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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글로벌 공동기획] ⑭ 라파엘 비뇰리의 도쿄 국제 포럼…거대한 유리 돔 노아의 방주를 보는 듯
입력 : 2012.06.01 17: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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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로 나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유리구조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유라쿠조 캐노피(Canopy·지붕)’를 볼 수 있다. 한쪽으로만 지탱하고 있는 이 구조물은 4.8m 폭에 8m 길이의 면적의 피난계단을 가리는 유리지붕이다. 유리와 아크릴 날로 지탱하고 있는데 11t의 수직하중과 리히터 스케일 강도 6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군더더기 없이 아주 깨끗하면서도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꼭 필요한 만큼의 부재만으로 우아하게 고정된 구조물이다.유리 지붕(Canopy)의 정교한 이음(Joint)의 맞물림은 도쿄국제포럼의 분신이 하나 떨어져 나온 것 같은 형상이어서 유리 궁전으로 들어가는 설렘과 흥분을 더욱 고조시킨다. 다만 초창기의 투명 유리창이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어 측면에서의 가볍고 산뜻함이 감소된 아쉬움을 남긴다.
도쿄도는 1980년대 중반 국제도시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Land Mark) 건축물을 구상했는데 서쪽지역은 신주쿠에 새로운 도청사를, 동쪽지역은 마루노우치 지역에 도쿄국제포럼 건설을 계획했다. 도쿄국제포럼은 일본에서 가장 큰 컨벤션센터로 전시 공간, 회의실, 도서관, 음식점과 상점으로 구성된 6000m²가 넘는 넓이의 건축물이다. 도쿄국제포럼 건축물은 1989년 개최한 공개 국제 공모전을 통해 우승한 우루과이 출신의 뉴욕건축가인 라파엘 비뇰리의 설계로 진행됐다.
7층 전망대에선 도쿄 시내가 눈앞에 펼쳐진다. 홀은 4개의 블록으로 나눠져 있다. 먼저 A블록은 다목적용에 맞춰 가부키극장에서 락 콘서트까지 공연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B블록은 가변성이 많은 전시공간으로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C블록은 콘서트, 극장 등을 위해 설계돼 1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음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D블록은 가장 작은 홀로 소규모 연극, 회의실, 시청각실로 사용하며 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광장은 4개의 블록 아래 공간에 있다. 그라스타워는 거대한 홀과 경사 복도로 구성되며, 2개의 주기둥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다. 외피는 유선형 유리외벽(curtain wall)으로 감싸고 있다.
도쿄국제포럼의 유리 홀로 들어가면 거대한 고래의 뱃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갑자기 확 트인 공간에 놀라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진다. 혼잡한 소음도 광활한 공간이 흡수해 조용한 걸음과 마음의 울림만이 느껴진다. 거대함 속의 비워진 공간,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기술과 경제력이 놀랍게 다가온다. 일본의 버블경제 시대에 건축돼 과시용이라는 혹평도 들어야했다. 스케일이 큰 거대한 연결다리는 과감하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횡과 축으로 이어지는 길의 아찔한 아름다움과 공간감에 압도가 된다.
하늘 끝까지 뻗은 천장과 투명한 유리외벽을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배 부분을 따라 올려다보면, 정말 거대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충만해 중세성당에 온 것 같은 감흥을 일으킨다. 그 옆으로 거대한 유람선의 모양이 있는데, 그것은 마치 그 위에 고래 한 마리를 사냥해 돛에 달고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원양선의 모습과도 같다.
유리 홀 중앙에는 원통모양의 안내 데스크가 있는데, 색종이를 오려붙인 것 같은 다양한 색상에 하얀 글씨의 INFORMATION 글씨가 케이크의 양초처럼 안내 데스크 둘레에 꽂혀 있어 발걸음을 저절로 향하게 한다. 이곳에 있는 도쿄 안내책자에는 도쿄를 섹센별로 나눈 지도에 주요 관광지나 볼거리, 먹을거리가 표시돼 있고 한국어 책자도 있어 아주 유용하다.
