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글로벌 공동기획 ⑪ 세계의 건축·건축가] 라파엘 모네오의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

    입력 : 2012.01.26 15:11:01

  • photo by The City Project
    photo by The City Project
    종교·문화의 대표 명소로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위치한 로마 카톨릭 주교좌성당(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은 시내 다운타운 벙커힐(Bunker Hill)에 위치한 로스앤젤레스 대교구 소속의 성당이다. 이 성당은 2002년 9월에 완공한 초현대식 건물로 LA에서 가장 혁신적인 건축물로 평가 받고 있다. 공연장과 전시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어 LA 도심지에서 종교적 장소인 동시에 문화 중심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대표 명소이다.

    1994년에 발생한 LA 북쪽지역(Northbridge)의 대지진으로 천주교 로스앤젤레스 교구본산으로 사용하던 성 비비아니성당(Cathedral of Saint Vibiana)의 구조가 상당부분 손상됐다. 이 건물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성당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주교가 1995년 1월에 성 비비아나 성당부지에 새로운 성당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LA시는 1996년 성당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옛 성당을 철거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보존주의자들은 철거를 차단하고 옛 성당을 새로운 건물과 통합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래된 성당 건물을 현재의 지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높은 비용이 소요됐기 때문에, 결국 주교는 새로운 부지를 찾게 됐다.

    Herr Hans Gruber
    Herr Hans Gruber
    1996년 12월에 LA 시내의 시빅 센터(Civic Center)와 컬쳐 센터(Culture Center) 사이 5.6 에이커(약 2만2700㎡)의 부지를 구입했고, 새 성당을 1998년 10월에 착공해 2002년 9월2일에 준공했다. 성당뿐만 아니라 성당 경내에는 영묘, 선물가게, 식당, 컨퍼런스 센터 및 성직자의 사택이 포함돼 있다. 대성당의 위치는 Temple Street, Grand Avenue, Hill Street and the Hollywood Freeway와 경계를 접하고 있다. 건물의 저층부에는 전면의 101번 Freeway를 조망할 수 있게끔 전망공간이 설치되어 있고 천사의 모습이 식각된 유리창을 통하여 외부를 볼 수 있다. 이 도로는 예전에 선교를 위해 스페인 성직자들이 개척한 상징성이 있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서 21곳의 전도구가 설치돼 있다. 이 성당은 세계적으로도 그 규모가 세 번째이며 미국에서는 사반세기 동안 지어진 성당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다. 대성당 설계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 건축상을 수상한 스페인 건축가 모네오(J. Moneo) 교수가 디자인했다. 초현대주의(Postmodern) 건축 요소를 사용해 직각을 피하고 예각과 둔각에 대한 일련의 요소를 교회와 대성당의 중심 디자인에 접목시켰다.

    LA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민족의 특징을 반영해 설계된 대성당은 한번에 3000명 신자가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대공간이 확보돼 있다. 대성당의 본관은 관광객과 방문객을 위해 거의 하루 종일 개방되어 있으며 성당 내부에선 파이프 오르간이 지속적으로 연주되고 있다. 성당의 외관은 101번 Freeway의 먼 곳에서도 보일 수 있도록 건물 중앙 부분에 박스 모양의 유리창이 설치돼 있다. 이 사각 형태의 유리창에는 십자가가 자리 잡고 있다. 성당 정면에 위치한 이 십자가의 높이는 15m로 멀리서도 대성당을 볼 수 있도록 조명설비가 갖춰져 있다. 종탑도 도로 방향에 위치해 있어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멀리서 인지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후면에는 계단 모양의 유리창이 외벽에 설치되어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입면에 변화를 줬다.

