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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service] 주파수 확보 경쟁 1차전 마무리, 당신의 선택은
입력 : 2011.10.27 09: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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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3개 주파수 대역을 경매에 매물로 내놨지만 사실상 경쟁이 붙은 경매는 1.8Ghz 대역뿐이었다. 1.8GHz 대역을 두고 SK텔레콤과 KT는 82번이나 번갈아 가며 가격을 높였다. 결국 KT가 두 손 들고 경매를 포기해 최종적으로 SK텔레콤이 9950억원에 낙찰을 받았다.
1.8Ghz의 최초 경쟁가격 4455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낙찰됐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사상 최초로 벌어진 주파수 경매에서 SK텔레콤과 KT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1.8Ghz 대역의 주파수를 포기한 KT는 800Mhz 대역을 2610억원에 낙찰 받았고 2.1GHz 대역은 LG유플러스가 4455억원에 가져갔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통사의 사업계획 등을 평가해 주파수를 할당해주고 일정한 대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경매를 도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말 와이브로용 2.5GHz 주파수도 경매를 통해 통신사에 할당하는 등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준다는 원칙을 세웠다. 해외에서도 대부분 주파수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나눠주고 있다. 미국·독일·스위스·영국·홍콩·벨기에 등이 모두 주파수 경매를 받아들이고 있다.
주파수는 높고 낮음에 따라 성질이 다르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전파가 직진하려는 성질이 강해 대량의 정보 전송이 가능하므로 고정 통신, 초고속 통신 등에 적합하다. 낮은 주파수는 건물 등 장애물을 피해 돌아가는 성질(회절성)이 강하지만 전송 가능한 정보량이 적어 해상 항공통신 등 장거리 통신에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통사, 포기할 수 없는 사업 밑천지난 4월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LTE 시연회에서 관계자들이 고화질 HD 영상통화와 3D 영상 스트리밍 등을 시연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차세대 통신방식 4세대(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없앤 것도 이런 문제를 막겠다는 생각에서다.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김으로써 데이터 과소비를 막겠다는 의도다. 이통사들이 주파수 확보를 지상과제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길을 넓혀야 소통량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가 주파수를 포기한다면 그 주파수를 경쟁사가 갖게 된다는 점이 이통사들을 자극하고 있다.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일단 주파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갖고 있는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대한 대응으로 LTE 네트워크 조기 구축, 와이파이와 펨토셀 등 우회망 확보, 클라우드 기술 활용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이통사별 주파수 전쟁, 소비자의 선택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각기 할당 받은 주파수를 활용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각사의 전략에 맞춰 서로 다른 대역에서 1~4세대 통신서비스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세대 통신 서비스를 800MHz 대역을 활용해 진행해 왔다. 이와 비교해 KT와 LG유플러스는 1.8GHz 대역에서 2G 서비스를 제공했다. 3G 통신의 경우 SK텔레콤과 KT는 모두 2.1GHz 대역에서 각각 60MHz와 40MHz 폭을 활용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현재 이통 3사가 활발하게 구축하고 있는 4G LTE 서비스에서는 구도가 더 복잡하다.
현재 LTE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은 800MHz 대역에서 10MHz 대역폭을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2G 가입자들이 빠져나가면 800MHz 대역을 LTE에 추가하고 경매를 통해 받은 1.8GHz 대역도 LTE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SK텔레콤과 함께 LTE를 시작한 LG유플러스는 800MHz 대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역시 경매로 획득한 2.1GHz에도 LTE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KT의 경우 이번 경매를 통해 받게 된 800Mhz 대역의 10MHz 구간과 얼마 전 할당받은 900Mhz 대역의 20Mhz 구간 등을 활용해서 LTE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통사마다 활용하는 대역과 기술방식이 다른 만큼 통신서비스에도 차이가 있다. SK텔레콤과 KT는 2G, 3G, 4G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지만 4G에는 기술방식의 차이가 있다. SK텔레콤은 LTE를 택했고 KT는 LTE와 함께 4세대 기술인 와이브로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KT는 11월 LTE를 시작할 계획이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SK텔레콤의 LTE가 약간 빠르지만 전국망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KT의 와이브로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에서 생활해야 한다면 KT 와이브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SK텔레콤은 2013년에 LTE 전국망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3G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2G를 진화시킨 기술을 활용해 3G와 유사한 속도를 구현했다. LG유플러스 통신서비스의 경우 기술방식과 주파수 대역이 해외 사업자들과 달라 해외 로밍에서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음성 통화의 경우 대부분 해외에서 자동로밍 되지만 데이터 로밍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런 문제를 LTE를 통해 해소할 계획이다. LTE서비스는 2012년 7월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많은 주파수 대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빠른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길이 넓으면 더 많은 자동차가 통행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하지만 LTE용 주파수 총량에 있어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앞서 있다. LG유플러스는 총 40MHz 폭의 LTE 주파수를 갖게 됐고 SK텔레콤과 KT는 각각 30MHz를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보다 2배 넓은 대역을 이용한 LTE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SK텔레콤보다 2배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회절성이 높아 멀리까지 다다르는 저대역 주파수(700~900MHz)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30MHz씩 같은 양을 갖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MHz만 보유하고 있다. 낮은 주파수가 더 멀리 가기 때문에 통신 장비를 더 적게 구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700~900MHz 저대역 주파수가 ‘황금주파수’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유력 통신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유리한 대역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이 확보한 1.8GHz 대역은 전 세계적으로 LTE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대역이기 때문에 국내외 제조사의 LTE용 단말기를 수급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 결과만으로 이통 3사의 경쟁구도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통신사에게 주파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지만 그 밖의 요인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동섭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통신 시장의 경쟁구도는 주파수뿐만 아니라 트래픽 분산과 수용, 단말기 라인업,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콘텐츠 및 부가서비스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황지혜 /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jhhwanggo@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4호(201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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