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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ent]유럽 단일특허 발효, 뭐가 달라지나
입력 : 2013.02.04 13: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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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유럽 특허도 유럽특허청(EPO)에 출원해 심사와 특허결정을 받기까지는 새 특허와 같다. 다만 발령된 특허를 지정한 국가에 한해 효력을 발휘하도록 했다는 게 다르다. 다시 말해 하나의 특허가 EU 전역에 효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지정한 국가별로 효력을 갖는 국가특허 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특허 침해 시 각 국가별로 소송을 진행해야 했다. 새 단일특허는 하나의 특허로 25개국(27개국 중 스페인과 이탈리아 제외)에서 하나의 특허로 통용된다. 하나만 무효가 돼도 전체 무효가 된다. 단일특허가 발효돼 유럽특허법원도 생겼다.”
임 변호사는 새 단일특허는 유럽의 공동체상표(Community Trademark)와 같은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상표는 언어적 이해관계가 없다. 이에 비해 특허는 보호받고자 하는 기술적 사안에 대한 언어적 차이가 크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단일특허에 반대하는 것도 언어적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기존 특허는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해야만 유효하게 인정됐다. 그래서 변리사나 변호사가 할 일이 많았다. 출원인의 비용이 들어갔다. 이에 비해 유럽 단일특허는 영어와 독어 불어만으로 끝난다. 소수언어는 불필요하다.” 임 변호사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단일특허는 요원해 보였으나 정상들 간 극적 합의로 발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특허법도 유효하다고 했다.
“단일특허는 기존 특허와 병행한다. 수요자 입장에선 기존 특허와 단일특허 가운데 선택이 가능해졌다. 기존 특허는 비용이 더 들 수 있으나 전략적 측면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강력한 특허를 확보했다면 단일특허로 출원해도 무방하나 강하지 않다면 기존 특허로 출원하는 등 선택이 가능하다. 새 특허는 하나만 무효가 돼도 전체 무효가 되나 기존 특허로 출원하면 국가별로 무효가 선고되기 전에는 효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임 변호사는 기존 특허와 단일특허의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기존 특허 역시 유럽특허청(EPO)에서 관장해 똑같은 절차를 거쳐 심사를 했으나 특허를 받고자 하는 나라를 지정해 받았을 뿐이다. 최근엔 기존 특허조차 단일특허 쪽으로 많이 진전됐다. 기존 특허라도 유럽 전역에 발효하되 특허권자가 원치 않는 지역을 제외하는 식으로 운용했다. 또 각 국가별 번역물을 내지 않게끔 규정도 완화하고 있는 중이다. 일부 국가에선 클레임(Claim·특허청구 범위)만 번역해 내도록 하는데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문의 번역을 요구하는 나라도 있다.”
새로운 제도가 국내 기업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럽특허법원이 생기지만 근본적 변화는 없고 옵션이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략이나 비용 면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특허를 얻는 절차는 기존과 동일하다. 기존엔 나라마다 특허 무효 기준이 달랐으나 유효성 판단 기준이 통일된다. 그만큼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일 창구를 통해 이뤄지므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 변호사는 단일특허제로 유럽 특허의 권위가 높아지는 만큼 이제라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그동안 (전역에 유효한) 사법적 통제가 없었기 때문에 권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 버금가는 권위를 갖게 됐다. 세계 특허는 크게 미국 유럽 일본의 3대축으로 구분된다. 일본은 출원은 많으나 시장이 작다. 시장 규모는 미국과 유럽이 크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유학을 가도 90% 이상이 미국으로 갔고 유럽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교역량이 많은 만큼 유럽 시스템이나 법체계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특허 확보와 관리도 중요하다. 특허 강국으로서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려면 관심과 함께 투자가 필요하다.”
그는 새 단일특허가 우리(의 법체계)와 가깝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선 흔히 대륙법과 영미법으로 구분하나 영국과 독일 특허법은 매우 가깝다. 미국과 영국은 멀고 영국과 독일이 오히려 가깝다. 그것도 대륙법에 유사하게 가깝다.”
임 변호사는 새 단일특허가 발효돼도 관할의 문제는 여전하다고 했다.
“특허 소송은 침해 장소에 제기할 수도 있고 피고의 주소지에 제기할 수도 있다. 침해 소송은 센트럴 법원과 로컬 법원 양자에 모두 청구할 수 있고 무효 소송은 센트럴 법원에 청구한다. 기계적 엔지니어링은 독일, 화학은 영국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어느 법원을 선택할지는 해당 사건의 변호사나 변리사와 협의하길 바란다. 자기에게 유리한 법원을 찾을 여지는 충분하다.”
조 변호사는 “그동안은 EU사법재판소의 관여가 적었으나 이번에 (단일특허로) 레귤레이션이 생겨 전역이 EU 법체계로 들어왔다”며 그만큼 EU 관련 업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이 김두식 대표를 위시로 하는 유럽 전문팀을 만든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것. 이 팀엔 프랑스 유학파인 조 변호사나 영국파인 임 변호사 등 유럽 전문 변호사들이 참여해 꾸준히 스터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 로펌을 초청해 세미나도 열었다.
유럽특허법원 신설 유럽특허법원은 1심과 2심으로 구성된다. 1심 법원은 센트럴 디비전으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 설치된다. 본부는 프랑스에 들어선다. 국가별 디비전도 둘 수 있다. 센트럴 디비전에선 무효 사건을 처리하고, 로컬 또는 지역 디비전에선 침해사건을 관장한다. 판사 구성도 다르다. 판사 풀을 두고 선임하므로 일부는 그 나라 국적 판사가 맡지만 다른 나라 국적의 판사도 참여한다. 지역 특허법원엔 기술판사가 없는데 센트럴 디비전에 기술판사 파견을 요청하거나 센트럴 디비전으로 사건을 넘길 수도 있다. 그만큼 판사의 전문성이 강화된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9호(2013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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