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종열 기자의 혼맥지도] ⑤ 정·재계 넘나드는 동부그룹 김준기家
입력 : 2012.06.01 17:24:49
-
사실 김준기 회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국회의원들을 여럿 배출한 정계의 명문가 출신이다. 이 때문에 창업 과정에서 어른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렵사리 창업에 성공한 김준기 회장은 1970년대 초반에 불어 닥친 ‘중동붐’을 타고 국내 도급 순위 6위에 오를 정도로 회사를 키워갔다. 이어 보험과 반도체 등으로 시세를 확장해 오늘날의 동부그룹을 일궈냈다.
정계명문가의 장남인 만큼 김준기 회장의 혼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정치권을 비롯해 관가와 재계는 물론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까지 다양하게 연결된다. 특히 눈에 띄는 혼맥은 김준기 회장의 처가인 삼양사그룹이다. 차병원그룹과 농심그룹 등과 직접 사돈을 맺고 있어 명문가다운 혼맥을 자랑한다.
맨손 창업으로 10대 그룹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혼맥을 살펴봤다.
2대째 국회의원 배출한 정치명문가의 장남1981년 임원 회의를 마치고 화이팅을 외치는 김준기 회장. 국내 최대 규모의 동부제철 전기로
결국 김진만 부의장의 바람은 차남인 김택기 강원대 초빙교수를 통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젊은 시절 형과 함께 동부그룹 경영에 나서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 창업한 만큼 동부그룹에는 오너 일가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일이 드물었다. 창업 초창기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유일한 오너 일가로는 김준기 회장의 동서인 윤대근 동부건설 부회장과 외삼촌인 김형배 전 동부문화재단 이사장이 있다. 김형배 동부문화재단 이사장은 김준기 회장의 어머니인 김숙자 씨의 동생이다.
삼양사, 차병원과 사돈
김정희 여사의 여동생인 김정림 씨는 윤천주 전 문교부 장관의 아들인 윤대근 동부건설 부회장과 결혼했다. 윤 부회장은 김준기 회장과 함께 오늘날의 동부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
동부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준기 회장과 윤대근 부회장은 실제로도 동서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임원은 “두 분 다 소탈한 성격으로 특히 윤 부회장은 1970년대 초반 미국 유학시절부터 형님인 김준기 회장을 도와 가장 먼저 그룹경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의 성장에 도움을 준 인척이 또 한명 있다. 김준기 회장의 외삼촌인 故 김형배 동부문화재단 이사장이다. 그는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오랜 기간 공직생활을 하다 1994년 동부에 합류했다. 이후 제조부문 회장과 상임고문 등을 지내며 동부그룹의 비전과 경영에 참여했다. 하지만 올해 2월 2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형배 이사장은 김혜숙 씨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인 김한수 씨는 동부USA법인장을 맡고 있다.
김준기 회장과 김정희 여사는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김주원 씨는 리젠트화재(구 해동화재) 김동만 회장의 손자인 김주한 씨와 결혼했다. 김주한 씨는 메릴린치 증권의 애틀란타 지점에서 자산운용사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초 부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차병원그룹 차경섭 이사장의 손녀인 차원영 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김남호 부장이 MBA과정을 밟기 위해 뉴욕대 유학생활을 하던 시절, 누나인 주원 씨를 통해 소개로 만나 1년 만에 결혼했다.
동생들의 화려한 혼사도 막강故 김진만 국회부의장의 미수연. 김준기 회장과 부인 김정희 여사가 참석해 케익을 자르고 있다. 김준기 회장이 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임원에게 상패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비앤비성원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관심을 끌었던 김무기 전 동부증권 부사장은 이종진 전 서울대 문리대학장의 딸인 이지은 씨와 결혼했다. 이지은 씨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김흥기 씨는 여동생인 김희선 씨를 통해 교사로 지내던 오남선 씨를 만나 연애 결혼했다. 가방을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김흥기 씨는 현재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맏언니인 김명자 여사와 함께 재벌가로 시집간 김희선 씨는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과 결혼했다. 자신이 소개시켜 오빠인 김흥기 씨와 결혼한 새언니인 오남선 씨를 통해 신동윤 부회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윤 부회장의 아버지인 신춘호 회장은 자녀들을 모두 재벌가와 혼사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김준기 회장은 희선 씨를 통해 조양상선그룹과 롯데그룹, 태평양그룹 등과 한다리 건너 사돈이 된다.
김준기 회장의 막내 동생인 김형기 씨는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히 지분늘려 후계승계 마무리김준기 회장과 가족들이 동곡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을 기리는 추모비를 건립했다. 동부하이텍 공장 동부건설 4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김준기 회장
재계에서는 그러나 김남호 부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는 데 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며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계열사에서 일하며 그룹의 내실을 파악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버지인 김준기 회장이 경영 전반을 지휘하고 있어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이미 후계구도가 완료된 기업”이라며 “2세대 경영이 시작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점차 김남호 씨를 중심으로 동부그룹의 경영권이 재편될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