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구미 한국의 실리콘밸리

    입력 : 2013.06.07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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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부족합니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구미시가 이룩한 놀라운 경제적 성과에 대한 질문에 남유진 구미시장이 대뜸 던진 말이다. 더 많은 해외투자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상북도 구미시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수출 344억달러에 226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 대한민국 전체 무역수지 흑자인 286억달러의 79%에 해당하는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구미공단 역사상 최초로 10만명 근로자 시대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남 시장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한다. 여전히 투자자들을 더 끌어들여야 구미시의 미래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아닌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도시’를 꿈꾸는 구미시를 다녀왔다.

    첨단 IT 융·복합 산업으로 체질개선 “지금 글로벌 경제 환경은 한마디로 ‘적자생존’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치열합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놓친다면 한순간에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남 시장은 구미시의 산업체계에 대해 근본적인 ‘체질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취임 이래 지난 7년 동안 그가 주력했던 것은 기존의 ‘모바일, 디스플레이’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던 구미시의 경제 환경을 미래전략산업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었다.

    구미시가 주목한 산업은 기존 산업들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품산업들이었다. 또한 첨단의료기기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탄소섬유, 광학, 자동차 부품 등 산업구조의 다각화를 통해 외부의 경기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이 강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그 결과 STX솔라, LG전자의 태양광, 포스코ESM, PCT의 2차전지, 도레이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신소재, LG이노텍, 삼성전자의 광학기기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전략산업의 구미 투자가 이어졌다. 이는 기존의 주력산업인 모바일, 디스플레이 산업과 새로운 미래형 산업이 결합한 IT 융·복합 산업의 시대를 성공적으로 창조해내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 구축에도 노력해 기존 1~4공단(24.6㎢) 외에도 새롭게 5공단(9.34㎢), 확장단지(2.46㎢) 등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5공단에는 탄소섬유, 태양광과 같은 녹색산업을 유치하는 한편, 1공단을 리모델링해서 전자의료기기단지를 조성하는 등 구미 경제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완성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R&D 기능 확충을 위해 ‘K-스마트 밸리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장주도 산업을 선도할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실효성 있는 R&D 지원체계를 구축하며, 미래 IT융합 기반형 과학기술 영재대학, 연구중심 메디컬 센터, ICT 융합산업 육성을 골자로 구미공단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구미시 삼성전자 근로자들
    구미시 삼성전자 근로자들
    10조 투자 성사시킨 막강 투자유치팀 구미시가 이처럼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낸 원동력은 바로 ‘투자유치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선 4·5기인 남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투자유치팀’을 재정비해 지난 7년간 일본, 독일 등 외국인 투자기업 14개사의 2조3881억원을 포함해 국내외 46개사 9조8826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아냈으며, 자체적으로도 10조6000억원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특히 도레이첨단소재, 아사히글라스, 엘링크링거, 머스코풍산 등 세계 각국의 부품소재 전문기업들이 구미에 투자하면서 수입 일변도였던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원천기술이 필요한 부품소재 업종의 국산화로 무역수지 역시 크게 개선됐다. 실제 구미시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폭은 눈에 띄게 줄어들어 2006년 23억1700만달러였으나 2010년 13억달러, 2011년 7억달러로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구미시에 몰려들면서 일자리 역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6년 이후 수도권 규제완화,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근로자 수는 2007년 7만5000명, 2009년 6만8000명 수준으로 급감했으나, 2010년 7만3000명에 이어 2012년 8만9000명으로, 3년 만에 2만명이 증가하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근로자가 늘면서 인구 유입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05년 37만명이었던 구미시 인구는 2013년 현재 42만명에 육박하는 등 7년여 만에 5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김홍태 구미시 투자통상과장은 이에 대해 “2010년 기준으로 구미시의 1인당 GRDP(지역 내 총생산)는 전국 최고 수준인 5만3817달러다. 그만큼 일자리가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일자리와 기회가 있으니 자연히 인구가 유입될 수밖에는 없다”라며 구미시의 성장을 말했다.

    특히 구미시의 경우 근로자만 10만명에 달하는 산업도시인 만큼, 해외기업들은 이 부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구미시는 그러나 이에 대해 2009년 구미시가 전개한 ‘We Together’ 운동을 통해 극복했다. 당시 미국발 경제위기 속에서 구미시는 노·사·민·관이 함께하는 고용안정에 대한 대대적인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1000여개의 기업이 동참, 구미시는 노사분규가 없는 도시로 변모했다. 실제로 구미시는 2000년대 초반 91개던 노동조합이 지난해 기준 76개로 급감했으며 단 1건의 노사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다. ‘10만명’의 근로자를 품은 도시가 단 한 차례의 노동쟁의가 없었다는 점은 해외기업들에게 있어 아주 매력적인 투자요소 중 하나였다.

    이런 구미시의 친기업적 성향들이 알려지면서 국내외 글로벌 기업의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매력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LG그룹의 6조원에 달하는 투자, 삼성전자의 첨단의료기기 사업부 구미 이전 등을 이끌어냈다. 또한 일본 도레이사는 2011년 당시 계획 단계였던 구미하이테크밸리 5공단에 탄소섬유와 수처리 사업을 위한 1조6000억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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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끗하고 행복한 산업도시로 변신 이러한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주환경(일정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살기 위한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어렵다는 것이 남 시장의 생각이다.

    “산업이 발달하고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정주환경에 대한 시민의 욕구도 같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현재 구미시에서는 낙동강 수변도시 공원 조성을 비롯해 근로자 문화센터, 금오산 올레길 조성 등 시민의 여가활용을 위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또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2007년 평생교육도시 지정을 시작으로 (재)구미시장학재단 설립, 과학영재교육원 설립, 무상급식을 확대 지원하는 등 교육 인프라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행복한 산업도시 구미를 만들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인구 42만의 기초 지자체 구미를 한국 경제의 심장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다.

    ‘신뢰의 투자유치’와 ‘멀리 보는 기업육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그것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것, 구미시가 준비하고 있는 ‘구미공단 르네상스’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서종열 기자 취재협조 구미시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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