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oneer]쓰레기·오물에서 황금을 캡니다…에코에너지홀딩스 송효순 대표

    입력 : 2012.12.07 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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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넘게 기술개발에 매진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의 생활쓰레기와 오물이 집중되는 수도권매립지(인천 백석동 소재).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에는 수도권 일대에서만 하루 1만6000톤 이상의 쓰레기가 들어와 처리된다.

    이곳에 전 세계 에너지 업체들이 주목하는 시설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가스 발전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수도권매립지 매립가스 발전소의 운영 주체인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에코에너지홀딩스(대표 송효순)’ 역시 글로벌 에너지 업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에코에너지홀딩스는 2007년 코스닥에 상장된 에너지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는 기존 업체들과는 달리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집중해 메탄가스의 생산·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수도권 매립지 내에 50MW 매립가스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또한 서울 서남하수처리장 인근에서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가스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개념조차 모호하던 시절에 가능성을 내다보고 20년 넘게 기술개발에 매진해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킨 송효순 대표를 지난 11월 8일 서초동 본사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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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즐로 시작해 발전소까지 “시작은 아주 작은 고무로 만든 노즐이었다.”

    송효순 사장은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에코에너지홀딩스의 시작이 산업용 기계에 부품으로 들어가는 ‘노즐’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노즐을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해서 썼는데 이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영국까지 유학을 가서 노즐제조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30세의 나이에 귀국한 뒤 곧바로 창업의 길로 들어선 송 대표는 산업용 기계에 들어가는 노즐을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시 설립한 회사가 지금의 ㈜토탈노즐이다. 그는 “당시 시멘트 업체들의 고민거리였던 분진제거기를 개조해서 팔았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분진과의 인연은 곧바로 친환경 기술의 연구로 이어졌다. 시멘트 가루의 분진을 잡을 수 있는 노즐이라면 생활폐기물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같은 악취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송 대표는 곧바로 ‘악취저감 노즐’ 생산에 나서며 지금의 수도권매립지 사업에 참여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하지만 송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매립가스 포집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매립가스와 침출수를 같이 포집해 분리하는 공법을 2002년 개발해 2006년에 특허를 따냈다.

    에코에너지홀딩스는 이 기술을 활용해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가스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하루 50MW를 생산할 수 있는 이 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루 평균 20M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곧바로 한국전력거래소에 판매된다. 전력거래소의 전력단가에 따라 그날그날의 매매단가가 달라지지만 하루 평균 1억5000만원에 가까운 전기를 한전 측에 팔고 있다. 자연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발전기 원료로 사용하고 있으니 매출원가가 ‘0’일 수밖에 없다. 매출액이 그대로 영업이익이 되는 희한한 구조가 된 셈이다. 이러니 전문가들 사이에서 ‘쓰레기에서 황금을 캐는 회사’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수도권 매립지 발전사업은 민간주도의 SOC사업으로 정부가 수익금을 보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가 매년 흑자를 내고 있어 정부가 추진한 SOC 사업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금을 정부에 환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50억원을, 올해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이익금을 정부에 환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에코에너지홀딩스는 이 가스 포집 기술을 활용해 서울 마곡지구 내 서남하수처리장에서 가스충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정제해 CNG가스차량에 사용할 수 있는 연료로 바꿔 판매하고 있는 것. 이 충전소 근무자는 “차량개조에 300만~500만원의 개인자금이 들어가지만 연료가격이 저렴해 새벽이면 택시와 버스, 상용차 등이 줄을 길게 설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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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현장 겪은 일당백 직원들 “다양한 매립가스 시설과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가스 발전소도 운영 중이지만 우리 회사의 최고의 자산은 80여명의 직원들이다. 다양한 현장을 겪은 이들이 세계 최고의 발전소의 운영을 맡고 있고 새로운 기술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효순 대표는 에코에너지홀딩스의 무한성장의 배경으로 우수한 인력을 꼽았다. 다양한 현장에서 실무를 겪은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본분을 다하기 때문이다. 실제 입사 10년차인 한 부장은 입사부터 지금까지 현장감독은 물론 영업, 기획과 재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을 뽑고 나면 일단 현장부터 내보낸다. 그곳이 익숙해지면 내근직으로 불러들여 숫자(재무 및 기획)와 씨름하게 한다. 그렇게 3년을 지내다보면 어느새 다들 실무형 직원으로 변한다. 어떤 현장에 보내도 걱정을 안 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인력관리 부분은 냉혹할 정도로 철저하다. 매년 총 인원의 10%를 인사평가를 통해 계약을 종료할 정도다.

