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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Company] 10대 그룹 비상장사 지분 들여다보니…경영승계 앞둘수록 비상장사 지분 많다
입력 : 2012.12.28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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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기업들은 그동안 운영해왔던 알짜배기 비상장사의 처리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보유한 비상장사는 그동안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켜왔다. 특히 그룹 내 일감을 몰아줘 높은 매출을 올리게 하고, 연매출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주로 있는 오너 일가에게 배당하기도 해 경영승계를 위한 손쉬운 ‘자금확보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래서일까. 10대 그룹 오너 일가의 후계자들 역시 대부분 그룹 내 알토란같은 비상장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벌가 오너들에게 맹목적인 애정공세를 받는 비상장사의 숨길 수 없는 매력을 살펴봤다.
Chapter 1. 알짜배기 비상장사 소유한 총수 자제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지정한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에 속한 전체 계열사는 596개사에 달한다. 이 중 경영권을 보유한 총수 자제들이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는 약 10분의 1 수준인 56개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 오너 일가다. 신영자·신동주·신동빈·신유미 씨는 물론 신영자 씨의 자녀들까지 포함해 총 19곳의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과 GS그룹의 2~3세들이 각각 8개사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인 정몽준 의원과 자제들은 비상장사 지분을 단 한주도 보유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씨도 비상장사 주식은 없었다.
재계서열 1위의 삼성그룹의 오너 일가는 총 6개사의 비상장사 지분을 보유했다. 이 중 지난 12월 5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부회장은 5곳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비상장사 지분은 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1%(62만7390주)와 삼성그룹 내의 IT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삼성SDS의 지분 8.81%(636만4457주), 가치네트 36.69%(140만주), 삼성SNS(구 서울통신기술), 45.69%(506만6690주), 삼성자산운용 7.7%(143만8115주) 등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들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지분을 똑같이 보유 중이다. 다만 이부진 사장은 삼성석유화학의 지분 33.19%(131만6156주)와 삼성자산운용 5.13%(95만8743주)를 따로 보유 중이며, 이서현 부사장 역시 삼성자산운용의 지분 2.57%(47만9371주)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내 비상장사 중 5곳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룹 내 광고와 마케팅을 전담하고 있는 이노션 40%(72만주), 건설업체인 서림개발 100%(251만주)와 현대엠코 25.06%(501만2621주), IT업종에 속한 현대오토에버 20.1%(40만2000주), 부품업체인 현대위스코 57.87%(34만7241주)를 보유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 중인 비상장사들이 현대차그룹을 통해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로 지목했다.
정의선 부회장의 누나들인 정성이, 정명이, 정윤이 씨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지분을 6.7%(20만6667주)씩 사이좋게 나눠 소유하고 있다. 이 중 맏딸인 정성이 씨는 이노션의 주식 40%(72만주)를 보유해 고문직을 맡고 있으며, 둘째딸인 정명이 씨는 남편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과 함께 상용차 할부리스 회사인 현대커머셜의 지분 33.33%(666만7000주)를 따로 갖고 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 일가는 사촌인 최신원 SKC 회장 형제를 포함해 6곳의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최태원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SK해운의 주식을 각각 143주와 244주 갖고 있다. 지분율로 따지면 0%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보유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사촌형제인 최신원 SKC 회장은 에이앤티에스(100%, 100만주) 앤츠개발(90.9%, 600만주) SK텔레시스(40.78%, 1060만3400주) 등을 갖고 있고,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도 SK건설(9.61%, 227만281주)과 SK디앤디(38.76%, 51만7000주)를 보유 중이다. 완벽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LG그룹은 오너 일가가 단 한주의 비상장사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 지주회사인 (주)LG지분을 나눠 갖고있다. 다만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씨가 LCD 부품업체인 지흥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사장, 막내 동생인 신유미 씨가 함께 그룹 내 비상장사 13곳의 지분을 갖고 있다. 10대 그룹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햄(2.1%, 6만3000주) 코리아세븐(9.55%, 345만8422주) 롯데건설(0.59%, 18만8669주) 롯데정보통신(7.5%, 6만4148주) 한국후지필름(9.79%, 1만3790주) 롯데카드(0.27%, 20만5244주) 롯데캐피탈(0.86%, 28만4704주) 롯데닷컴(3.09%, 14만3897주) 롯데물산(0.01%, 5296주) 롯데역사(8.73%, 31만4400주) 롯데상사(8.4%, 7만5181주) 등 비상장사 11곳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신동주 일본 롯데 사장 역시 동생인 신동빈 회장과 같은 곳의 비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보유량은 동생보다 적다.
