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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글로벌 공동기획] ⑩ 세계의 건축·건축가…스페인이 낳은 최고의 구조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터닝 토르소
입력 : 2011.12.29 14: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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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형 도시 개발의 상징적 모델
건물 축조 이후 이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거대한 조각 예술품과 같은 독특한 건축물을 감상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와 한가로운 항구도시는 어느새 세계적인 건축의 명소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한 사실은 이 건축물의 출현으로 이전 초고층 빌딩의 트렌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종래의 초고층 건축물이 최고의 높이를 향해 경쟁했던 반면에 이제 건물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디자인 경쟁 시대로 변경된 것이다.
건축과 구조 그리고 예술의 절묘한 만남
지하2층~지상54층, 약 1만8000㎡의 연면적의 건물은 9개의 입방체 큐브로 분리해 전체 형태를 90도 뒤틀어진 형태로 구현했다. 이 형태는 마치 사람의 몸이 척추를 중심으로 뒤틀린 동작의 형태와 유사하다. 90도 뒤틀려 정지된 동작은 긴장감을 유발해 다이내믹한 모습을 연출한다. 건물의 흰색 철골 프레임은 건물의 형태와 조화를 이뤄 더욱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다. 칼라트라바는 “움직이고 있는 사람의 비틀리면서도 아름다운 곡선을 가진 사람의 몸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했으며 또한 “성냥갑 모양의 건물 디자인에서 탈피하고 싶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건축물은 주거영역과 업무영역으로 크게 구분된다. 주거영역은 9개 입방체의 세 번째로부터 대략 1만3500㎡이며, 낮은 2개의 입방체의 전체적인 상업 면적은 대략 4000㎡이다. 업무지역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주거 동선과 분리했다. 43층에는 3개의 게스트룸, 2개의 사우나, 체육관이 있다. 이 건물은 비틀며 움직이는 듯한 외부 형태로 인해 상하층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바다를 향해 있다. 이는 이 건물만의 특별함이기도 하다. 건물에서의 탁 트인 조망과 외부에서 관람객들의 막힘없는 건축물 감상은 말뫼시 정부에서 이 건물의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 주변 건축물의 높이를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람객들은 멀리에서부터 이 건물의 다이내믹한 형태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건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주거·업무 복합시설로서 일반인이 사전 방문 허락 없이 접근할 수 없으므로 사전 예약하지 않은 일반 관광객들은 외관을 주로 감상하게 된다. 어느 방향에서나 전체 건물 형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므로 주변을 산책하며 올려다보게 된다. 이 건물은 건축가이며 조각가이자 구조엔지니어인 칼라트라바의 특별한 구조 해석 능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2005년 아메리칸 건축협회 황금메달을 수상하면서 이 건물은 독창적인 디자인 작품으로서 구조적 표현주의가 축소된 형태라는 평을 듣게 된다. 건축가의 남다른 미적 감각을 첨단의 구조 기술로 빚어내 특별한 건축언어로 표현했다. 1층 출입구 주위의 원형 외벽은 전면 유리로 구성돼 있다. 또한 총 2800개의 패널과 2500개의 창호, 5500㎡의 유리 및 알루미늄 커튼월 마감으로 패널은 곡면, 유리는 평면으로 구성했다. 또한 이 건축물의 특징은 독특한 형태 외에 지속 가능한 건축물의 설계와 친환경적 설계의 구현이다. 지역 에너지 시스템과 연계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터닝 토르소 18층 평면도<br>3개의 게스트룸, 2개의 사우나, 체육관이 있는 터닝토르소 43층 평면도
이 건물의 까다로운 외부 형태 구현과 더불어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처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형 외벽이 설치됐다. 나선형 외벽이 기류를 자연스럽게 옆이나 위로 보내기 때문에 강한 바람에도 건물의 흔들림이 없다. 건물의 코어가 외골격 부분 없어도 풍하중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바람 방향으로 코어와 함께 트러스가 작용해 타워의 변위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뒤틀린 형태와 그 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구조 기술적인 측면 모두를 제대로 충족시켰다.
