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젠 품질 넘어 서비스도 세계 최고…현대기아차의 새로운 도전

    입력 : 2013.07.15 09:28:54

  • #1. 현대자동차의 A/S 거점 중 하나인 서울 대방동 소재 남부서비스센터. 노후된 시설과 공장 같은 분위기였던 이곳은 지난해 대대적인 변신을 시작했다. 수북하게 쌓여있던 공구들과 자동차 부품들은 가지런히 정리했고, 쾌적한 대기실과 고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2. 기아차는 올 4월 직영서비스센터에 대한 대대적인 선진화 작업에 들어갔다.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춘 편리하고 쾌적한 시설을 구비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 접근성이 떨어졌던 고객센터는 중심가로 이전해 새롭게 시설을 구비했고, 서울 성동, 경남 창원, 대전의 3개 직영서비스센터는 기존 부지에 신축시설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먼지와 기름이 범벅돼 접근조차 어려웠던 자동차 A/S센터들이 시내 중심가의 PB센터처럼 문화시설과 휴식공간을 갖춘 힐링 플레이스로 변신하고 있다. 세계 5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기아차그룹의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고객들과 직접 만나는 공간인 A/S센터들에 대한 리모델링 및 개선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강조했던 ‘품질경영’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세계 5위 수준의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고객만족도를 높여주는 감성경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그룹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 단순히 자동차를 고치기 위해 찾았던 A/S센터를 쉬고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키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정비센터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 교육에도 나선 상태다.

    품질을 넘어 서비스와 고객만족도에서도 세계 1등을 꿈꾸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새로운 도전을 살펴봤다.

    힐링을 위한 고객의 쉼터로 변신 현대차는 지난 2012년 7월 ‘고객 중심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 초부터 현대차의 브랜드 슬로건으로 발표한 ‘Live Brilliant(빛나는 삶)’처럼 고객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고객들과 처음 접하게 되는 판매점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시작했다. 먼저 서울 서초지점을 ‘프리미엄 플라워샵 1호점’으로 정하고 딱딱해 보이는 영업점을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서초 영업점은 ‘플라워샵’이란 명칭에 맞게 플라워샵 전문브랜드인 ‘스텔라’와 함께 샵인샵의 형태로 선보였다. 최근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바람을 보여주는 현대차의 TV CF를 이곳에 오면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영업점을 플라워샵으로 변신시킨 것은 아니다. 각 지역마다 특색 있게 이색테마를 적용했다. 실제 대치영업점은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로 변신하며 ‘대치 H-Art’로 간판을 바꾸었고, ‘로보카 폴리지점’과 ‘여의도 현대 에스프레소 1호점’ 등 고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이색전시장을 오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역마다 영업점을 방문하시는 분들의 취향이 모두 다르다”면서 “이색전시장을 통해 현대차 영업점을 문화시설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이색테마 지점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이색테마 지점들이 단순히 건물만 바뀐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색테마 지점들은 자신의 테마에 맞게 다양한 서비스와 문화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서초 프리미엄 플라워샵은 방문고객을 대상으로 꽃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화훼 강좌와 부케가 장식된 웨딩카를 제공하는 등 ‘꽃’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개해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기아차 역시 변신에 나섰다. 직영서비스 거점을 고객 접근성이 편리한 곳으로 이전하고 편의성 향상을 위해 대대적인 서비스 네트워크 선진화 작업에 돌입했다.

    먼저 기아차는 고객들이 쉽고 편리하게 직영서비스센터를 찾을 수 있도록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센터들을 이전했다. 경기도 안양, 서울 영등포, 경북 경산, 광주 내방동의 4개 센터를 중심 상권인 경기도 의왕, 경북 포항, 광주 농성동으로 이전하는 신축 공사를 시작한 것.

    여기에 서울 성동, 경남 창원, 대전 등 3개 직영센터는 기존 부지에 신축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이밖에 수원 및 제주센터는 리모델링 중이며, 서울 도봉·대구·부산·청주 등 4개 직영센터는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기아차의 서비스 네트워크 리셋은 단순히 건물을 이전하거나 새로 짓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고객들의 동선을 고려한 공간과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공간, 여성 고객을 위한 전용 쉼터 등 차별화된 서비스 공간을 제공한다. 기아차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Red Cube(레드큐브)’ 콘셉을 도입해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변신을 준비 중이다.

