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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urance] 한화 그룹 인수 9년…대한생명 자기자본 12배로 성장
입력 : 2011.11.28 15: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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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자기자본 12배로 성장 대한생명의 IR 총책임자인 윤성원 상무는 요즘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10년 3월 회사가 기업공개를 한 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매일같이 애널리스트나 기관투자자들의 방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들의 관심이 늘면서 대한생명은 요즘 국내외 대형 IR행사의 단골 출연회사가 됐다. 지난 11월8일 63빌딩에서 국내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연 데 이어 11월10일엔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도이치뱅크 주최의 IR에 참석했다. 또 같은 날 영국 런던에선 RBS증권이 인터콘티넨탈 파크레인호텔에서 연 해외IR에도 나갔다. 2002년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지 9년 만에 대한생명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1946년 국내 최초의 보험사로 출범한 대한생명은 대한민국 발전사와 궤를 같이하며 생명보험의 역사를 그려왔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한화그룹이 2002년에 인수한 뒤 회사는 눈에 띌 정도로 달라졌다.
경영이 안정되면서 일선 사원들의 영업력이 살아나 이익이 쌓이고 재무구조가 갈수록 탄탄해졌으며 더불어 외형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후 9년 동안 대한생명은 외부 환경이 좋건 나쁘건 상관없이 매년 꾸준한 이익을 내면서 갈수록 건실한 재무구조를 만들며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결과는 시장의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한화그룹의 캐시카우를 묻자 주저하지 않고 “대한생명이다”라고 답했다. 꾸준한 이익을 내면서 대한생명은 화학그룹 이미지가 강했던 한화의 새로운 간판이자 든든한 돈줄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IR행사마다 부르고 싶은 회사가 된 것이다.
한화그룹 인수 후 생명보험 업계 2위 확고히 다져 대한생명이 주목받는 회사가 된 데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작용했다. 한화그룹은 2002년 10월 대한생명을 인수하자 곧바로 재무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인한 기업부실이 IMF 외환위기까지 초래했으니 현명하면서도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노력으로 2002년 3월 말 기준 5304억원이던 대한생명의 자본총계는 2003년 3월 말 1조5858억원, 2004년 3월 말 2조2048억원 2005년 3월 말 2조8407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화가 대한생명 인수 직후 설정했던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 일류 생명보험사’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재무구조 개선이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1년 3월 말 결산에서 대한생명의 자본총계는 6조1602억원으로 늘어났다. 10년 만에 자본력이 12배 정도로 커진 것이다. 회사가 탄탄해지자 일선을 뛰는 직원들도 점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인간적인 유대가 끈끈하기로 소문났던 영업조직 구성원들이 새바람을 타며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한화로 넘어온 지 1년 만에 대한생명은 사상 최고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업계 2위 자리를 꿰차게 됐다.
회사가 눈에 띌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한생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룹의 비전인 ‘Top in 2010’에 맞춰 ‘글로벌 선도 보험사’와 ‘미래의 업계 1위’를 향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와 관련해 준비기(Run-Up), 1위와의 격차축소기(Jump-Up), 1위 본격 경쟁기(Fly-Up) 등으로 3단계로 기간을 나눠 전략적인 도전에 나설 방침이다.
안전성 바탕 다양한 서비스 제공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한곳에서 받는 여의도 63빌딩내 한화 금융프라자
영업성과와 함께 중요하게 여겨지는 효율지표도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생보사의 대표적인 효율지표라고 할 수 있는 13회차 유지율은 전년보다 7.6%p 상승한 84.2%로 나타났고, 설계사들의 1년 정착율도 52.1%로 지난해 보다 10.6%나 개선됐다. 특히 유지율과 정착률은 대형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규모와 효율 모두 개선된 것으로 의미가 크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정성은 대한생명이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 것 같다. 이 회사는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40~50%로 유지하면서 은퇴시장 및 중·상층을 타깃으로 잡아 고액 월납 및 일시납 판매를 늘려나가고 있다.
