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글로벌 공동기획] ⑭ 라파엘 비뇰리의 도쿄 국제 포럼…거대한 유리 돔 노아의 방주를 보는 듯

    입력 : 2012.06.01 17: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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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도쿄는 수많은 인파와 건물로 복잡하지만 매우 정교하게 정돈된 도시이기도 하다. 도교에서는 지하철 패스를 구입하면 지하철을 이용해 도시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도쿄국제포럼은 JR 도쿄역과 JR 유라쿠초역 사이에 위치하며, 긴자에서도 가까워 산책 삼아 걷기에 좋다. 도쿄역 신마루빌에서 30분 정도 느긋하게 걸으면 유리건물 사이에 있는 녹지공간에 도착하게 되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벤치도 있어 긴자로 가는 길 사이에 공원과 같은 역할을 제공한다. 주변 지하철역과는 지하통로로 연결돼 있어 편하게 왕래할 수 있다. JR 야마노테선 유라쿠초에서 하차해 나오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대신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장애인 시설이 설치돼 있는 도쿄국제포럼 방향의 D5 출입구를 만날 수 있다.

    외부로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유리구조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라쿠조 캐노피(Canopy·지붕)’를 볼 수 있다. 한쪽으로만 지탱하고 있는 이 구조물은 4.8m 폭에 8m 길이의 면적의 피난계단을 가리는 유리지붕이다. 유리와 아크릴 날로 지탱하고 있는데 11t의 수직하중과 리히터 스케일 강도 6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깨끗하면서도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꼭 필요한 만큼의 부재만으로 우아하게 고정된 구조물이다.유리 지붕(Canopy)의 정교한 이음(Joint)의 맞물림은 도쿄국제포럼의 분신이 하나 떨어져 나온 것 같은 형상이어서 유리 궁전으로 들어가는 설렘과 흥분을 더욱 고조시킨다. 다만 초창기의 투명 유리창이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어 측면에서의 가볍고 산뜻함이 감소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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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국제포럼은 거대한 공연시설물 내부의 삭막하고 단단한 벽체를 유리창을 통해 곳곳의 내부 프로그램과 소통될 수 있도록 설계돼 보행자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유리를 고정하는 틀(Frame)을 돌 속에 숨겨서 유리가 튀어나온 것처럼 벽면을 연출했는데 이것은 지하통로에 있는 유리틀과도 잘 매치된다. 벽면에서는 일단 틀만 갈라져 나오고 유리판이 부가되는 식으로 처리돼 있어 벽면과 유리면이 직접 맞닿아 있지 않아 산뜻하게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쿄국제포럼에서 열리게 될 각종 공연이나 전시회의 포스트를 붙여놓은 프레임들이 시선의 방향을 고려해 비스듬히 세워져 있는데, 포스터를 투명한 유리에 붙여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포스터를 부각시킨다.

    도쿄도는 1980년대 중반 국제도시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Land Mark) 건축물을 구상했는데 서쪽지역은 신주쿠에 새로운 도청사를, 동쪽지역은 마루노우치 지역에 도쿄국제포럼 건설을 계획했다. 도쿄국제포럼은 일본에서 가장 큰 컨벤션센터로 전시 공간, 회의실, 도서관, 음식점과 상점으로 구성된 6000m²가 넘는 넓이의 건축물이다. 도쿄국제포럼 건축물은 1989년 개최한 공개 국제 공모전을 통해 우승한 우루과이 출신의 뉴욕건축가인 라파엘 비뇰리의 설계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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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파엘 비뇰리는 우리나라의 종로타워 국세청 건물을 설계했으며, 하이테크 건축과 구조를 노출한 구조체의 아름다움을 건축으로 승화시켜 디자인하는 대표적인 건축가이다. 라파엘 비뇰리의 건축은 주어진 상황에서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건축물을 이끌어내는 연계성과 ‘공공성의 실현’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또한 그의 건축물은 과장된 재료의 사용에 따라 디테일한 표현의 완성도가 높고 구조적 독창성이 뛰어난 조형미를 창출하고 있다. 도쿄국제포럼의 유리로 만든 홀은 종방향 길이가 225m에 달하는 거대한 철재 지붕틀 구조이며, 22m의 긴 지붕틀로 연결돼 있다. 유리 홀로 들어오는 빛은 끊임없이 변하는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야경은 지붕의 지붕틀 구조체 표면에 빛이 반사되면서 밤하늘에 배가 떠있는 듯한 시각적 느낌을 주는 스카이라인의 결정체다.

