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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글로벌 공동기획 ⑪ 세계의 건축·건축가] 라파엘 모네오의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
입력 : 2012.01.26 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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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he City Project
1994년에 발생한 LA 북쪽지역(Northbridge)의 대지진으로 천주교 로스앤젤레스 교구본산으로 사용하던 성 비비아니성당(Cathedral of Saint Vibiana)의 구조가 상당부분 손상됐다. 이 건물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성당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주교가 1995년 1월에 성 비비아나 성당부지에 새로운 성당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LA시는 1996년 성당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옛 성당을 철거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보존주의자들은 철거를 차단하고 옛 성당을 새로운 건물과 통합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래된 성당 건물을 현재의 지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높은 비용이 소요됐기 때문에, 결국 주교는 새로운 부지를 찾게 됐다.
Herr Hans Gruber
LA 지역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민족의 특징을 반영해 설계된 대성당은 한번에 3000명 신자가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대공간이 확보돼 있다. 대성당의 본관은 관광객과 방문객을 위해 거의 하루 종일 개방되어 있으며 성당 내부에선 파이프 오르간이 지속적으로 연주되고 있다. 성당의 외관은 101번 Freeway의 먼 곳에서도 보일 수 있도록 건물 중앙 부분에 박스 모양의 유리창이 설치돼 있다. 이 사각 형태의 유리창에는 십자가가 자리 잡고 있다. 성당 정면에 위치한 이 십자가의 높이는 15m로 멀리서도 대성당을 볼 수 있도록 조명설비가 갖춰져 있다. 종탑도 도로 방향에 위치해 있어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멀리서 인지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후면에는 계단 모양의 유리창이 외벽에 설치되어 자칫 단순해질 수 있는 입면에 변화를 줬다.
성당에서의 이동 동선은 입구의 종탑과 분수를 지나, 육중한 규모의 청동 문으로 만들어진 본당 주 출입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간다. 성당 입구에는 별자리가 새겨진 바닥과 세계 각국의 언어가 새겨져 있는 분수가 설치돼 있다. 그 속에 한글도 포함돼 있다. 전 세계 인종은 모두 하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건물의 외장은 장식적인 요소를 없애고 전통적인 종교 건축물에 사용되는 수직적인 간결성을 강조한 모습이다. 외벽 재료는 황색 빛깔의 컬러 콘크리트를 사용해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성당 내부 / Henrilcvon wendt / 성당 입구에 있는 청동문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미사를 드리는 공간이 나온다. 내부의 벽은 콘크리트 벽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 외벽 공간들 사이로 빛을 투과하는 대리석을 설치해 자연스럽게 빛이 내부로 들어 올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이 빛이 연출하는 광경은 신비감을 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과 숙연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제단은 육중한 터키산 대리석판으로 제작됐으며 ‘천사의 제단(Altar of Angels)’이라 불린다. 또한 대주교의 교좌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가져온 목재로 제작됐다. 또한 청동 조각상인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은 미국 조각가인 사이몬 코파로브스키(Simon Toparovsky)의 작품으로 예술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리타블로가 있다. 1600년도에 스페인에서 만들어졌으며 여러 곳에 전시되어 있다가 게티 재단(Getty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내부에 설치됐다.
예배를 드리는 곳에는 104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오르간이 6m 벽에 설치되어 있다. 또 내부 벽체에는 내부 공간을 돋보이게 하는 성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태피스트리(tapestries)가 걸려 있다. 벽을 둘러서 25개가 설치돼 있는데 다양한 민족 출신의 135명의 성인화가 새겨져 있다. 그 안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교회 신부인 김대건(Andrew Kim Taegun)의 모습도 있다. 이는 미국의 유명 화가 존 나바(John Nava)의 작품이다.
성당의 지하에는 지하 묘와 납골당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는 역대 LA 주교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이곳은 일반 신자와 가족들도 유료로 지하 무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곳 무덤의 입구에는 수호천사를 묘사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설치돼 있다.
엄숙함에서 사랑스런 건축물로 기존의 다른 성당 건축 형태와는 달리 현대적인 디자인의 건축물로 탄생된 대성당은 전형적인 고전 형식의 성당 형태 디자인을 탈피해 성당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아름답고 혁신적인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엄숙해 감히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중세 분위기의 무거운 성당 건축 형태에서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성당을 건축함으로써,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는
젊은 시절의 모네오는 Escuela Tecnica Superior de Arquitectura에서 수학한 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유명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덴마크로 무대를 옮겼다.
1963년과 1965년 사이에 로마의 스페인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졸업 이후 마드리드로 돌아가 건축가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1970년과 1980년 사이에 바르셀로나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기 전 마드리드에서 5년간 작업을 하면서 Escuela de Arquitectura에서 강의를 했다. 그 무렵 부터 그는 현대적인 디자인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를 얻기 시작했다.
1980년 마드리드로 돌아간 이후부터 유럽과 미국 전역의 최고 대학에서 강의 초청을 받았으며 1985년 하버드대 디자인 대학원 학장이 됐다. 그는 또한 많은 국제적인 상을 수여 받기도 했다.
1996년엔 유명한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티센 보르네미스(Thyssen Bornem isza)미술관 리노베이션, 메리다의 로마 미술국립박물관, 마드리드 아토차 (Atocha) 기차역 확장, 마요르카의 필라와 조안 미로 재단의 스페인 은행인 뱅킨더(Bankinter) 본사 등이 있다.
최근 작품은 프라도 미술관 확장과 스페인 은행의 증축이 있다. 미국 내의 건축물은 LA에 있는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the Cathedral of Our Lady of the Angels), 매사추세츠의 웰슬리 대학의 데이비스 미술관과 휴스톤의 오드리 존스 벡 빌딩(미술박물관의 확장)이 있다. 단기적인 유행을 따르는 건축 경향을 지양하며 영속성이 있는 건축물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는 현재 스페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교육자이면서 건축가이다.
콜롬비아 대학교 노스웨스트 코너 빌딩(Columbia University Northwest Corner Building), 미국 뉴욕
쿠잘 팔래스(Kursaal Palace), 스페인 바스크 주
첫 번째 좌석은 오페라 공연 시 오케스트라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옮길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큐브’라 불리는 이 건물은 금속 구조에 의해 지지된 이중 반투명 유리 패널로 둘러싸인 내부 프리즘 구조로 형성됐다.
큐브들 사이는 넓은 보행가능 공간이 설치돼 있어서 쥬리올라(Zurriola)해변과 우루메아(Urumea)강 입구를 조망할 수 있다. 도노스티아 재즈 페스티벌(Donostia Jazz Festival)의 다양한 콘서트와 많은 이벤트가 이 곳 테라스에서 진행된다. 이 지역은 1953년 이후로 존재하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산 세바스찬 국제영화제의 장소이기도 하다.
데이비스 박물관과 웰즐리 문화센터(Davis Museum and Cultural Center Wellesley College Central Street)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웰즐리
[신동기 / 한미글로벌 엔지니어링팀 부장 dkshin@hmgloba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6호(2012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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