또한 시공이 어려운 이 건물의 공기단축을 위해 ACS(Automatic Climbing System)를 하기도 했다. 이것은 건물의 플랫폼을 다음 층으로 들어 올리는 기술이다. 독일 거푸집 및 비계 회사에 의해 제작된 이것은 4m까지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층에서 가설 보정작업 없이 시공이 가능했다. 비틀어진 형태는 수직으로 상승하듯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며 우뚝 솟아나고 변화하는 형태를 구성한다. 마치 진흙을 빚어 위로 돌리며 세운 것 같다. 주위의 저층 건물들과 극적인 대조를 이루며 수직적인 랜드마크로서 당당히 서 있으며 주변 어디에서 보아도 보석 같은 예술 작품으로 보인다.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몸을 저절로 기울어야 할 것 같은 흥미로운 유리창, 그리고 총 9개의 커다란 육면체를 조금씩 비틀면서 차례대로 쌓아올린 듯한 절묘한 형태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의 건축 작품은 고정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동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건축, 구조 그리고 시공 기술의 발달과 새로운 건축 소재의 발견은 미래를 꿈꾸는 건축가들에게 머릿속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현하는 튼튼한 토대인 것이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는실내전경 / 조형물 악세서리
그의 대표 작품인 리스본 오리엔떼 기차역, 미국 밀워키 미술관 이외에도 세계 각지에 있는 작품들은 항상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주목 받았다. 1992년 구조기술 분야에서 수여하는 황금메달을 비롯해 1987년 오귀스트 페레 UIA상, 2005년 아메리칸 건축협회 황금메달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25년 동안 그는 동적이고 아름다운 건축적 형태로 만들었으며 건축과 엔지니어링을 통합시켰다.
그의 작품들은 종종 자연 세계에서 그 형태와 구조의 컨셉트를 도출했으며 이를 형상화했다. 특히 그는 교량설계나 새로운 고도의 기술에 도달해야 하는 토목공학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원래 건축가로 알려졌지만 조각가와 화가로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러한 경험은 건축과 예술을 하나로 결합시킬 수 있게 하는 내재적 추진력이 됐다.
그의 작품은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꾀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모습을 그대로 건물 디자인 요소로 포함시켜 역동적인 형태를 구현했다. 때론 은유적인 모습이 아닌 너무 직설적인 표현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초기 스케치를 보면 사람이나 동물의 살아 움직이는 형태의 습작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동적이며 자유로운 형태의 표현은 그의 구조 공학 기술이 뒷받침되어 실제로 실현될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작품의 경쟁력이 됐다.
그의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현실 세계를 초월한 실험 정신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그의 성장 과정과 학업 그리고 건축의 수학 과정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 수출업에 종사했던 가족의 영향으로 인한 국제적 감각, 예술·기술학교 수학과, 기하학 건축적 질서의 발견, 그리고 건축학, 도시계획학, 토목학 등 다양한 학위 취득, 그리고 유명한 건축가들은 통해 얻은 수학적 질서에 많은 감명을 받았던 덕분이다.
또한 공학 분야에 예술을 자유자재로 적용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칼라트라바는 꿈과 이상을 현실에 제대로 구현하는 건축가이다. 그의 작품은 지역의 자랑거리이자 상징이 되며 삭막한 회색 도시에 빛과 보석 같은 찬란함과 신선함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 밀워키 미술관(Milwaukee Art Museum), 미국 위스콘신주
미국의 시사저널지 '타임'지가 선정한 2001년도 한해의 최고의 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미술관은 천장과 썬스크린(Sunscreen) 사이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자연채광은 내부공간과 조화를 이뤄 빛의 연출로 공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건물의 하단 전체 형상은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 같이 생겼다. 실제로 범선의 돛처럼 천창의 썬스크린이 정오에 퍼졌다 다시 오므라드는데 이는 관광객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레이나 소피아 예술 궁전(Palau del les Arts Reina Sofia), 스페인 발렌시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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