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llectual Property]삼성·LG 소송전 일단 화해는 했지만

    입력 : 2013.03.07 16: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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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과 LG그룹 계열사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허와 허위광고 논란으로 법정공방에 이어 치열한 감정싸움을 펼치고 있다. 분쟁 품목은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냉장고까지 전선을 확대한 상황이다. 국내 전자업계 1~2위 업체가 서로에게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대립하자, 정부가 중재에 들어가 최근 화해모드가 조성되고 있지만 그동안의 앙금을 해소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4일 서울 팔래스 호텔.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는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과 함께 오찬간담회를 개최했다. 디스플레이 특허분쟁에 대한 첫 협상으로 화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실무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LG OLED TV
    LG OLED TV
    양측 지경부 중재로 첫 회동 김재홍 실장은 “삼성과 LG가 큰 방향에서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김 대표는 “앞으로 차근차근 잘 풀어가겠다”고 말했고, LG디스플레이 한 대표는 “두 회사 임원들 간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식의 세부적인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만남은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해 중국이 맹렬히 추격하고, 일본과 대만이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 기업 특허전이 과도하다는 인식에서 전격적으로 마련됐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2월 12일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제기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전격 취하했다.

    LG디스플레이도 삼성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제기한 LDD 핵심특허에 대한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취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9월 이후 OLED와 LCD 특허를 놓고 총 4건의 소송을 진행했는데 가처분신청 2건을 이번에 정리한 것이다. 서로의 영업권을 방해하는 가처분신청을 철회하고 본격적인 대화 창구를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디스플레이 특허분쟁’은 경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4월 삼성의 OLED 기술유출사건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수원지방검찰청은 같은 해 7월에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유출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임직원 6명을 불구속기소하기에 이르렀다.

    6명 중에 삼성계열사였던 SMD 직원 출신은 2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9월 “LG디스플레이가 OLED 핵심기술과 인력을 조직적이면서 계획적으로 빼돌렸다”며 21종의 각종 기록과 18종의 세부기술에 대한 영업비밀 등의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OLED패널 설계기술 등 총 7건 특허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소송을 내면서 양측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LCD와 OLED 관련 4건의 소송도 진행 중 OLED 특허분쟁은 LCD부문으로 확대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를 상대로 총 7건의 LCD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전격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질세라 LG디스플레이는 IPS LCD의 핵심특허 3건 침해와 관련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해 맞서왔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LG디스플레이가 언론을 활용해 터무니없는 억지주장을 되풀이하는 구태를 중단해 달라”고 강조했고, LG디스플레이 측은 “삼성은 경쟁사의 기술력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사업에 악의적인 훼방을 놓으려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특허소송은 본안소송 2건이다. 그러나 특허 기술료와 관련해 서로 정산하는 등 쟁점이 남아 있어 화해를 통해 특허공유(크로스라이선스)까지 가려면 난관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전 세계 디스플레이 50%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어 본안소송 2건의 경우 글로벌 기준에 따라 외국 업체와의 기술료 형평성을 감안하고 ‘공정 경쟁’에 저해되지 않는 쪽으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냉장고 용량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자존심 싸움은 10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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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삼성에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에 900L라서 세계 최대용량이라며 지펠 냉장고 T9000 제품을 출시했는데, 한 달 뒤에 LG전자는 910L 용량의 디오스 냉장고(V9100)를 내놨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물붓기’ ‘커피캔 담기’ ‘참치캔 담기’ 등으로 LG전자와의 냉장고 용량을 비교하는 동영상 광고를 유튜브 등을 통해 보여줬다. LG 냉장고를 눕혀서 물을 붓고 나니 910L만큼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을 실험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부당한 비교 광고라며 법원에 광고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성낙송 수석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광고를 신문, TV, 라디오, 잡지, 전단, 전광판, 옥외광고, 카탈로그, 인터넷, 컴퓨터 통신을 통해 광고하거나 배포해서는 안 된다”며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동영상 속의 실험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실험결과가 아니며 LG전자의 인격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높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동영상의 내용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소송 제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당사의 기업이미지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며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곧바로 소송에도 돌입했다. LG전자는 올해 1월 “삼성전자가 ‘삼성 냉장고 용량이 LG 제품보다 더 크다’는 실험 장면을 담은 동영상 광고를 올려 제품 판매에 영향을 받았다”며 1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동영상은 법원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석 달이나 게재돼 LG전자 이미지가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제품판매도 예상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냉장고뿐만 아니라 TV와 세탁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기에 법정분쟁 역시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계만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0호(2013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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