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ga City]한국의 도시비전 제대로 만들자

    입력 : 2013.04.08 15:14:56

  • 용산 역세권 개발지역
    용산 역세권 개발지역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우수 인력과 글로벌 기업을 끌어오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은 도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무관심으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려있다. 서울은 임기 내 한건주의식 개발공약에 휘둘리면서 중장기 미래 비전을 제대로 세우질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인천의 송도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라는 성과물을 제외하면 국제업무단지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수준이다. 제조업과 더불어 창조경제가 세계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가장 도시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산업을 도시에서 제대로 폭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액션플랜 ➊ 용산 서울의 핵심은 용산이다. 하지만 용산개발사업 부도로 그 어떠한 그림도 그리기 쉽지 않은 상태다. 인류 역사는 도시의 한복판을 망가뜨리고 도시가 제대로 성장하는 경우는 없음을 명확히 알려준다. 용산을 방치하는 것은 곧 서울의 미래를 접는 것이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모든 글로벌시티에는 글로벌에 걸맞은 특별지구가 있다. 뉴욕에는 맨해튼이, 런던에는 더시티가, 상하이에는 푸동이 있다. 하지만 서울에는 그러한 특별지구 자체가 없다. 용산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사실 용산은 서울 삼합(三合)의 중심에 있다. 서울에는 3곳의 업무지구가 있다. 4대문 안, 강남, 여의도다. 용산은 그 한복판에 있다. 통섭과 소통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매일경제는 서울을 원아시아 중심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최적지로 용산을 지목했다.

    용산을 보다 큰 그림에서 그릴 필요가 있다. 용산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17만평 규모의 역세권 개발사업이 전부가 아니다. 미군기지 이전부지가 81만평, 남산 밑 해방촌 10만평과 동부이촌동 주택지 7만평을 합치면 115만평이 된다. 여의도보다 훨씬 큰 규모의 지역을 놓고 봐야 한다. 기존 국제업무지구로 만들자는 계획을 완전히 접는 처절한 결단을 내리고 전혀 새로운 판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큰 그림은 토지 재배치 전략을 통해 먼저 진행할 수 있다. 서부이촌동, 해방촌과 동부이촌동 아파트 등 용산공원 예정지 주변부를 조금만 빼내어 옮기면 보다 더 큰판을 벌일 수 있다. 기존 거주지보다 훨씬 좋은 전망을 갖는 주거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용산공원을 미국 센트럴파크처럼 살릴 수도 있다.

    원아시아 창조타운으로 용산은 뉴욕이나 런던이 야심차게 시도하고 있는 창조산업의 허브로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심지역이다. 창조산업은 한곳에 밀집해 있어야 한다. 우수 인력과 벤처기업가, 금융, 대학이 서로 모여서 수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혁신을 이뤄내는 발전소 같은 곳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도시산업인 창조산업이 용산에서 가능할 수 있는 이유다.

    용산이 원아시아 창조타운이 되려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기업, 똑똑한 인재를 끌어와야 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고, 비즈니스하고 싶은 곳을 만들어야 한다. 포춘 100대 기업들이, 아시아 톱 10기업들이 와야 한다. 하지만 기존 용산계획으로는 어림없다. 단순한 주거단지와 업무단지, 호텔, 쇼핑센터, 컨벤션으로만 구성해선 창조산업을 일으킬 수 없다. 지금 용산계획이 도시의 기본 중의 기본조차 안돼 있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가장 먼저 창조형 산업이 분출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캠퍼스가 들어와야 한다. 젊은 대학원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첨단벤처기업들이 다듬어주면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다. 또한 용산지구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절차를 원스톱으로 끝낼 수 있는 미니 행정부가 필요하다. 비즈니스가 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특별지구는 최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용산은 대규모 공원 녹지가 있기 때문에 창조산업 허브로서는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가장 안전하고 교통 흐름이 빠른 곳, 건물은 솟고 상대적으로 주변 공간은 넓은 곳, 모든 차는 지하로 다니고 지상은 사람들의 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곳,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거리가 있는 곳. 세계 최고의 콤팩트 시티. 아시아 우수 인재들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와서 창업하고 싶은 곳, 바로 원아시아 창조타운 용산을 우리가 그려야 한다.

    용산, 정부가 나서라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용산문제에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돈과 기업, 인재가 들어온다. 기존 용산사업은 이 같은 리더십도 없고, 전략도 없고, 미래비전도 없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들어가려고 하질 않았다.