    7층 전망대에선 도쿄 시내가 눈앞에 펼쳐진다. 홀은 4개의 블록으로 나눠져 있다. 먼저 A블록은 다목적용에 맞춰 가부키극장에서 락 콘서트까지 공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B블록은 가변성이 많은 전시공간으로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C블록은 콘서트, 극장 등을 위해 설계돼 1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음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D블록은 가장 작은 홀로 소규모 연극, 회의실, 시청각실로 사용하며 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광장은 4개의 블록 아래 공간에 있다. 그라스타워는 거대한 홀과 경사 복도로 구성되며, 2개의 주기둥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다. 외피는 유선형 유리외벽(curtain wall)으로 감싸고 있다.

    도쿄국제포럼의 유리 홀로 들어가면 거대한 고래의 뱃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갑자기 확 트인 공간에 놀라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진다. 혼잡한 소음도 광활한 공간이 흡수해 조용한 걸음과 마음의 울림만이 느껴진다. 거대함 속의 비워진 공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과 경제력이 놀랍게 다가온다. 일본의 버블경제 시대에 건축돼 과시용이라는 혹평도 들어야했다. 스케일이 큰 거대한 연결다리는 과감하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횡과 축으로 이어지는 길의 아찔한 아름다움과 공간감에 압도가 된다.

    하늘 끝까지 뻗은 천장과 투명한 유리외벽을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배 부분을 따라 올려다보면, 정말 거대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충만해 중세성당에 온 것 같은 감흥을 일으킨다. 그 옆으로 거대한 유람선의 모양이 있는데, 그것은 마치 그 위에 고래 한 마리를 사냥해 돛에 달고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원양선의 모습과도 같다.

    유리 홀 중앙에는 원통모양의 안내 데스크가 있는데, 색종이를 오려붙인 것 같은 다양한 색상에 하얀 글씨의 INFORMATION 글씨가 케이크의 양초처럼 안내 데스크 둘레에 꽂혀 있어 발걸음을 저절로 향하게 한다. 이곳에 있는 도쿄 안내책자에는 도쿄를 섹센별로 나눈 지도에 주요 관광지나 볼거리, 먹을거리가 표시돼 있고 한국어 책자도 있어 아주 유용하다.

    포럼 아트숍(Forum Art Shop)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미술관 전시 팸플릿으로 시선을 유혹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소개된 고항(밥)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로 이곳에는 다양한 오니기리의 견본이 전시돼 있으며, 서양인들이 젓가락 사용법을 연습해 볼 수 있도록 젓가락이 준비돼 있다.

    또한 쌀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도정되지 않은 현미를 준비해두고 요리교실도 상설로 진행하고 있다. 기념품 코너에서는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화장품, 먹거리 등을 판매한다. 코메카페엔 쌀로 만든 요리가 있는데 밥은 무한 리필이라는 점이 배고픈 여행객들을 만족시켜 준다.

    광장에는 점심때가 지났지만 밥차들이 즐비하고 간이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밥차들은 귀여운 미니버스들로 대부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야끼소바나 햄버거스테이크, 파스타, 햄버거, 커피 등을 팔기도 한다. 떡볶이를 파는 한국음식전용 스낵카도 있으며, 한쪽 편에선 저녁에 있을 콘서트를 준비 중인지 음악이 흘러나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저녁에는 가볍게 한잔하려는 직장인들로 광장이 붐벼서 테이블을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바닥에 자리를 만들어 즐기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빈공간이 많아서 쓸데없이 낭비되는 공간이 많다고 하지만 각박한 도쿄 도심에 또 하나의 편안한 휴식처가 된듯하다. 금연구역이라서 깔끔하고 언제가도 참 쾌적한 공간이기도 하다. 건물 사이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아치를 이뤄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로 인해 생기는 빛과 그림자도 아주 멋스럽다.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고 보행자와의 소통이 원활해 폐쇄적이지도 권위적이지 않은 점이 이 건축물이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라파엘 비뇰리(Rafael Vinoly) 1944년 남아메리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미국으로 이민했다. 우루과이는 인구 330만으로 작은 나라지만 교육과 문화의 전통을 지닌 나라로 우리에겐 축구로 아쉬움이 많은 나라이다.