‘V스마트VUL통합종신보험’에 이어 연금보험을 추가로 개발 중인 것도 그래서다. 2011년 초 적립금 1조원을 돌파한 퇴직연금 부문에서는 1000대 기업, 30대 그룹, 공기업 등 우량 단체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대도시나 성장 거점지역에서의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AM, 방카슈랑스 등 전략채널에서도 제휴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상품 운용으로 시장점유율을 키워나간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특히 완전판매와 고객 관리 강화, 신규 FP 육성 등으로 현재 업계 최고 수준인 13회차 유지율이나 정착률 등 영업 효율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는 게 회사의 각오다. 일례로 회사가 컨설팅 영업 활성화를 위해 FP들에게 제공한 생애 재무설계 프로그램인 ‘행복인생플랜’은 최근 영업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손해보험 증권 자산운용에 기술금융과 저축은행까지 구색을 갖춘 한화그룹의 금융 포트폴리오도 대한생명의 영업 강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고객들이 이제 대한생명 어느 곳에서든 토털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생명은 해외로도 눈을 돌렸다. 이미 베트남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 대한생명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중국서 글로벌 보험 강자 꿈꾼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호앙 쭝 하이 베트남 경제 부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합작사는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시에 본사를 설치하고 저장성을 중심으로 영업 기반을 확보한 후 빠른 시간 내 중국 전역으로 영업망을 확장할 방침이다.
한화는 이미 태양광사업(한화솔라원)이나 닝보(寧波) PVC공장 등 다양한 중국사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번 대한생명의 진출로 그룹 전체가 탄력을 받게 됐다. 이런 성공 신화를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 동남아 신흥시장으로 이어가 글로벌 보험사를 만들어간다는 게 대한생명의 구상이다.
대한생명 주가분석
외국인들 조정 때마다 매수 나서
실제로 대한생명의 주가는 상장 당시보다도 하락해 장부가치를 밑도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11월18일 기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6조3663억원으로 6조5283억원(6월 말 기준)인 자본총계보다도 적다. 가치가 뻔히 나오는 금융기관이니 영업권 프리미엄을 얹어주지는 못해도 장부가 정도는 나와야 정상인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가는 싼데 수급이 받쳐주지를 않고 투자자들이 다시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대한생명의 목표주가는 9700원이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리스크가 있지만 실적은 가장 저조한 국면을 지났고 주가가 올라갈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장 가능성과 관련해 “연금보험시장의 성장 여력이 남아 있고 해외 진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 연대감 바탕
FP 1년 정착률 52%대
그만큼 직원들은 신이 난다. 신나는 직장이라서인지 대한생명은 직원들 사이의 연대는 끈끈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직원들 간의 그런 정은 FP를 통해 고객에게 이어진다. 대한생명은 FP 정착률이 가장 높은 생보사로 소문났다. 회사측은 FP들의 1년 정착률이 52.1%로 전년 대비 10.6% 높아졌다고 밝혔다.
대한생명은 2007년 보험업계 최초로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상담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보험계약 상담은 물론이고 사고보험금접수, 계약내용변경 등 회사를 찾아와야 가능했던 업무를 FP가 직접 찾아가 해결해 준다.
이 서비스는 지금까지 32만 명 이상(연평균 8만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만족도도 높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엔 ‘우행터(우리들의 행복한 일터 만들기)서비스’도 벌인다. 대한생명의 CS 전문 강사가 CS 교육과 조직 활성화 강의를 무상으로 해준다.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로 대한민국은 다양한 서비스 관련 상들을 받았고 공정위 주관 소비자 불만 자율관리(CCMS) 우수기업으로 3회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연 8만 명이 집·회사서 보험처리 2004년 9월, ‘대한생명 봉사단’이란 조직이 생겼다. 대한생명 본사부서와 전 지점의 임직원 5000여명과 2만여 FP가 140개 봉사팀으로 뭉쳤다.
이들을 팀별로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 지역사회 불우시설과 자매결연해 매달 1~2회씩 찾아간다. 전 임직원이 연간 근무시간의 1%(약 20시간) 이상을 자원봉사에 나서는 것이다.
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일정부분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적립하는 ‘사랑모아 기금제도’도 활발하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면 회사는 매칭그랜트로 직원 모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매달 출연해 기부한다.2006년 1월부터는 ‘청소년 해피프렌즈 봉사단’도 운영하고 있다. 6개 도시 35개 중·고등학교에서 선발한 350명의 학생들은 10명씩으로 팀을 이뤄 매달 봉사활동을 나선다.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도 적극적이다. 매년 가을 한강에서 불꽃축제를 볼 수 있는 것은 대한생명 덕이다. 이외에 예술의 전당의 11시 콘서트, 문화소외지역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등도 지원하고 있다.
[정진건 기자 borane@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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