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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대기업 회장님이 축구협회장 탐내는 까닭
입력 : 2013.03.07 16: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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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가와 GS그룹 오너 일가들이 이처럼 축구협회장직을 놓고 치열한 대립을 벌여온 것이 벌써 12년째다.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 때부터 조중연 전 회장, 그리고 이번 선거까지 3번의 선거 과정에서 계속 GS그룹의 일원인 허승표 회장이 협회장직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축구협회장 선거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까닭은 무엇일까. 치열한 대립각을 펴며 축구협회장에 오르려던 두 재벌가의 속사정과 노림수를 살펴봤다.
후보 4명 중 3명이 재벌가 이번 제52대 축구협회장직에 출마한 이는 모두 4명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윤상현 국회의원(새누리당), 그리고 김석한 인성하이텍 회장으로 이 중 김석한 회장을 제외한 3명의 후보들이 모두 재벌그룹 오너 일가란 점이 눈길을 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는 정몽규 회장이다.
축구계와 재계에서는 정 회장이 사실상 범현대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조카다. 대한축구협회장을 4선한 정몽준 의원(새누리당)과는 사촌인 셈이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을 통해 부산아이파크 축구단을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범현대가는 울산현대(현대중공업그룹), 전북현대(현대기아차그룹) 등의 축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허승표 피플윅스 회장은 GS그룹의 대표격이다. GS그룹은 현재 서울FC를 운영 중이며, 허 회장은 한국축구연구소를 설립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해외 진출 1호 선수이기도 한 허 회장은 과거 축구협회 국제담당 이사와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도 윤상현 의원은 조기축구회가 주축이 된 국민생활체육 인천시축구연합회를 맡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윤 의원의 부인이 신준호 푸르밀(구 롯데우유) 회장의 막내딸인 신경아 씨라는 점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사위가 되는 셈이다.
축구계 한 인사는 “허승표 회장을 제외한 다른 3명의 후보는 사실 후원 관계로 축구와 연을 맺고 있다”며 “축구협회장은 축구인과 축구 발전을 위한 행정에 나서야 하는데, 모두 바쁜 재계 인사나 정치인이어서 과연 얼마나 축구인들에게 득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몽규 신임 대한축구협회장
여기에 국제경기가 있을 때마다 상대국 정관계 인사는 물론, 경제계 인사들과 친분을 다질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축구협회장을 차지할 경우 국내 스포츠계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명분 외에도, 해외진출 시 자연스런 홍보 효과라는 두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는 단순한 스포츠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이 아닌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과거 축구협회장을 역임했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재직 기간 동안 세계경영에 나서며 대우신화를 이끌었으며, 정몽준 의원이 협회장을 역임했던 시기(2005~2008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매출액이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번 축구협회장직에 나섰던 후보들이 속한 기업들 역시 지난해부터 해외진출을 선언하며 바다 밖으로 눈길을 돌린 상태다.
먼저 정몽규 회장의 현대산업개발은 20여년 만에 카타르 공공사업청에서 발주한 고속도로 입찰에 참여해 해외시장 진출을 나선 상황이다. 앞으로 원자력발전소와 고속도로 등 해외 플랜트, SOC 사업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반면 GS건설은 2005년만 해도 내수기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해외 사업 비중을 전체 대비 56%까지 늘리면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와 토목공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신격호 회장의 의중에 따라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비전 2018’을 발표해 앞으로 해외 사업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축구협회장이란 감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후보들 중 일단 승자는 범현대가의 정몽규 회장이다. 축구계에서는 정 회장의 당선이 대한민국 축구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 회장이 진실로 축구발전을 위해 협회장직에 나섰는지, 아니면 기업 사세 확장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4년 후 그의 협회장 활동에 달려 있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0호(2013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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