    라파엘 비뇰리는 오페라극장 감독인 아버지를 따라 남미를 여행했으며, 어릴 적 아르헨티나로 이주했다. 비뇰리의 어머니는 한때 건축학을 공부했다. 비뇰리는 부모의 영향으로 다양한 예술분야를 접했으며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공부했다.

    특히 비뇰리는 어린 나이에 직업을 택할 때 건축가가 오랜 기간 예술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가로의 진로를 결정했다. 1969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건축학 및 도시학을 전공했으며, 1981년 건축사무소를 설립해 1993년 미국 건축가협회회원(AIA)이 됐다. 현재 뉴욕에서 AIA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Boston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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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시에 위치하며 전체 면적이 16만㎡에 달하는 컨벤션센터로 지상 4층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및 철골구조이다. 보스톤 컨벤션 전시센터(BCEC)는 보스턴 도심부의 Historic Seaport District에 위치한다.

    길이 600m의 이 건물은 보스턴 항구 인근 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주거 지역까지 걸쳐 있다. 지붕의 가장 높은 곳은 로비, 대연회장과 남측을 향한 A, B, C의 주 전시장 중앙 위로 위치해 있다. 낮은 지붕을 따라 배치된 주 지붕의 점진적인 기울기는 건물의 매스를 분절시키고 있다.

    전시실은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Summer Street에서 주 로비로 진입할 때 방문객은 로비의 여러 색깔을 지닌 테라조를 지나 계단,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전시실로 내려간다.

    건물의 북측영역은 4층 구조로, 주곡선 지붕의 꼭대기 아래 위치한다.

    건물의 북측영역의 4개 레벨 전부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승강기, 서비스 수직동선 등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울 종로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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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의 상부 중간이 비어 있다. 라파엘 비뇰리는 이를 도심지붕(Canopy)으로 정의하고 야외 도심광장을 표현했다. 철재와 유리로 이뤄진 첨단(High tech) 건축물로, 건물의 형태는 수직동선(Core)으로 형성된 3개의 튜브모양 부재의 수직연장과 돌출을 통해 탄생돼 아주 먼 거리에서도 눈에 잘 띄는 주요 랜드마크로 변모시킨다. 전망대와 전망식당이 위치한 구조의 가벼움에 의해 절제돼 표현된다. 삼각 지지대 모양의 구조 타워 위에 놓인 이 부분은 밤에는 도시 스카이라인(Skyline)의 이정표로 공중에 떠 있는 발광체처럼 보인다.

     프린스턴대 칼 아이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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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는 타원형 필드 주변으로 배치됐으며, 타원형 커브와 접선을 이루는 두개의 직각의 길에 의해 결정된다. 벽돌 건물로 된 과학관과 돌로 건축된 역사캠퍼스 사이에 위치해 건물의 스킨은 두 가지 콘텍스트를 모두 잇는다. 콘크리트 패널과 돌의 풍부한 특성을 모방하는 재질로 된 벽돌의 비율과 색상을 갖는다.

    실험실 볼륨과 ‘쿼드’의 곡선 경계는 아트리움으로 강철 지붕틀로 설치됐다. 아트리움은 9.5m 높이와 82.3m 길이의 유리외벽으로 둘러싸여 ‘쿼드’ 쪽으로 전 시설을 향하게 함으로써 남동쪽에서부터 공간에 햇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정남규 한미글로벌 엔지니어링팀 부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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