    송 대표는 “매년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평가를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점수로 평균을 내 하위 10%와는 계약을 종료한다. 냉혹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대신 업무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에게는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연봉 역시 대기업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다는 귀띔이다. 특히 정년이 없어 일할 체력만 있다면 계속 근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송 대표는 여기에 ‘원스톱 보고’와 ‘현장 재량권 보장’ 역시 에코에너지홀딩스의 성장을 견인차라고 덧붙였다. 현장에 나간 직원들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재량권을 인정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시에는 한 번의 보고를 통해 상위보고 체계에 있는 임직원들이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에코에너지홀딩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다.

    “사실 재량권을 현장 직원에게 부여하는 기업들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기획부터 결재까지 그 현장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한다. 사실상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직원이 사장의 판단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러나 재량권이 남발되면 이에 대한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인 만큼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이를 보완하는 ‘원스톱 보고’ 시스템을 같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량권을 가진 현장 담당자가 날마다 그날의 업무 상황을 보고자에게 이메일로 보고하는 제도다. 특히 현장 담당자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거나 예측될 경우에는 전 임직원에게 곧바로 보고 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 보고를 받은 10년차 이상의 고참 직원들은 비상보고를 받은 직후 곧바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많은 경험을 겪은 고참 직원들과 신참들과의 협업 시스템을 도입한 셈이다.

    송 대표는 “이런 시스템이 회사에 정착한 후 대표나 임원들이 직접 현장에 지시를 하는 일이 줄어들었다”며 “직원들이 알아서 하니 임원들도 회사의 새로운 사업이나 영업에 집중할 수 있어 생산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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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필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대도시라면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는 생활폐기물을 활용해 전기와 난방연료, 자동차연료 등의 에너지를 만들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이 줄을 잇는다. 이미 강원도와는 낙엽 등을 모아 썩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자동차용 연료를 공급하는 충전소 사업을 시작했다.

    부산광역시와도 수영하수처리장의 가스를 활용한 차량 연료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창원과 구미에서는 매립가스발전소를 대전, 대구, 서울 상암 등지에서 매립가스를 활용한 난방연료 공급 등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송 대표는 여기에서도 중소기업의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규모가 큰 대규모 SOC(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에 최선의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SOC 사업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다 보니 현장에서 발생하는 오류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준공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신기술이 발표되기도 한다. 이 경우 원청자에게 이런 상황을 알리고, 재시공에 들어가거나 설비를 추가하는 일이 많다. SOC 사업의 특성상 준공이 되면 최소 10년에서 30년 가까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은 천천히 신재생에너지 분야 최고의 기술경쟁력과 일당백의 업무 능력을 갖춘 직원들을 보유한 에코에너지홀딩스. 친환경 강소기업이란 표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 기업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떨까.

    “해외에서 우리에게 많은 러브콜을 해오지만 확정된 계획은 없다. 기술력은 자신 있지만 해외 진출에 불안요소로 꼽히는 정치나 현지 사정에 대한 파악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송효순 대표는 에코에너지홀딩스의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해 겸손하게 답변했다. 기술력과 운영능력에서는 자신 있지만 세계 유수의 글로벌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송 대표는 해외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사업 규모를 키워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한-미 FTA와 한-EU FTA 계약이 체결된 만큼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기업들과의 합작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성장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유럽 등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자신들의 시장인 유럽과 북미대륙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판단,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아시아로는 진출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 섣불리 진입했다가 겪을 수 있는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업체들을 찾아 함께 아시아 시장에 천천히 진출한다면 해외진출도 분명히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그는 바이킹 정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대기업 혹은 경쟁업체들과 함께 험한 풍랑을 헤치며 바다를 건너야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좇다보면 신대륙은커녕 배가 침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조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주 작은 산업용 노즐 제작업체를 세계 최대의 매립지발전소 운영업체로 성장시킨 송효순 대표.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하고 믿음직스러운 그의 녹색질주가 기대된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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