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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앙 조기경고 신호를 놓치는 이유
입력 : 2012.06.01 17: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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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임원들이 왜 종종 조기경고 신호들을 무시하게 되는지를 밝히거나, 그러한 신호들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방지해 주의 깊게 반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신중한 결정은 근본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런 게 임원들에게 조기경기 신호들이 불완전하다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일랜드 금융위기를 연구해서 어떻게 임원들이 조기경고 신호를 인식하는 데 실패했는지, 더 불행하게도 조기경고 신호들을 무시하기로 결정했는지를 뚜렷이 다른 세 단계로 구분해 소개한다.
첫 단계에서 임원들은 조기경고 신호들을 간과했고, 그런 것들을 노이즈로 취급했다. 이런 경향은 신호가 그들의 과거 경험이나 기대, 외부환경에 대한 이해 등과 불일치할 때 흔히 나타난다. 한 고위 임원은 “리스크는 기억 속의 기능이다. 그래서 과거에 전혀 본적이 없었다면 그것을 리스크로 예견하지 못한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뜨거운 것에 손을 대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임원들은 조기경고 신호들을 알아채기는 하지만 무시해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태는 과거의 성공에 눈이 멀어 종종 일어난다. 그들은 그게 장기적으로 재앙이 될지라도 단기 이익을 좇곤 했다. 한 고위 임원은 “많은 돈을 벌어주는 빠른 자동차를 몰고 갈 때는 브레이크를 밟는 게 매우 힘들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단계에서 임원들은 조기경고 신호들이 중요하고 긴급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중요치 않은 것처럼 행동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대응하는 게 늦어져 버렸다.
한 아일랜드 은행의 고위 임원은 “2007년에 우리의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게 명백해 보였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자극하며 이 사태를 연착륙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최악의 상태로 끌고 들어갔다. 리만이 무너졌을 때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임원들은 어떻게 조기경고 신호들에 신중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조기경고 신호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려면 근본적으로 이전과 다른 사고방식과 이전과 다른 의사결정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간은 일정한 패턴을 추구하고 과거 경험에 의존하며, 이전 상황을 분석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고신호를 이전과 다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더 나아가 인간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제한적이기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새로 나타나는 트렌드를 발견하는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조직 내에 있건 또는 조직과 함께 일을 하건 영역을 넓히는 일을 맡은 사람들이 주로 찾아낸다. 파트너나 공급자, 공공대리인, 보완적 산업에 있는 이들이나 컨설턴트, 변호사, 회계사 등 여러 회사나 여러 산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종종 그런 기회를 만난다. 그들은 분쟁과 불만을 보고나 어떤 과정상의 긴장이나 경고 사인으로 보기도 한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이렇게 나타나기 시작한 트렌드를 증폭시켜 보고 그것을 가시화하며 조직 내에서 공유하고,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몇 가지 경우를 가정해 시나리오를 짜보는 것이다.
쉘이나 UPS 같은 회사에서는 새로 나타나는 트렌드를 찾기 위해 그런 훈련을 한다. 그게 어떻게 보이든 약한 신호들을 증폭해 여러 나라에 있는 다수의 임원들이 공유하면 훨씬 많은 시나리오들을 짜볼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통해 브라질은 인플레이션을 잠재웠고,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에 대한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고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새로 나타나는 이러한 트렌드를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모델링이나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도 있고, 조직에 허용된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해서 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약한 신호들은 가시적인 트렌드로 찾아내게 된다. 이 단계가 되면 ‘만약 그렇다면’이 ‘얼마나 심각한가’로 인식이 바뀐다. 임원들 또한 ‘그러한 가능성의 영향을 어떻게 측정한단 말인가’라고 망설이던 데서 일련의 가능성의 영향을 측정하려 하고, 또 그러한 신호들이 강화된 트렌드가 될 수 있도록 가능한 경로들을 정교화하게 된다.
[파블로 마틴 드 홀란 IE 비즈니스 스쿨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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