    성당에서의 이동 동선은 입구의 종탑과 분수를 지나, 육중한 규모의 청동 문으로 만들어진 본당 주 출입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간다. 성당 입구에는 별자리가 새겨진 바닥과 세계 각국의 언어가 새겨져 있는 분수가 설치돼 있다. 그 속에 한글도 포함돼 있다. 전 세계 인종은 모두 하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건물의 외장은 장식적인 요소를 없애고 전통적인 종교 건축물에 사용되는 수직적인 간결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외벽 재료는 황색 빛깔의 컬러 콘크리트를 사용해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성당 내부 / Henrilcvon wendt / 성당 입구에 있는 청동문
    성당 내부 / Henrilcvon wendt / 성당 입구에 있는 청동문
    신비로운 빛의 연출 성당의 내·외부에는 당대의 조각상과 건축 장식물이 설치돼 있다. 대표적으로 성당 입구에는 멕시코 출신의 조각가인 로버트 그레이엄(Robert Graham)이 디자인한 청동문과 성모 마리아 조각상이 있다. 이 청동문은 30x30개의 형태로 나누어 각각 판을 배치했으며 각 판에는 여러 가지 문형을 새겼다. 그 속에는 태극 문양이 새겨진 판도 포함이 돼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미사를 드리는 공간이 나온다. 내부의 벽은 콘크리트 벽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외벽 공간들 사이로 빛을 투과하는 대리석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빛이 내부로 들어 올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이 빛이 연출하는 광경은 신비감을 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과 숙연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제단은 육중한 터키산 대리석판으로 제작됐으며 ‘천사의 제단(Altar of Angels)’이라 불린다. 또한 대주교의 교좌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가져온 목재로 제작됐다. 또한 청동 조각상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미국 조각가인 사이몬 코파로브스키(Simon Toparovsky)의 작품으로 예술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리타블로가 있다. 1600년도에 스페인에서 만들어졌으며 여러 곳에 전시되어 있다가 게티 재단(Getty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내부에 설치됐다.

    예배를 드리는 곳에는 104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오르간이 6m 벽에 설치되어 있다. 또 내부 벽체에는 내부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성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태피스트리(tapestries)가 걸려 있다. 벽을 둘러서 25개가 설치돼 있는데 다양한 민족 출신의 135명의 성인화가 새겨져 있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교회 신부인 김대건(Andrew Kim Taegun)의 모습도 있다. 이는 미국의 유명 화가 존 나바(John Nava)의 작품이다.

    성당의 지하에는 지하 묘와 납골당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역대 LA 주교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이곳은 일반 신자와 가족들도 유료로 지하 무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곳 무덤의 입구에는 수호천사를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설치돼 있다.

    엄숙함에서 사랑스런 건축물로 기존의 다른 성당 건축 형태와는 달리 현대적인 디자인의 건축물로 탄생된 대성당은 전형적인 고전 형식의 성당 형태 디자인을 탈피해 성당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아름답고 혁신적인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엄숙해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중세 분위기의 무거운 성당 건축 형태에서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성당을 건축함으로써,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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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이 자랑하는 가장 훌륭한 건축가 중 한 사람이다. 1937년 스페인 나바라 주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의 모네오는 Escuela Tecnica Superior de Arquitectura에서 수학한 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덴마크로 무대를 옮겼다.

    1963년과 1965년 사이에 로마의 스페인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졸업 이후 마드리드로 돌아가 건축가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1970년과 1980년 사이에 바르셀로나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기 전 마드리드에서 5년간 작업을 하면서 Escuela de Arquitectura에서 강의를 했다. 그 무렵 부터 그는 현대적인 디자인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를 얻기 시작했다.

    1980년 마드리드로 돌아간 이후부터 유럽과 미국 전역의 최고 대학에서 강의 초청을 받았으며 1985년 하버드대 디자인 대학원 학장이 됐다. 그는 또한 많은 국제적인 상을 수여 받기도 했다.

    1996년엔 유명한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티센 보르네미스(Thyssen Bornem isza)미술관 리노베이션, 메리다의 로마 미술국립박물관, 마드리드 아토차 (Atocha) 기차역 확장, 마요르카의 필라와 조안 미로 재단의 스페인 은행인 뱅킨더(Bankinter) 본사 등이 있다.

    최근 작품은 프라도 미술관 확장과 스페인 은행의 증축이 있다. 미국 내의 건축물은 LA에 있는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the 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 매사추세츠의 웰슬리 대학의 데이비스 미술관과 휴스톤의 오드리 존스 벡 빌딩(미술박물관의 확장)이 있다. 단기적인 유행을 따르는 건축 경향을 지양하며 영속성이 있는 건축물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는 현재 스페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교육자이면서 건축가이다.



