주문이 차지했다.

    이는 전체의 11% 수준이다. 반면 인터넷 주문은 218건으로 전체 주문의 4.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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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추세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GS샵이 올해 1~4월 모든 TV생방송 중에 접수된 인터넷과 모바일 주문건수를 비교한 결과 3월 한 달간 모바일 주문은 11만3676건으로 10만3002건에 그친 인터넷을 제쳤다. 인터넷이 모바일에 선두를 내준 것은 지난 2010년 초 이 회사가 모바일 전용 웹페이지를 선보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4월에는 모바일과 인터넷 주문이 각각 13만6522건, 11만3007건으로 그 차이를 더 벌렸다. 3월에는 둘의 격차가 1만674건이었지만 한 달 뒤에는 2만3515건으로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GS샵 관계자는 “모바일 쇼핑은 특유의 높은 접근성 덕분에 매년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2010년 7억5000만원 수준이던 모바일 취급고는 지난해 430억원으로 2년 새 무려 57배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연 30조원 규모로 국내 인터넷 상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픈마켓에서도 모바일 쇼핑의 상승세는 무섭다. 2011년 연간 거래액 810억원을 기록한 11번가의 모바일 서비스 ‘모바일11번가’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28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약진하는 모바일 쇼핑에 관한 증거는 공식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랭키닷컴이 집계한 월간 모바일 쇼핑 소비자는 지난해 10월 1100만명으로, 국내 스마트폰 인구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공식집계를 시작한 그해 4월 463만명보다 2배 넘게 늘어난 숫자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008년 20억원, 2010년 200억원을 거쳐 이듬해 그 10배인 2000억원까지 확대, 작년에는 6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 거부감이 없는 20~30대가 모바일 쇼핑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분위기다. 11번가의 모바일 쇼핑 고객 중 가장 많은 50%가 25~3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고객 비중이 59%인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쇼핑의 주 고객은 ‘2030세대의 구매력 있는 여성’인 셈이다.

    박종인 11번가 모바일 그룹장은 “스마트폰 얼리어댑터가 많고 새 기술을 습득하는 능력이 빠른 젊은 층이 모바일을 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모바일 쇼핑이 확대되면서 잘 나가는 인기 품목도 점차 바뀌고 있다. 초창기인 2011년 11번가 모바일 쇼핑의 매출 탑3 제품은 스키, 수영 등 레저용품과 물티슈, 생리대 등이 차지했다. 올해는 이와 사뭇 다르다. 기저귀와 분유, 유아식이 1위, 여성의류와 스킨케어·메이크업 제품이 각각 2, 3위에 오른 것이다. GS샵에서도 키즈파이 아동 양면 내의가 모바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꼽혔다. 홈메이드 옷걸이와 조성아22 탱글이 크림세트 등 생활용품, 이미용 제품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철저히 개인적인 모바일 기기의 특성에 맞춰 모바일 쇼핑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CJ오쇼핑이 내놓은 소셜커머스 오클락 애플리케이션은 이용 고객의 과거 구매패턴을 분석, 관심 상품을 추천해주는 ‘깜짝추천’ 기능을 탑재했다. 포털과 비슷한 실시간 랭킹 서비스로 빠르게 바뀌는 인기 상품 정보를 곧바로 제공하고 맞춤형 MMS로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것도 눈에 띈다.

    [김태성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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