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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의 ‘따뜻한 금융’ 스토리
입력 : 2012.06.01 17: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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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장은 지난 1월 그룹사의 경영전략회의 중 ‘따뜻한 금융’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요즘 기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며 열심히 기업활동을 하면 소비자들도 혜택을 보고 사회도 발전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고객을 외면하는 기업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는 기업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을 상충되는 상태로 방치해서는 결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라며 ‘따뜻한 금융’을 탄생시킨 배경에 대해 밝혔다.
사례와 한 회장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듯 ‘따뜻한 금융’ 요체는 금융의 본업을 통해 고객과 상생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시대에 요구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그동안 우리의 본업과 사회공헌을 다소 구분해서 생각해 일단 본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한 후 그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식이었다”며 “이러한 방식도 의미가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본업과 별개로 시간과 돈을 들여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업무 하나하나를 고객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활동으로 바꿔 나갈 때, 신뢰와 더불어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금융이 본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합리적인 금융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우량고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금융사와 고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금융회사의 기본적이 의무라는 것이 신한금융그룹 측의 설명이다.
한 회장 역시 올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한 번쯤은 회사에 이익이 되는 행동이 고객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갈등을 겪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패러다임 속에서는 기업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을 상충하는 상태로 방치해서는 결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라며 업무수행에 있어 고객의 입장에 서 볼 것을 당부했다.
거시적인 계획 가시적인 실천으로 우선 추진과제를 선정해 추진해왔다. 신한은행은 장기거래 고객 중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성공프로그램(CSP)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기부 전용카드를 발급하고 시각장애인, 고령자, 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한 바 있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이에 대해 “이러한 실천방안의 본질은 회사의 손실을 감수하고 무조건 대출금리나 수수료 등을 인하하겠다는 식의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 금융업무 자체에서 고객가치를 창조하고 고객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기존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판매 프로세스가 고객의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지의 여부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했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이러한 활동이 고객에게 제공되고 판매한 상품과 서비스가 ‘따뜻한 금융’의 취지와 방향성에 맞는지 되짚어보고, 구체적인 개선사항을 도출하려는 취지로 실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계열사들의 업무특성에 맞는 개선사항을 찾아내 고쳐나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총 248종의 상품과 서비스, 판매 프로세스, 사후관리 등을 점검한 결과 총 21개의 개선과제를 도출했다. 예를 들어 투자상품에 있어 투자제안서의 위험고지 내용을 강화했다. 또한 앞으로 펀드나 방카슈랑스 상품에만 적용하던 65세 이상 골드시니어 투자자 보호제도나 스마일콜 제도를 타 상품 영역까지 확대해 무분별한 상품 권유를 방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신한은행은 지난 3월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판매직원이 얼마나 상품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평가하는 ‘소비자보호지수’를 도입한 바 있다.
신한카드는 실질카드 판매수 상위 8종 및 특화상품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고객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3대 할인서비스(주유, 항공 마일리지, 대형매장할인)의 이용횟수, 이용가능여부, 이용가능횟수 등을 조회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 고객들이 할인서비스를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회사의 상품구조조정 정책으로 인해 판매가 중단되거나 유효기간이 강제적으로 설정되는 상품의 잔여 마일리지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펀드 1554종, 랩 31종, ELS 1497종 등 상품과 각종 투자중개업 관련 요율 등을 점검해 수익률 하락으로 개선이 필요한 상품별로 개선계획을 만들어 실행 중이다.
신한생명은 고객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수령 가능한 보험금의 발생여부를 알려주기 위해 보험계약 체결 이후 일정 기간 경과 시점에 기존 가입상품의 보장 내용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BNP자산운용은 공모 및 사모펀드 총 322종을 점검했다. 그 결과 개인에게 판매한 사모펀드의 투자제안서 설명 내용을 공모펀드 수준에 준해 개선해 상품투자위험 등 고객이 가입 전에 알아야 할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 측은 이러한 점검결과를 토대로 주요 자회사들은 ‘따뜻한 금융’의 실천을 위해 계속적으로 구체적 실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을 통해 문화로 만든다신한금융그룹은 1월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열린 그룹경영회의에서 "따뜻한 금융" 선포식을 가졌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그룹은 현장 직원들의 ‘따뜻한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키고, 임직원 상호간 소통을 위해 전 그룹사의 집합 및 사이버연수를 준비하고 있다. 그룹 내 인트라넷(WAF : We are Family) 사이트에 ‘따뜻한 금융’ 코너를 신설해 실천사례 및 직원 제안을 받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따뜻한 금융의 성공적인 실천의 핵심은 이를 실행하는 현장직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지주회사의 ‘따뜻한 금융 추진단’에서는 그룹사 영업점 현장방문을 통해 직원들의 이해도를 확인하고 장애요인 등을 청취하는 등 영업 일선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한 성과주의가 체득화돼 있는 임직원들로 하여금 비전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따뜻한 금융’을 그룹사 CEO전략과제에 반영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그룹장 이상 경영진의 전략과제에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러한 활동이 고객들에게 피부로 느껴질 수 있을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신한이 따뜻한 금융을 일관되게 추진하여 그 진정성이 고객과 사회에 전달된다면 거래하는 고객들이 신한을 계속 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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