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nk]KDB 고금리 다이렉트 예금의 운명은…

    입력 : 2013.02.04 14: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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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정기예금을 연장하라! 지난해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정기예금’이 또다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역마진 논란까지 일으켰던 다이렉트 정기예금(1년)의 만기가 올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은행의 대응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금융권에서는 일단 산업은행이 소매금융 강화를 위해 다시 한 번 고금리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소매금융 분야를 확충해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은행은 올해에도 소매금융 분야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4%대였던 다이렉트 예금의 이자율이 낮아졌고,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은행의 공격적인 전략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역마진 논란을 제기했던 금융권에서는 다이렉트 정기예금의 만기가 집중된 올 상반기에 이 고객들을 잡지 못한다면 산업은행의 전략에 빨간 불이 켜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고금리가 부메랑 될 수도 금융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정기예금은 지난 2011년 9월 출시된 예금상품으로 온라인 뱅킹상품이다. 고객이 점포를 찾아가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아닌 직원이 직접 고객을 방문해 실명 확인을 한 뒤 계좌를 열어주는 방식이다. 경쟁은행들에 비해 점포 영업력이 부족한 KDB산업은행이 소매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 상품이다.

    상품 출시 초기에는 높은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저축은행 사태가 확산된 지난해 상반기부터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은행권이 평균 2%대의 이자율을 지급하는 것과 달리, 최고 4.5%대의 높은 이자율을 지급한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자산가들과 일반 예금자들의 예금이 집중됐다. 이 상품은 출시 7개월 만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으며, 지난해 말까지 7조원의 가까운 시중자금을 흡수해 금융권을 긴장시켰다.

    문제는 다이렉트 정기예금의 고객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고객들이 지난해 상반기에 이 상품에 가입했다는 점이다. 만기 이후 높은 이자를 주는 경쟁사의 금융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다이렉트 정기예금의 이자율은 지난해 상반기 4%대에서 현재는 3%대로 내려간 상태다. 여전히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금융지주 회사들이 인수한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예금 경쟁을 준비하고 있어 고객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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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발 금리경쟁 가속 산업은행도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또한 사태의 심각성 역시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소매금융 부분을 강화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다이렉트 정기예금으로 잡은 소매금융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사활을 건 전략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전략은 ‘고금리’ 부분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대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이렉트 정기예금의 이자율은 3%대로 여전히 은행 중 최고”라며 “금융지주사들에 인수된 저축은행들의 특판 경쟁이 우려되지만, 우리보다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렉트 정기예금의 상징인 ‘고금리 전략’을 이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소매여신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행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이자 차이로 인한 수익)을 통해 수익을 내는데, 지난해 수신고 확대에 집중한 만큼 올해는 개인대출을 활성화해 높은 수익률을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다이렉트 정기예금으로 7조원대의 예금을 받아들인 산업은행이 3%가 넘는 금리를 지급하기 위해 개인대출 활성화에 주력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지난해 금융권 최대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던 다이렉트 정기예금. 이 상품이 과연 성장을 위한 날개가 될지, 위기의 부메랑이 될지는 꽃피는 봄이 오면 알 수 있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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