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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Card] VISA 버린 BC글로벌카드 성과는?…BC카드와 VISA의 ‘불편한 동거’
입력 : 2011.11.28 15: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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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차는 극명하다. VISA측은 소명자료를 통해 “비씨카드는 15년간 잘 지켜왔던 비자국제운영규정(Visa International Operating Regulations; VIOR)을 위반했다”며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 했으나 비씨카드에서 이를 거부하는 바람에 규정대로 위약금을 부과한 것일 뿐이며 위반행위가 지속된다면 벌금 조치를 취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 관계자는 “VISA의 국제운영규정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가능한 타 네트워크 이용을 제한해 신용카드 회사, 신용카드 소지자 및 가맹점 모두에 더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강요한다. 이는 망을 사용한 것이 아닌 사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패널티를 주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며 “이는 분명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불공정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고객 무시해온 VISA적반하장 맞대응VISA가 아닌 BC로고가 새겨진 BC글로벌카드
이에 대해 VISA측은 “비씨글로벌카드의 출시와 이 문제는 전혀 다른 부분이다. VISA 내부규정 이외에 비씨카드의 다른 상품 때문에 우리 쪽에서 문제를 삼고 있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 반박했다.
VISA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이용자 입장에서는 VISA의 비씨카드에 대한 위약금 부과가 곱게 보일 리 없다. 비씨카드와 제휴한 스타망을 사용할 경우 VISA네트워크와는 달리 회원들에게 1%의 글로벌카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선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VISA네트워크 이용료가 더 비싼데도 자사 네트워크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국제 신용카드사로 빠져나가는 국부유출이 지적되며 VISA에 가해지는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신용카드사가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발급 및 유지 수수료는 420억7900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 글로벌 신용카드 1~2위를 다투는 VISA와 MASTER가 비난의 표적이 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급된 글로벌카드 역시 VISA와 MATER가 양분해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출된 국부는 모두 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워도 떠날 수 없는 ‘VISA의 품’ 지난 7월 비씨는 VISA를 공정위에 제소한 상태이지만 위약금은 지속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규정이 무효화되기 전까지는 VISA규정의 효력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나 사안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조사가 최소 1년 반에서 2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약금의 액수는 최소 1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비씨카드와 VISA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지만 이들의 ‘불편한 동거’는 지속될 전망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VISA의 품을 떠나기는 쉽지 않다. 내부적으로 VISA와의 거래를 중단할 계획은 전혀 없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비씨카드가 출시한 글로벌카드는 부족한 가맹점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글로벌카드 사용자라 밝힌 대학생 김모 씨는 “유럽여행을 위해 비씨글로벌카드를 발급받았다. 광고에서 103개국에서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상 유럽에서 가맹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며 “별 수 없이 부모님이 비상시 사용하라고 주신 VISA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한 블로거는 “유럽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사용하기 힘든 비씨글로벌카드는 CF에서처럼 뱀춤 출 때만 사용가능한 것이냐?”며 “아무리 QI(Quality Insurance)가 부족하다지만 과대광고에 사용자 입장에서의 고려가 부족한 카드”라며 비씨글로벌카드의 불편함을 지적했다. 카드업계 정통한 한 전문가는 “아직 부족한 인프라를 지닌 비씨글로벌카드를 믿고 VISA와의 거래를 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또한 국내에서 워낙 인지도가 높은 VISA와 MASTER를 등지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VISA 관계자는 “비씨카드는 우리의 오랜 고객사다. 이번 사태에 우리 쪽에서 나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태가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며 비씨카드와 제휴를 중단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좌불안석인 양측 다시 손잡을까? 비씨카드는 현재 최근 2년여에 걸쳐 5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시스템 도입 백지화에 따른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할 형편이다. 비씨카드는 올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차세대 시스템 오픈을 연기한 끝에 결국 백지화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우리은행 등 관계사들이 비씨카드의 차세대 시스템 도입에 발맞춰 자사의 시스템 개선 작업을 해왔으며 비씨카드로 인해 시스템 개선이 지체된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은행들의 손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시급한 현안이다.
VISA카드 역시 불편한 입장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국내 여론 악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번 공정위 제소에는 이례적으로 비씨카드 브랜드협의회 산하의 우리은행, 농협 등 총 11개 회원사도 동참해 자칫하면 국내 카드사와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불편한 상황이 화해의 상황까지 갈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며 “다만 어느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 인롄카드란?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5호(201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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