롯데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비상장사 지분을 갖고 있는 이는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그룹 내 17곳의 비상장사 지분을 갖고 있다. 동생보다 보유량은 적지만 같은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등 신영자 이사장 일가들이 따로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신격호 회장과 서미경 씨 사이에서 태어난 신유미 씨는 코리아세븐(1.4%, 50만7174주)과 롯데후레쉬델리카(9.31%, 35만주)를 갖고 있다.
특히 직계형제들과 방계형제들 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가 달라 앞으로 이들 비상장 계열사들의 매출이 걱정된다.
이밖에 한진그룹의 조원태·조현아·조현민 등 조양호 회장의 3남매도 4곳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으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형제 역시 비상장사인 한화에스앤씨의 지분을 사이좋게 나눠 갖고 있다. 또 두산그룹은 DFMS와 네오플럭스 지분을 4세 형제들이 사이좋게 나눠 보유하고 있다.
Chapter 2. 비상장사는 쌈짓돈? 10대 그룹 오너 일가들이 이처럼 비상장사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비상장사를 통해 짭짤한 수준의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내 물량을 오너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사에 몰아준 뒤 높은 배당을 받거나 비상장사의 외형을 키워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방법 등이 사용된다.
실제 이 두 가지 방법이 모두 사용돼 논란이 됐던 대기업도 있다.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초 오너 일가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그리고 계열사들을 통해 한국로지텍(현 현대글로비스)을 설립했다. 이후 그룹 내 탁송업무와 물류업을 독점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2008년 설립된 자본금 10억원의 지흥은 구형모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LCD 광학필름 제조업체로 지난 2010년 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가 지난해에는 75억원의 규모의 순이익을 남겼다. 매출액 역시 74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LCD 산업 전체가 심각한 불황에 시달린 시기에 올린 성과란 점을 감안하면 좋은 실적인 셈이다. GS그룹 역시 오너 2세들이 모두 비상장사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옥산유통과 엔씨타스이라는 회사가 재계의 시선을 받고 있다. 옥산유통은 담배유통을 하는 회사로 지난해 GS리테일에서만 24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시설 관리 업체인 엔씨타스 역시 GS건설과 파르나스호텔, GS네오텍과 계약을 통해 그룹 내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보헌개발도 GS그룹의 계열사들에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렇다면 10대 그룹 오너들은 비상장사로부터 어느 정도의 배당을 받고 있는 걸까. 지난 10월 25일 재벌닷컴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0~2011년간 10대 그룹 소속 499개 비상장사 배당현황을 분석한 결과, 2년간 41.21%로 집계됐다. 배당성향은 배당총액을 당기순이익 규모로 나눈 값인데, 순이익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배당한 셈이다.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보인 그룹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그룹의 비상장사들은 59.2%로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뿌렸다. 이어 SK 55.66%, 두산 52.08%, GS 39.99%, LG 31.28%, 현대차 19.7%, 한진 11.84%, 롯데 11.11%, 현대중공업 8.43% 등의 순이었다.
재계에서는 “비상장사는 당기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배당한 반면, 상장사는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며 “비상장사 중 일부 계열사에 오너 일가의 지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덕적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hapter 3.후계구도를 위한 마지막 보루 경영권 승계를 위한 후계구도로 비상장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상장사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아예 주력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는 방법이다.
비상장사를 통해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SK그룹이다. SK그룹은 현재 순환출자 구조를 띄고 있는데, 정점에 올라 있는 계열사는 바로 SKC&C다.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시스템 통합업체인 SKC&C는 SK그룹의 물량공세를 통해 매출을 올린 후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SK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과거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을 정도로 지배구조가 취약했던 SK그룹의 지배구조는 탄탄해졌다.
주력 계열사와의 합병을 통해 후계구도를 완성하는 사례는 대림그룹이 대표적이다. 대림그룹은 2008년 9월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H&L을 합병했다. 해운회사였던 대림H&L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부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였다. 이 합병을 통해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12%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섰으며, 후계구도를 위한 지분 승계를 마무리 지었다.
문제는 이 두 기업들이 비상장사를 통한 경영권 강화를 통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SK그룹은 SKC&C와 ㈜SK와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대림그룹 역시 합병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합병 비율로 여론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금융권 및 법조계 전문가들은 “비상장사를 통해 후계구도를 준비하는 것은 쉽고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난 여론과 함께 주주대표소송 등의 위험도 갖고 있다”며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처벌조항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이제는 신세계그룹과 교보생명처럼 정당하게 상속세를 내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후계구도와 경영권 강화를 위한 재벌가의 ‘도깨비 방망이’ 역할을 했던 비상장사. 재벌가가 앞으로도 비상장사에 무한애정을 보일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8호(2013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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