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콧대 높던 수억대 슈퍼카 비운의 일생
입력 : 2012.08.06 10:03:18
-
일반인들로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슈퍼카들이 이처럼 예보 앞마당에 경매물건으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 중고자동차 시장에서나 진행될 법한 자동차 경매를 예보가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억원의 몸값을 지냈지만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경매 물건으로 몰락한 슈퍼카들의 비운의 일생을 살펴봤다.
수백억원대 불법대출의 담보? 이날 공개된 5대의 슈퍼카의 원주인은 도민저축은행의 회장이었던 채규철 씨다. 정확하게는 채씨가 도민저축은행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수백억원대의 부실·불법대출을 해주는 과정에서 담보로 맡았던 물건이라는게 예보의 설명이다.
지난해 도민저축은행 영업정지 당시 예보는 경기도 하남에 있던 저축은행 소유의 지하 창고에서 1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고가의 외제차 19대를 압류했다. 이 중 압류절차가 마무리된 5대가 공개된 슈퍼카라는 설명이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 정지된 도민저축은행은 여러 가지 부실 원인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수입차에 대한 부실한 담보대출이었다. 채 회장은 4000만원 수준인 닷지 매그넘 차량에 2억7000만원을 대출해주는 등 과도한 담보설정을 했다고 예보는 설명했다. 게다가 담보로 받은 차량들의 소유권이나 권리이해 관계도 기록하지 않았고 은행이 아닌 본인의 자택에서 관리하기도 했다. 주인을 잘못 만나 불법 부실대출의 담보로 전락한 비운의 슈퍼카들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람보르기니 가야드로의 경우 2006년식 배기량이 6469cc 모델로 신차 가격만 5억3870만원에 달한다.
페라리 612 스카글라티 역시 2005년식 배기량 5748cc에 신차가격은 4억5000만원이다. 이외에 포르쉐 카레라S는 1억6000만원대에 달한다고 수입차 관계자는 밝혔다.
이처럼 억소리 나는 수입차들을 예보가 경매에 붙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불법 부실대출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예금자들에게 돌려줄 손실금에 보탠다는 설명이다. 예보 관계자는 “매각 등록 절차가 끝난 외제차를 경매로 매각해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손실금 보전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 수입차의 경우 법인 소유 많아
강원랜드 인근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했던 A씨는 “외제차 대출은 대부분 강원랜드 등 사행성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은 곳에서 이뤄진다”며 “도박으로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수억원대 외제차를 맡긴 후 급전을 받아 다시 사행성 게임에 몰두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보 차량은 대포차로 활용되기도
실제 도난차량이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된 경우도 있었다.
인기 탤런트 C씨는 2009년 당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페라리 차량을 도난 신고했는데 해당 차량은 이번 예보의 저축은행 소유 창고 수색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원주인은 C씨인데 문제의 차량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축은행 창고에 보관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 회장 D씨 역시 과거 수십억원대 슈퍼 스포츠카를 도난당했는데 강남경찰서에서 대포차 업체를 잡는 과정에서 해당 차량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강남 일대에서 접대부들을 태우는 이른바 ‘콜떼기’ 차량에 쓰인다는 주장도 있다. 강남에서 중고 수입차 업체를 운영 중인 B씨는 “술집에 다니는 아가씨들이 주로 애용하는 대형세단과 고가의 외제차는 대부분 대포차인 경우가 많다”며 “불법인 자가용 영업을 통해 대포차 구입비용을 충당하거나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 수입차를 구매한 후 콜떼기로 차량가격을 입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억소리 나는 가격만큼이나 화려하게 지낼 것만 같은 슈퍼카. 하지만 이번 예보의 경매처럼 주인 잘못 만나 불법의 상징으로 지탄받기도 하는 게 슈퍼카의 삶이다.
이처럼 굴곡진 운명을 살게 될 슈퍼카는 이번 5대 외에도 아직 10여대 이상이 남아 있다. 예보가 압류한 도민저축은행 창고에는 19대의 슈퍼카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보는 아직 경매 서류 절차가 끝나지 않은 슈퍼카들에 대한 등록 절차를 최대한 서두를 예정이다.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창고에 묻혀 지냈던 슈퍼카들은 예보의 경매로 다시 빛을 볼 수 있을까.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