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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가보니…세계는 지금 TV 화질 혁명 중
입력 : 2012.10.05 17: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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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일본 업체는 풀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UD(초고해상도·Ultra High Definition) TV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흥미로웠다.
삼성전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20대의 OLED TV를 이용해 모빌 장식 형태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하이라이트 존이 시선을 끌었다. 하이라이트 존 옆에는 관람객들이 OLED TV의 우수한 화질과 새로운 기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10대의 OLED TV를 추가로 설치한 체험관을 별도로 마련했다. LG전자도 부스 입구 중앙에 14대의 OLED TV를 이용한 조형물을 제작해 관람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두 업체가 OLED TV의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제품 주목도를 최대한 높이려는 전략이다.
일본, UD TV로 반격 OLED TV는 OLED의 RGB(적색 녹색 청색) 픽셀(화면 최소단위)이 자체 발광하면서 빛과 색을 표현하기 때문에 별도의 컬러필터가 필요 없다. LCD TV에 들어가는 백라이트(광원장치)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화면 두께가 훨씬 얇아진다. 종전 TV보다 리얼 블랙(가장 짙은 검은색)을 표현하는 데 유리하므로 한층 선명한 명암비를 나타낼 수 있다.
반면 소니·파나소닉·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UD TV를 한껏 강조했다. ‘명가 재건’을 노리는 소니는 전시 공간의 상당부분을 UD TV 체험 존으로 할애했다. 파나소닉은 145인치 UD PDP TV를 전시했고 도시바도 84인치 UD TV 여러 대를 설치해 놨다. 삼성과 LG도 UD TV를 선보이긴 했지만 일본 업체들이 UD TV에 더욱 절박한 느낌이었다. OLED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일본 업체들이 UD TV를 반격의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게 전자업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풀HD보다 4배 선명한 84인치 UD TV는 화면을 구성하는 주사선 수가 3840×2160이다.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픽셀 크기가 풀HD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화소 수가 207만개인 풀HD(1920×1080)보다 해상도가 4배 높아 한층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TV도 지난해보다 활기를 띠었다. 파나소닉은 103인치나 되는 대화면 무안경 3D TV를, 도시바는 지난해에 이어 55인치 무안경 3D TV를 전시했고 필립스, 창홍 등도 무안경 TV 공간을 마련했다. 무안경 입체 TV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은 높았다. 체험해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하지만 대다수의 무안경 3D TV는 시청 자세를 조금만 바꾸면 화면이 울렁일 정도여서 상용화까지는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작인식이 가능한 스마트TV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앵그리버드 앱을 활용한 동작인식 체험공간을 전시관 내에 별도로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
손을 마치 마우스처럼 이용해 앵그리버드를 날리는 방식인데, 손바닥을 쥐면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중국 업체인 하이센스도 동작인식 TV를 선보였지만 작동이 그리 원활하지는 못했다. 이경식 삼성전자 상무는 “동작인식 TV는 내년 미국 CES 때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쉬, A등급 세탁기를 대거 전시
삼성전자는 올해 약 2611.5㎡(790평) 규모의 생활가전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40여종의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밀레·지멘스·보쉬 등 독일 현지 업체와 비교해 전혀 밀릴 게 없는 가전제품 위상을 과시했다. 특히 고효율 단열재와 스페이스 맥스 기술을 적용한 양문형 냉장고, ‘볼밸런스 플러스’ 기술로 소음을 한층 줄인 드럼세탁기 등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넓어진 전시공간에 대용량·고효율, 저소음, 스마트 등 3가지 강점을 십분 강조했다. 이 같은 공격적 전시 효과 덕분인지 삼성은 이번 IFA에서 짭짤한 수주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스를 방문한 독일 거래처 숫자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실제 수주로 이어진 계약 실적도 전년 대비 50~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안 가전제품을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개념의 ‘스마트홈’ 전시가 확대된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종전까지는 삼성·LG 정도가 스마트홈을 강조했는데 올해는 지멘스·파나소닉 등도 스마트홈 전시에 적극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멘스 전시관에는 꽤 넓은 공간의 ‘커넥티비티 존’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하이센스는 65인치 UD TV, TCL은 한 화면에 두 개 채널을 담은 멀티뷰 TV, 창홍은 삼성·LG가 최근 선보인 T자형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와 유사한 제품을 내놨다. 한국 업체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면 중국 업체들이 수개월에서 1년 안에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게 전자업계의 분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많이 따라왔다”면서 “다만 제품의 핵심 기술과 디자인, 내구성 측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IFA 전시장을 둘러본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인상 깊은 가전으로 밀레의 ‘향기를 넣은 의류건조기’를 꼽았다. 건조기 문 안쪽에 은은한 향기가 나는 ‘향기 카트리지’를 끼우기만 하면 건조 과정에서 옷감에 향기가 스며드는 원리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1일 오전 전시장에 들러 삼성전자와 보다폰 부스 등을 45분간 둘러봤다.
음원의 소스가 카세트·DVD기기에서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도킹 오디오와 무선·블루투스 오디오 기기도 대거 출품됐다. 거실 공간을 덜 차지하는 띠 모양의 슬림형 스피커도 눈길을 끌었다.
모바일기기 갈수록 인기 더해
갤럭시노트2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S펜을 활용한 ‘이지클립(easy clip)’ 기능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찍은 단체사진 중 내가 나온 부분만 오려 메일이나 문자메시지에 첨부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2에 새롭게 탑재된 ‘에어 뷰(Air View)’ 기능도 종전 휴대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무기다. 이메일 목록 창을 열어 S펜을 화면 가까이 대니 이메일의 상세 내용이 팝업 형태로 화면에 떴다. S펜이 마치 마술봉같이 작용하는 느낌이다. 갤러리나 월별 일정 등의 앱에서도 에어 뷰 기능이 통한다. 영화 동영상을 볼 때도 한결 편리하다. S펜을 타임라인에 갖다 대면서 빠른 화면찾기로 원하는 장면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S펜이 4색 형광펜, 혹은 3색 볼펜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S펜에 장착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색상이 전환된다. e북이나 기사를 읽으면서 색깔펜으로 밑줄을 긋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강화된 메모 기능도 편의성을 더한다. 전화 통화를 하다가 통화 내용을 급히 적어야 할 때 S펜을 뽑으면 메모장이 화면에 팝업된다. 메모지를 찾으러 두리번거리는 번거로움을 덜어준 재치 만점 아이디어다. 소니는 IFA에서 4.6인치 풀HD급 디스플레이에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엑스페리아T 등 엑스페리아 시리즈 3종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OS)인 윈도8을 탑재한 모바일 기기들도 눈에 띈다. 윈도8은 노트북, 울트라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모든 디바이스에서 구동할 수 있는 통일성이 강점이다. 삼성전자는 아티브(ATIV)라는 새로운 이름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발표했고 소니는 윈도8 기반 하이브리드 PC인 바이오 듀오 11을 전시했다. 도시바는 21대9 화면의 울트라북 새틀라이트 U840W와 얇은 두께가 장점인 10.1인치 태블릿PC AT200 등을 내보냈다.
[황인혁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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