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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석의 클릭! 차이나] ② 이익집단 입김 거세진 중국
입력 : 2012.03.26 17: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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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인민대표회의
예를 들면 여성 대표들은 여성의 권익에 대해, 공상업 대표들은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 경제정책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선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부 주관부문에서 관련 문제에 대해 중시하거나 개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과 정부의 기본 노선을 반대하지 않는 한 대표들이 제기하는 의견에 대해 중국 정부는 대체로 허용하면서 이를 ‘중국식 민주주의’의 중요한 표현 방식으로 선전하고 있다. 양회에서 대표들이 제시한 의견들은 설령 당장 채택되지 않더라도 중국의 정책적 방향을 결정할 때 최고 지도부 구성원 개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중요한 의미와 역할이 있다.
중국은 일당체제의 사회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공산당 지도부 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언제나 암석같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중국 고위 지도부 구성원 사이의 의견차이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도 ‘당외에는 당이 있고 당내에는 파벌이 있는데 언제나 그러하다(黨外有黨 黨內有派 歷來如此)’라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건국 후 중국에서 여러 차례나 고위층이 실각하거나 숙청당했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예를 들면 196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 시기에 제2인자였던 류샤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이 숙청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또 몇 년 후 그 뒤를 이어 제2인자가 되었던 린뱌오(林彪) 전 공산당 부주석이 비행기를 타고 구소련으로 망명하다가 추락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마오쩌둥 시대에 중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고위층 내에 존재한 서로 다른 의견과 모순이 최고권력 쟁탈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1970년대 말부터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을 이끌면서 중국 고위층 내에서 견해차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그가 솔선수범하여 지도부의 종신제 전통에 종지부를 찍었기 때문에 당내에서 과거처럼 최고권력 쟁탈을 위해 사활을 건 투쟁을 할 정치적 기초가 사라진 것이다. 즉 당과 정부내에서 정년퇴임제와 2회 이상 연임 금지 규정을 제도화 했기 때문에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평화로운 세대교체와 지도층의 연소화를 보장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은 공산당 지도부 구성원 사이에 아무리 의견이 다르더라도 부정부패와 같은 형사범죄를 범하지 않은 한 정년퇴직이나 심지어 일찍이 실각해도 평화로운 노후 생활과 대우가 보장되어 있다.
예를 들면 한때 마오쩌둥의 후계자로서 중국 1인자의 지위에 있었던 화궈펑(華國鋒) 전 공산당 주석도 자리에서 물러난 후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의 직함과 대우를 유지할 수 있었고, 정치적으로 덩샤오핑과 상반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도 실각 후 정치활동은 금지되었지만 평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이 중국 최고 지도층 내에 존재하는 의견차이와 모순의 성격을 크게 변화시킨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즉 마오쩌둥시대에 비해 지금의 공산당 고위층 구성원들은 중국의 발전을 위한다는 전제하에 훨씬 대담하게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중국 지도부 내의 분열이나 권력 쟁탈의 성격을 지니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정치학자들은 이를 공산당 당내 민주주의의 ‘싹’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마오쩌둥 시대처럼 최고 지도자의 눈치만 보면서 숙청을 두려워하는 상황보다는 현재 중국에서 올바른 정책을 제정하는데 훨씬 바람직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중국에서 개혁개방을 포함한 근본적인 정책 결정 권한은 여전히 정식위원(정원 204명)과 후보위원(정원 167명)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있다. 역시 5년에 한번씩 결정되는 이들의 명단은 보통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협보다 반년 앞당겨 열리는 중국공산당 대표대회에서 결정된다. 올해 가을에 열리는 제18차 공산당 대표대회가 바로 새로운 5년의 지도부 구성원들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이다.
시진핑(習近平)이 이미 차세대 지도자로 결정된 것은 확실하지만 3000명에 달하는 공산당대표대회 대표들과 수백명의 중앙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및 정치국 상무위원의 선출과정 및 예비명단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러다 보니 ‘공청단’파, ‘상해방’, ‘태자당’과 같은 식으로 중국공산당 지도부 내의 파벌 갈등과 인사정책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러한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출신으로 편을 가르는 방식은 특정 개인의 정책적 성향을 판단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위에서 말한 출신에 따른 이른바 ‘파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하다. 따라서 오히려 향후 중국 지도부 구성원들이 공개 혹은 비공개 석상에서 자국의 현실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을 일관적으로 주장하는지, 실제로 사후 중국 정부의 정책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눈여겨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중국사회가 이미 상당히 다원화되어 있는 만큼 중국의 각급 지도부 구성원들도 여러 이익집단 사이의 모순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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