포럼 아트숍(Forum Art Shop)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미술관 전시 팸플릿으로 시선을 유혹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소개된 고항(밥)박물관이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무료로 이곳에는 다양한 오니기리의 견본이 전시돼 있으며, 서양인들이 젓가락 사용법을 연습해 볼 수 있도록 젓가락이 준비돼 있다.
또한 쌀을 직접 만져볼 수 있게 도정되지 않은 현미를 준비해두고 요리교실도 상설로 진행하고 있다. 기념품 코너에서는 쌀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화장품, 먹거리 등을 판매한다. 코메카페엔 쌀로 만든 요리가 있는데 밥은 무한 리필이라는 점이 배고픈 여행객들을 만족시켜 준다.
광장에는 점심때가 지났지만 밥차들이 즐비하고 간이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밥차들은 귀여운 미니버스들로 대부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야끼소바나 햄버거스테이크, 파스타, 햄버거, 커피 등을 팔기도 한다. 떡볶이를 파는 한국음식전용 스낵카도 있으며, 한쪽 편에선 저녁에 있을 콘서트를 준비 중인지 음악이 흘러나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저녁에는 가볍게 한잔하려는 직장인들로 광장이 붐벼서 테이블을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바닥에 자리를 만들어 즐기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빈공간이 많아서 쓸데없이 낭비되는 공간이 많다고 하지만 각박한 도쿄 도심에 또 하나의 편안한 휴식처가 된듯하다. 금연구역이라서 깔끔하고 언제가도 참 쾌적한 공간이기도 하다. 건물 사이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아치를 이뤄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로 인해 생기는 빛과 그림자도 아주 멋스럽다.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고 보행자와의 소통이 원활해 폐쇄적이지도 권위적이지 않은 점이 이 건축물이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라파엘 비뇰리(Rafael Vinoly) 1944년 남아메리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으며 이후 미국으로 이민했다. 우루과이는 인구 330만으로 작은 나라지만 교육과 문화의 전통을 지닌 나라로 우리에겐 축구로 아쉬움이 많은 나라이다.
라파엘 비뇰리는 오페라극장 감독인 아버지를 따라 남미를 여행했으며, 어릴 적 아르헨티나로 이주했다. 비뇰리의 어머니는 한때 건축학을 공부했다. 비뇰리는 부모의 영향으로 다양한 예술분야를 접했으며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음악을 공부했다.
특히 비뇰리는 어린 나이에 직업을 택할 때 건축가가 오랜 기간 예술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가로의 진로를 결정했다. 1969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건축학 및 도시학을 전공했으며, 1981년 건축사무소를 설립해 1993년 미국 건축가협회회원(AIA)이 됐다. 현재 뉴욕에서 AIA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Boston Convention & Exhibition Center
길이 600m의 이 건물은 보스턴 항구 인근 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주거 지역까지 걸쳐 있다. 지붕의 가장 높은 곳은 로비, 대연회장과 남측을 향한 A, B, C의 주 전시장 중앙 위로 위치해 있다. 낮은 지붕을 따라 배치된 주 지붕의 점진적인 기울기는 건물의 매스를 분절시키고 있다.
전시실은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Summer Street에서 주 로비로 진입할 때 방문객은 로비의 여러 색깔을 지닌 테라조를 지나 계단,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전시실로 내려간다.
건물의 북측영역은 4층 구조로, 주곡선 지붕의 꼭대기 아래 위치한다.
건물의 북측영역의 4개 레벨 전부는 계단, 에스컬레이터, 승강기, 서비스 수직동선 등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서울 종로타워
프린스턴대 칼 아이칸 도서관
실험실 볼륨과 ‘쿼드’의 곡선 경계는 아트리움으로 강철 지붕틀로 설치됐다. 아트리움은 9.5m 높이와 82.3m 길이의 유리외벽으로 둘러싸여 ‘쿼드’ 쪽으로 전 시설을 향하게 함으로써 남동쪽에서부터 공간에 햇빛이 들어오도록 했다.
[정남규 한미글로벌 엔지니어링팀 부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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