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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Service]웅진홀딩스·극동건설 법정관리 후폭풍…“신용평가·회계법인 믿을 수 없네”
입력 : 2012.12.07 16: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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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용평가사와 회계법인, 증권사에 속은 느낌”이라며 “(웅진홀딩스의) 회사채와 주식투자로 날린 투자금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지만 투자 근거로 삼아왔던 곳들에서 낸 자료들이 모두 뒤통수를 쳤다는 배신감이 더 크다”며 고개를 떨궜다.
웅진 사태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의 울분이 이해가 간다.
먼저 신평사의 형편없는 경고 능력이 화두에 올랐다. 투자 위험도를 알리는 ‘경계병’ 격인 신평사들은 극동건설의 부도와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에 부랴부랴 신용등급을 조정했다. 특히 1997년 이후 A등급 회사채가 부도를 맞은 사례가 없기에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기업평가는 법정관리 이후 웅진홀딩스 신용등급을 ‘A-’에서 디폴트 상태를 뜻하는 ‘D’로 내렸고,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BBB+’에서 ‘D’로 조정했다.
한기평은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코웨이(A+)와 웅진케미칼(BBB+) 웅진씽크빅(A)을, 나이스신평은 웅진코웨이(A+)와 웅진씽크빅(A)을 각각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으로 지정했다.
신평사에서 책정한 등급을 믿고 회사채에 투자한 이들은 이러한 ‘뒷북’이 곱게 보일리가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웅진코웨이 매각 발표에 신평사들은 매각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으로 일관했다”면서 “미리 리스크를 평가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변지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 신평사들의 이와 같은 사후적인 대응이 있어 신용등급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신평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회계사는 “몇 년 동안 회계감사를 진행해온 회계법인의 입장에서 회사 상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을 몰랐을 수가 없다”라며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최소한 2012년 반기보고서에서는 최소한 계속존속 기업에 능력에 대한 지적사항을 기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삼정회계법인 측은 “분반기재무제표검토준칙에 따라 검토를 수행했다”며 “공인회계사 윤리기준 상 비밀유지 조항에 의거해 이외에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공식적인 답을 전해왔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회계법인인들은 회사에 고용된 ‘을’의 입장이다 보니 의심이 생겨도 좋게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추후 감사 수임을 위해 해당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기업들의 감사기간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있는 것도 문제”라며 “한 회계법인이 다양한 회사와 거래하다보니 시간에 쫓겨 사소한 이상이 발견되더라도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위기 예측 못한 증권사들 ‘매수의견’ 일색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증권사들의 무지 역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일조했다.
증권사들은 MBK파트너스와의 매각계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웅진코웨이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발표하기 바빴다.
지난 8월 25일 IBK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각각 웅진코웨이의 목표가를 4만5000원, 5만원으로 제시하며 매수의견을 냈다. 매각 계약 발표 직후인 지난 9월 17일 현대증권은 웅진코웨이에 대해 “재평가 계기가 마련됐다”며 “하반기에는 판매 및 관리비에 의한 실적 개선과 9월 말 계약 완료에 따른 지배구조 위험성 해소로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조정국면에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대신증권은 ‘도약하는 일만 남았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MBK 파트너스 인수는 기존 주주에게 가장 긍정적인 방식의 매각”이라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배당성향에 대한 안정적 기대심리는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웅진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8월 27일 웅진케미칼에 대해 “신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내년 이후가 주가와 실적의 본격적인 전환 시점이 될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내놨다. 극동건설의 부채와 부진한 태양광 사업리스크가 그룹전체를 위협할 가능성은 무시됐다.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세 기둥’은 웅진 사태로 인해 신뢰에 상처를 입었다. “어디서 내놓는 정보를 믿고 투자해야 하느냐?”는 이씨의 반복된 질문이 취재를 마친 이후에도 한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박지훈 기자 사진 이충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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