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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코리아 명품을 만든다 / 남혜령 힐리앤서스 대표…스토리가 있는 브랜드, 구찌처럼 키우고 싶어요
입력 : 2013.02.04 14: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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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SS신제품부터 뉴욕에 있는 바니스와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 입점할 예정이에요. 무작정 쇼룸을 노크했는데, 다행히 피드백이 빨리 왔어요. 2월에 있을 뉴욕컬렉션 런웨이 무대에도 나설 예정입니다.”
남혜령 힐리앤서스 대표가 국내 시장에 브랜드를 론칭한 건 2011년 9월 23일. 남 대표는 국내시장에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우선 미국 시장을 조사했다. 국내시장보다 전 세계 시장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가방을 평가받고 싶었다.
“뉴욕이 패션의 중심이라고 하잖아요. 그곳에서 입소문이 나야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어요. 그 시장에서 승부하고 싶었습니다. 우선 패션 리더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부했고 연구했어요. 그쪽 패션전문가들이 실용적이면서 독특한 텍스처, 소재와 라인에 후한 점수를 주더군요.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다소곳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소개한 뉴욕 현지의 반응은 사실 기대 이상이었다. 뉴욕에서 가장 핫한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보다 하이엔드급으로 시장을 형성하자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
가죽공장부터 발로 뛴 디자이너 사실 남 대표의 가방 디자인은 가죽 사랑에서 비롯됐다. 약 8년 전, 의류회사 디자이너로 일하던 남 대표는 가죽 소재가 좋았다. 그렇게 직접 만지고 가공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결심은 그녀를 이탈리아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가죽 고르는 법부터 염색, 가공까지 직접 부딪혔다. 만지고 냄새 맡는 걸 너무 좋아해 인도까지 날아가기도 했다.
“원래는 옷을 만들었는데 가죽이 너무 좋아서 방향을 바꿨어요. 국내 디자이너들이 의류 분야에는 많은데 액세서리 분야는 없는 게 이상하기도 했고. 아, 이제는 알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쉽지 않았다. 투자비용이 많은 것도 부담스러웠지만 가죽 가공이 문제였다. 투자와 개발을 주저하는 국내 가죽 시장에선 원하는 가죽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이탈리아에서 가죽을 전량 수입하기로 했다. 유럽 명품브랜드에 납품하는 가죽공장이 오로지 남 대표의 열정을 믿고 가죽공급을 허락했다. 그렇게 수입된 가죽은 4명의 디자이너와 13명의 장인을 거쳐 벌집 모양이 오톨도톨하게 연결된 힐리앤서스만의 ‘엠브로이드’ 가방으로 탄생하고 있다.
“힐리앤서스의 로고는 군 계급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상병계급인데, 군대에선 허리 역할이잖아요. 패션계에도 힐리앤서스가 허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시작이겠죠.”
신사동 가로수길 매장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면세점에 입점한 힐리앤서스는 올해 본격적인 뉴욕 진출과 월트디즈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기획 중이다.
과연 남 대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브랜드를 론칭하고 국내 의류 회사로부터 프러포즈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지금껏 100원 벌면 90원 투자하면서 볼륨을 키우고 있습니다. 꿈이요?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구찌그룹처럼 키우고 싶습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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