    ‘레드큐브’를 적용한 건물 외관은 ‘신뢰’를 상징하는 육면체를 바탕으로 타원과 직선이조화를 이룬다. 특히 기아차를 상징하는 붉은 색의 포인트와 시원한 유리 소재를 사용해 생동감 있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제공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서비스 거점은 단순히 차량을 수리하는 곳이 아니라 기아차와 고객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라는 비전을 갖고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면서 “하드웨어 선진화와 함께 고객을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객이 언제나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객만족도 위한 감성경영 지난해부터 시작된 현대기아차그룹의 하드웨어 개선 노력은 이제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시원하고 쾌적한 시설로 변신한 현대기아차의 서비스센터에 차량 수리가 아닌 단순 방문을 위해 오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을 정도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의도했던 고객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신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비센터의 변신 같은 하드웨어 외에도 직원의 서비스 마인드 고취를 위한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고객만족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직원들의 전문지식 습득과 교육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차는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12일 기아차의 전 세계 정비센터 서비스어드바이저(SA, 서비스 상담원)들이 참가한 ‘제2회 서비스 상담원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1427개 딜러, 1554명의 서비스 상담원들이 올해 초부터 예선을 거쳐 선발된 43개국 52명의 상담원들이 참가했다. 경합은 치열했다. 먼저 정비지식에 대한 필기시험을 본 후 두 번의 실기시험을 거쳤다. 특히 직접 고객에게 수리내역을 상세히 설명하고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하는 실기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기아차 해외서비스실 윤석주 이사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비스 상담원의 고객 응대능력 향상을 높이고 우수 상담원을 발굴하는 한편, 서비스 상담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윤 이사는 “2009년부터 해외서비스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고객을 가족처럼 보살피겠다는 ‘패밀리 라이크 케어(Family-Like Car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밀리 라이크 케어 캠페인은 △영업센터를 방문해 차량을 구입하는 모든 고객에게 차량 인도 전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시현 △전화 한통으로 정비 예약을 받아 빠른 시간 내 수리 △수리가 끝난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기 전에 수리내역과 수리 이후 상태에 대한 설명 △고객에게 인도하는 차량은 모두 세차를 해 깨끗하고 상쾌하게 전달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지난 2011년부터 전국 23개 직영 센터에서 시범 운영해왔던 ‘원격정비 지원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7월부터 전국 모든 서비스 협력사로 확대 적용했다. 원격정비 지원 시스템은 고난이도 수리가 요구되는 차량을 정비할 경우 하이테크 센터와의 원격 연결을 통해 기술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조다. 특히 이동형 지원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현대차 고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정비 서비스를 원격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현대·기아 브랜드 가치 상승 중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대기아차그룹의 브랜드 가치 역시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포니를 수출하던 80년대 초 조롱까지 받아야 했던 현대차와 기아차가 이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현대차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아반떼와 쏘나타 등 준중형은 물론 그랜저(미국명 아제라)와 제네시스, 에쿠스 등 대형차의 판매량이 서서히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월 한 달에만 대형차를 총 3522대를 판매했다. 미국시장 판매량의 8.1%를 차지한 셈.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차 12대 중 한 대는 대형차였던 것이다.

    국내와 비교(국내 대형차 판매비중 21%)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전문가는 미국시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차 비중이 꾸준하게 늘고 있어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브랜드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2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전년 대비 50% 상승한 40억8900만달러의 가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위권 안인 87위를 기록했다. 올해 6월 12일 인터브랜드의 50대 글로벌 그린 브랜드에도 이름을 올렸다. 2007년 11억달러 수준이었던 브랜드 가치가 불과 5년 만에 270%가 넘게 성장한 셈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생산량과 판매량 등 덩치 경쟁을 벌이던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토요타의 급발진 사고 이후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내실경쟁 체재로 변했다”면서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이런 추세에 맞춰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혜택을 내놓고 있어 앞으로 수입차 브랜드들과의 서비스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10년 동안의 품질 경영을 거쳐 이제는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감성경영이란 성숙기에 접어든 현대기아차그룹. 고객 한명 한명에게 더욱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현대기아차그룹의 내일이 기대된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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