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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k] 우리은행 中 청두 분행 개점, 현지인 영업 스타트
입력 : 2012.02.27 13: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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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기 우리은행 국제부장은 “청두는 국내 기업이 별로 없는 곳이라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게 된다.
이곳의 성과를 보고 선양(심양)을 비롯한 기타 지역으로 영업망을 확대할 것이다.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계속 점포를 늘려 간다는 게 우리은행의 구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국내은행 해외지점이나 현지법인이 한국 기업의 지사나 교민을 타깃으로 영업을 해온 것과 대조적으로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 부장은 “우리은행은 현지화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중국 연안도시 위주로 영업을 하다가 처음 내륙으로 진입했는데 성과를 보고 중국 전체를 커버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런 구상에 따라 그동안 중국 전문가를 꾸준히 양성해 왔다.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5~6명씩 중국 현지에 파견해 3개월씩 머물며 리서치와 마케팅 조사를 해온 것이다.
“현지화는 인프라와 인력, 당국의 정책이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다.
정책은 감독당국의 의지이니 어쩔 수 없기에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나머지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으려고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정 부장은 설명했다.
중국우리은행은 이번 청두분행 개설에 앞서 현지 고객을 확보하는 연습을 해 왔다. 상하이(상해)에선 연이은 광고로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한다.
매년 1~2개씩 점포를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에 따라 터닦기를 해온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현지법인 출범 당시인 지난 2007년 전체 고객 7200명 중 1200명에 불과했던 중국계 고객은 지금 전체 고객 8만7000여 명의 60%가 넘는 5만3000명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
외형이나 네트워크가 확산되는 것에 걸맞게 현지화도 착착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우선 한국계 은행 중 네트워크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가장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지난 1995년 상하이 지점을 개설하며 중국에 진출한 우리은행은 베이징(북경), 선전(심천), 쑤저우(소주) 지점만을 운영하다가 2007년 11월 지분율 100%의 현지법인을 발족시켰다. 중국 금융 감독당국이 개인 대상 인민폐 영업은 현지법인에 한해 허용하고 있어 지점 체제로는 영업 확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현지법인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431명(한국인 48명, 현지인 383명)의 직원이 베이징, 상하이, 선전(심천), 쑤저우, 톈진(천진), 다롄(대련), 청두 등 7개 도시에서 15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16억6500만 달러이던 총자산은 지난해 말 25억2300만 달러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5400만 달러에서 7100만 달러로 늘었다. 특히 2008년 5억1800만 달러였던 총수신이 지난 연말 18억6300만 달러로 급증했다는 게 눈에 띈다. 중국 감독당국이 올해부터 자본금 제한 외에 별도로 총수신의 75% 이내로 대출을 제한키로 함에 따라 예금 드라이브를 걸어 안정적으로 대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한국계 은행 최초로 위안화 영업 인가를 받은 중국우리은행은 주요 도시를 커버하는 네트워크와 신용카드에 버금가는 기능의 직불카드 서비스, 국제무역의 위안화 결제 등 다른 은행과는 차별화한 서비스로 한국 지·상사는 물론이고 중국인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겐 편리한 자금조달 창구로 다가가고 있다.
우리은행 내에서 중국통으로 꼽히는 권영진 국제부 차장은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중국계 은행에선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은행은 적재적소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법인들에 여신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 모기업의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대출을 결정한다. 그만큼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24억 위안(인민폐)인 자본금도 현지법인에 자금을 지원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자금수요는 크지 않은 편이다. 대기업은 자체 신용으로 현지 조달이 가능하므로 중견·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 되는데 현재 자본금 수준이면 현지법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지원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게 정운기 부장의 설명이다. 무역거래 결제나 ATM 사용 등도 절대적으로 편하다는 게 우리은행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현지법인들이 중국우리은행을 이용할 경우 환리스크 없이 무역대금 결제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격업체라면 당일 결제까지 가능하다는 것.
또 중국 내에서 ATM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인터넷 뱅킹으로 중국 내 어느 곳에나 송금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국인들에겐 한국 여행시 환전이나 직불카드 등의 편의를 제공한다. 중국은행의 직불카드는 현금 인출 등으로 기능이 극히 제한돼 있는 반면에 우리은행 직불카드는 신용카드에 버금갈 정도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특히 한국 우리은행 본·지점에서 환전 리스크 없이 현금을 인출할 수 있으며 이용하는 만큼 포인트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강점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급여계좌로 한국계 지·상사 근무자들을 유치해 왔는데 이것이 현지화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중국 청두분행 개점
일반적으로 무역결제는 외국계 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상 2~3일이 소요된다. 본·지사간 거래라도 대부분 미 달러화를 매개로 송금하기에 환전비용과 환리스크까지 따른다.그렇지만 우리은행 현지법인은 한국계 은행으로선 유일하게 중국 정부로부터 국제결제에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받았다. 그 덕분에 기업들은 우리은행에서 위안화로 수출입 결제를 하면 환전 비용이나 환리스크 헤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이중으로 혜택을 받는다.
어느 은행에서나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 정부가 국제결제에 위안화 사용 라이선스를 한국계 은행 가운데는 중국우리은행에만 주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국내기업 한·중 거래의 3분의 2 정도는 본·지사간 거래이다. 그런 만큼 위안화로 수출입 대금을 결제하면 해당 기업들은 엄청난 도움을 받게 된다. 환전비용은 물론이고 환리스크 헤지 자체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역거래 결제를 위안화로 하려면 중국 정부에서 적격업체로 승인받아야 한다. 중국에서 위안화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모두 허용하나 밖에서 중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적격업체로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것. 그런데 아직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전체 적격업체는 6만 사가 넘지만 중국 정부에서 승인을 받은 업체는 아직 300여 사 정도에 불과하다. 자격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한편 중국우리은행은 중국 정부로부터 파생 라이선스까지 받아 스와프나 포워드 거래까지 서비스할 수 있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7호(2012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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