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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ail]담배 판매 비율 40%, 청소년 흡연 부채질…편의점인가 담배 가게인가
입력 : 2012.10.05 17: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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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살펴보면 이러한 연상 작용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국에 퍼진 편의점들은 국내 담배 소매의 약 35%를 차지한다. 단일 편의점 내 상품별 매출 비율에 있어서도 담배는 단연 1위로 ‘효자 상품’이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단일 편의점 내 물품 판매액 비율 중 담배는 무려 40.4%로 독보적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백가지가 넘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편의점이기에 단일상품인 담배의 높은 판매 비중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점포별로 차이가 있지만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 자리한 곳은 매출의 반 이상을 담배로 벌어들이는 곳도 많다”며 “편의점을 오픈한 후 담배 판매가 잘 되느냐가 중요한 성패 여부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편의점 내에서 담배는 계산대 점원 뒤편에 자리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선이 가는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담배 광고판 역시 계산대 인근에 자리해 편의점 다른 어느 곳보다 주목도가 높은 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편의점 내 담배광고의 자극적인 문구와 세련된 이미지는 담배 소비욕구를 높인다고 지적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출입이 많은 편의점이기에 편의점 내 담배광고 규제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최근 편의점 내 많은 담배광고의 위법성이 발각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4항에 따르면 지정 소매인인 경우 영업소 내부에서 담배 광고물을 부착할 수 있으나 영업소 외부에서 내용이 보이지 않게 전시 또는 부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편의점 내의 담배광고는 밖에서도 훤히 볼 수 있어 규제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LED조명을 활용한 광고가 늘어나 가시성이 더욱 늘어난 형국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편의점 담배 판매 매출의 상당부분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서초구는 인제대학교대학원 알코올 및 도박문제연구소와 함께 ‘서초구 청소년대상 음주 및 흡연 조장 환경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서초구 내 편의점을 대상으로 미성년자 조사원이 주류와 담배를 사는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289개 점포 가운데 60.6%인 175곳에서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했다. 업체별로는 최근 CU로 간판을 바꾼 훼미리마트가 71.4%로 가장 높았고 미니스톱이 64.3%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GS25 56.1%, 세븐일레븐 55.7%, By the way 53.8%로 대형 편의점들은 모두 50%를 웃돌았다. 주변에서 이제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는 청소년 흡연 장면이 편의점의 무분별한 불법판매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불법 판매한 점포 가운데 나이를 묻거나 주민등록증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대부분 절반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훼미리마트는 66.2%를 기록해 불법판매 비율에 이어 또다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 미니스톱 역시 60.7%로 뒤를 이었고 GS25와 세븐일레븐도 50%를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주로 시간단위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형태로 영업하는 편의점의 종업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잔심부름 업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담배를 구매하는 신종 수법도 판치고 있다. 건당 5000~6000원부터 시작해 얼마간의 비용을 받고 다양한 일을 대행해주는 심부름 업체를 통해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담배와 술을 간접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편의점 종업원 입장에서는 담배를 직접 구매하는 사람이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매를 거절하기 힘들고 심부름 업체 측의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청소년임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묻거나 주민등록증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주민등록증 요구 권한도 문제거니와 거절할 경우 비용을 받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편의점과 청소년 흡연문제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시급한 대책이 절실하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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