    콜롬비아 대학교 노스웨스트 코너 빌딩(Columbia University Northwest Corner Building), 미국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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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은 뉴욕 콜롬비아 대학 뉴욕 120번가와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새로운 캠퍼스 건물의 대부분은 기존 체육관 위에 세워졌다. 상부 캠퍼스에서 오픈 스페이스의 전망은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건물 사용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계획됐다. 기존 체육관 위에 38.1m 높이의 경간(Span)구조는 이 프로젝트를 규정짓는 ‘몸짓(Gesture)’이라고 할 수 있다. 12.2m의 순경간과 강성 바닥 공사에 상응하는 구조와, 개방된 실험실 공간에서의 7층 이중 바닥은 복잡한 구조 디자인을 필요로 했다. 전체 벽면 가장자리에 대한 개념은 ARUP 엔지니어와 함께 공동 개발됐다. 이러한 대담한 표현은 도서관 건물에도 표현됐다. 건물 외관의 구조틀 내부는 알루미늄 핀, 빛과 그림자의 조각을 만들어 내는 도형에 의해서 표현됐다. 건물의 덩어리는 조각된 석재 받침대 위에 설치된 반짝이는 프리즘 구조로 나타난다. 캠퍼스 쪽의 외관은 거의 전체 유리로 돼 있어서 건물의 내부 작업이 밖으로 노출되는 등 개방성이 강조되며 캠퍼스 공동체에 연결된다. 신축 건물은 4180㎡의 물리, 화학, 생물 연구 공간과 지원 교실, 사무실과 학습 공간을 수용한다. 추가 프로그램으로는 1208㎡의 연구도서관, 170석 강당, 공공 카페와 대학 체육관, 새로운 ‘게임데이’ 입구를 포함하고 있다.

    쿠잘 팔래스(Kursaal Palace), 스페인 바스크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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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잘 팔래스는 컨벤션센터, 강당과 다양한 홀 및 전시장 등으로 구성된 복합 건물이다. 도노스티아 산 세바스찬에 위치하고 있으며 1999년에 완공됐다. 지하에는 시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차장이 설치돼 있다. 직선으로 구성된 유리 구조물의 현대 건축물로 주변의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설치돼 있다. 콘서트 홀(the Palacio de Congresos-Auditorio Kursaal)인 쿠잘 강당은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큰 입방체 모양의 건물로 1800석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큰 행사에 자주 사용되는 건물이다.

    첫 번째 좌석은 오페라 공연 시 오케스트라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옮길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큐브’라 불리는 이 건물은 금속 구조에 의해 지지된 이중 반투명 유리 패널로 둘러싸인 내부 프리즘 구조로 형성됐다.

    큐브들 사이는 넓은 보행가능 공간이 설치돼 있어서 쥬리올라(Zurriola)해변과 우루메아(Urumea)강 입구를 조망할 수 있다. 도노스티아 재즈 페스티벌(Donostia Jazz Festival)의 다양한 콘서트와 많은 이벤트가 이 곳 테라스에서 진행된다. 이 지역은 1953년 이후로 존재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산 세바스찬 국제영화제의 장소이기도 하다.

    데이비스 박물관과 웰즐리 문화센터(Davis Museum and Cultural Center Wellesley College Central Street)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웰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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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로의 꾸밈없는 붉은 벽돌 건물, 내부로의 빛과 기존 전시 공간, 데이비스 박물관과 문화센터 건물들은 영화관, 카페, 행정, 수장 공간을 포함한 5667㎡의 규모로 1993년에 준공됐으며, 주잇 아트센터(Jewett Art Center)의 반대편에 건축되어 광장 공간을 완성했다. 모네오는 ‘새 미술관의 매스(Mass)는 섬세하게 정교한 주잇의 매스보다 기본적으로 더 단순하다. 이 정방형 공간은 소장한 작품들을 모두 한번에 공개할 수 있는 귀중품을 보관하는 상자로서 이해될 수 있다’고 했다. 주잇 아트센터 아래에서 데이비스 박물관 쪽으로의 갈 때, 오른쪽에 있는 거대한 빈 붉은 벽돌 벽 뒤에는 박물관이 있다. 영화관은 왼쪽 낮은 높이 건물 내에 위치한다. 이전 건물 아래에서 밖으로 나올 때에 건물의 규모가 명백하게 인지된다. 지붕을 덮은 극적인 톱니 모양 창문은 박물관의 전체 바닥에 자연광을 제공한다. 각 바닥의 밝은 전시 공간은 각 바닥 사이 닫힌 연결보도와 더 대비가 된다. 통로 같이 느낄 수 있는 얕은 계단은 자연적으로 조명이 되는 전시 공간 안으로 아름답게 마감된 목재 벽과 함께 연결된다.국제영화제의 장소이기도 하다.

    [신동기 / 한미글로벌 엔지니어링팀 부장 dkshin@hmgloba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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