    먼저 국무총리가 서울시장과 함께 용산프로젝트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해야 한다. 정부만이 난마처럼 얽힌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용산특별법을 제정하고, 용산을 국가특별지구로 만들어서 개발해야 한다. 용산에 입주하는 외국 우수인력에겐 비자발급도 달리해서 쉽게 들어와서 거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곳을 원아시아 비즈니스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글로벌 첨단지식기업에 단순하면서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줘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구분해선 안된다. 국내기업도 안 들어가는 곳에 외국기업만 들어오라고 하는 건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 또한 용산특별지구에선 외국인들에게도 신규분양을 완전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너무도 요건이 까다로워 분양을 받으려고 해도 쉽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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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에 소통의 다리를 놓자 지금 서울은 강남과 강북이 서로 단절된 채 분열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하천, 한강이 있다. 한강에는 33개의 다리가 있지만 어느 하나 강남북 주민들이 편하게 걸어 다닐 다리가 없다. 매일경제는 한강에 소통의 다리를 놓을 것을 제안한다. 다리 위에는 로드숍, 비즈니스센터가 있고, 거리공연이 넘치는 통합의 장소로 만들자는 것이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가 최적지다.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옆에 보행자 전용다리를 만들고, 이 주변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를 그린테크로 덮으면 된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일부 강변도로 지하화보다는 비용도 훨씬 적게 든다. 그러면 시민들이 직접 한강을 접할 수 있다. 또 45만평 규모의 인공호수가 만들어진다. 세계 유례가 없는 도시 호수공원이다. 흉물로 방치된 세빛둥둥섬도 살아난다. 이곳에 페리와 요트를 다니게 하면 한강의 부가가치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강 한복판에 있는 노들섬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활용해볼 수 있다. 이곳에 서울시청이 옮겨올 수도 있고, 아니면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인큐베이터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 시장이 뉴욕의 루즈벨트 섬을 첨단산업 창업단지로 꾸미듯이 서울에도 이런 지역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젊고 활기찬 대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창조경제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성공하면 국제무대 용산으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짤 수도 있다.

    인천대교
    인천대교
    액션플랜 ➋ 영종도와 송도 수도권의 관문 인천에는 영종도와 송도 두 핵심지역이 있다.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한 송도는 전 세계 그린 비즈니스가 눈독을 들일 수 있는 지역이다. 벤츠나 BMW의 친환경자동차부문을 송도에 유치할 수도 있다. 인천시가 저렴한 가격으로 부지를 공급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세일즈에 나선다면 못할 것도 없다. 아시아의 그린카 허브가 충분히 가능하다.

    영종도의 핵심은 연 700만명의 환승객이다. 이들이 돈을 쓰게 해야 한다. 영종도를 펀(Fun)아일랜드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국내외 카지노 입점을 조기에 확정해야 한다. 또한 149개 섬을 연결한 요트 항로를 개발하고, 영종도특별법을 제정해 비자 면제구역으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제21차 국민보고대회 ‘서울을 창조도시 허브로’ 제21차 국민보고대회에서는 대한민국 역사상 도시에 대한 첫 선언문을 발표했다. 수도 서울을 창조도시허브로 만들자는 포부와 구상을 담은 서울 창조도시 선언이다.

    역사상 지금까지 도시 선언은 크게 세 번 있었다. 첫 번째가 1933년 아테네 선언이다. 처음으로 도시계획이 하나의 독립된 분야로 자리 잡았다. 도시를 4가지 기능, 즉 주거와 일자리, 여가와 교통으로 구분했다. 여기서 오늘날 주거용지나 상업용지 같은 용도지정이 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도시 재건과 동유럽 공산권 도시의 모델이 됐다. 두 번째는 1977년 삶의 질과 환경 문제를 핵심에 두고 만들었던 마추픽추 선언이다. 세 번째는 과학기술 발달이란 트렌드를 반영한 1994년 메가리데 선언으로 이탈리아 나폴리 근처의 작은 섬에서 있었다.

    서울 창조도시 선언은 이런 세 번의 역사적 선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1세기 대도시의 발전방향을 처음으로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창조도시로 만들자는 포부와 구상을 담았다.

    중요한 메시지가 몇 가지 있다. 21세기는 창조적 도시가 주도하는 시대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도시화를 이끌고 있는 아시아가 있다. 서울은 아시아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19세기 글로벌 중심이 됐던 런던과 20세기 신대륙 거점도시로 세계 1등 도시로 부상했던 뉴욕이 또다시 창조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치열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듯, 21세기는 서울이 창조도시가 돼야 한다. 그러긴 위해선 창조적 인간군의 지적 폭발을 일으키는 도시의 특별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 창조도시 선언에는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중국과 아시아의 주요 도시를 설계한 어반 디자이너 김석철 명지대 석좌교수, 분당 일산 세종시 등 우리나라 신도시 대부분을 설계한 안건혁 서울대 교수, 40년간 한국 국토지리를 연구한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 대표적 도시경제학자 김경환 서강대 교수가 초안을 잡았다. 그리고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 리우지엔 칭화대 교수를 비롯한 해외 여러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자문위원으로 함께 참여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1호(2013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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