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종열 기자의 혼맥지도]⑦ 사위들에 사업승계 동양그룹 이양구家

    입력 : 2012.09.07 17: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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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양구 창업주가 설립한 동양그룹은 국내 재계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그룹이다. 6·25 전쟁 이후 산업시설이 모두 파괴돼 피폐했던 시절에 설탕과 밀가루, 시멘트 등에 집중하며 오늘날의 동양·오리온그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두 그룹들은 이 창업주에 이어 모두 사위들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대부분 2세들로 경영권이 이어진 것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보통학교(현재의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맨손창업과 외길경영으로 동양그룹을 일궈낸 서남 이양구 창업주의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가문을 살펴봤다.

    세 번의 실패와 3粉 산업의 성공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을 창업한 서남 이양구 창업주는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손꼽힌다. 지금의 초등학교인 보통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사회에 진출해 맨손으로 굴지의 기업집단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지금의 동양·오리온그룹을 만들기 전까지 세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가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경영인들의 귀감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함경남도 함주 태생인 이 창업주는 1916년 부친인 이교흠 옹과 모친인 김성자 여사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그의 집안은 살림이 넉넉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친이 젊은 나이에 별세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학교를 마친 그는 함흥지방에 진출해 있던 일본 모리나가그룹의 계열사인 함흥물산에 15세의 나이에 취직했다. ‘국내 최대의 제과회사 주인이 되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일했던 그는 3년 만에 정식사원이 되는가 하면 6년 후에는 일본인도 되기 힘든 간부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21살의 나이에 ‘대양공사’라는 식품도매상을 차린 이양구 창업주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거금인 25만원을 벌어 함흥 일대에 20만평의 토지를 사들였다. 하지만 광복 후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하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서울로 월남했다.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온 이양구 창업주는 중고 자전거 한 대로 과자행상을 시작,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거래방식인 ‘수형거래(외상거래의 일종)’를 통해 재기했다. 이를 통해 설탕과 밀가루를 취급하는 ‘동양식량공사’를 설립했고 전국 체인망을 완료했다. 하지만 6·25 전쟁이 터지면서 다시 모든 것을 잃었다.

    1·4 후퇴와 함께 부산으로 피난 온 이 창업주는 다시 한 번 장사를 시작한다. 설탕도매업이 그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내 유일의 설탕생산업체였던 제일제당의 이병철 회장과 동업에 나서 국내 설탕시장을 석권하며 ‘설탕왕’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1956년 풍국제과(현 오리온제과의 전신)를 인수하며 국내 최대의 제과회사 사장이 됐다.

    설탕과 밀가루를 통해 엄청난 현금을 보유한 이양구 창업주는 1957년 이병철·배동환 씨와 공동으로 1억원을 투자해 경영난에 빠진 삼척시멘트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6개월 만에 1억원의 적자가 나자 공동투자자였던 이병철 전 삼성그룹 창업주와 배동환 씨가 발을 뺐다. 결국 이양구 창업주는 설탕회사의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 뒤 삼척시멘트(인수 후 동양시멘트로 상호변경, 현 동양메이저)를 단독으로 인수했다.

    세 번째 위기는 이렇게 인수한 동양시멘트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초 시멘트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고 결국 공급과잉으로 시멘트 가격이 폭락했다. 이는 동양시멘트에게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특히 공장 증설을 위해 받은 차관을 상환해야 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동양그룹과 이 창업주는 최대의 위기에 내몰렸다.

    결국 1971년 9월 10일 그는 동양시멘트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세인의 온갖 비난이 집중됐지만 결국 정직과 신용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1980년대 들어 지병으로 경영활동에서 물러난 이양구 창업주는 사위들에게 회사를 맡겼다. 이후 1989년 10월 타계했다.

    ※ 24호에서 계속...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4호(2012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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