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FA] IFA(국제가전박람회) 현장에서 본 뉴 트렌드

    입력 : 2011.09.29 1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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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IFA)는 경기 침체 속에서도 가전산업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전미소비자가전쇼(CES)에는 업체들이 신기술·신제품에 힘을 싣는 반면, IFA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유럽의 주요 바이어와 제품 출하를 논의하는 등 판로 확보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IFA는 하반기 시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유럽 주요 바이어들은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 가전 업체들은 하반기 가전시장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51회째인 이번 박람회는 23만 8000여 명이 관람해 지난해보다 3% 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참여 업체(1441개)나 전시장 규모(1만 4000㎡)에서도 지난해 대비 각각 1%, 4% 늘어났다. 시장조사기관인 GfK가 상반기 유럽 가전시장이 11%나 줄었다는 통계를 발표했지만 이 전시회에서는 총 13만2900건의 비즈니스가 성사됐고 37억 유로(약 5조5255억원) 규모의 계약이 이뤄졌다. 비즈니스 건수로는 12%, 액수로는 6% 증가하는 등 하반기 유럽 가전시장의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됐다.

    TV 시장 스마트·3D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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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TV 수요가 줄면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IFA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품목은 항상 TV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최대 규모의 전시장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경기 침체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돌파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양사는 ‘스마트’와 ‘3D’를 주제로 각각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스마트TV를 약 1500만대 판매했다. 현재 추세로 볼 때 내년까지 스마트TV를 3000만대 이상 팔 수 있는 시기가 오면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협력이 더욱 탄탄해져 독보적인 스마트TV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의 스마트폰 바람을 거실로 그대로 옮겨와 먼저 소프트웨어 주도권까지 장악해 세계 TV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글로벌 콘텐츠 업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한편 스마트TV 앱 콘테스트를 지속 실시하는 등 스마트TV 콘텐츠 생태계 구축에 힘써 연내 1000개 이상의 스마트TV용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며 스마트TV가 내년 시장 경쟁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윤 사장은 “스마트를 얘기하는 업체들이 많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라며 “TV 소프트 파워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올 업체는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IFA에 ‘3D로 모든 것을 즐겨라(Do It All In 3D)’를 기치로 3D TV, 3D 모니터, 3D 프로젝터, 3D PC, 3D 스마트폰 등 3D 토털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번 IFA 전시회를 위해 필름편광패턴안경(FPR) 방식 3D 안경 10만개를 준비해 매장을 찾은 모든 관람객들이 3D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부문 부사장도 “FPR 방식의 3D TV판매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연말까지 3D TV 시장 중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이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TV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필립스, 샤프 등과 손잡고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 Software Development Kit)를 함께 제작하기로 했다. 3사 합의에 따라, 세 회사의 스마트TV에서 모두 구동되는 앱을 제작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가 올 연말에 나오게 된다. 각 회사의 독자 운영 시스템은 유지되지만, 표준기술을 중심으로 웹 개발환경을 서로 맞춰 스마트 TV 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부사장은 “전략적 제휴,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로 스마트 분야 역시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FA에서 기존 소니에 이어 도시바, 파나소닉, 미쓰비시 등의 일본 업체가 3D와 스마트 대열에 대거 합류했다. TCL, 창홍 등의 중국 업체들도 대거 프리미엄 제품에 접목해 이 추세를 따랐지만 설익은 제품들이 대부분이란 평가다. 일부 중국 업체들은 삼성의 스마트TV 로고를 유사하게 베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IFA에 참석한 유르겐 보이니 GfK 연구원은 “3D와 스마트가 TV업계의 대세가 됐다”며 “2013년이면 대부분의 업체들의 기술력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소비자들도 이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IFA에선 올 초 CES에서 선보였던 TV의 3D, 스마트라는 트렌드가 재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TV업체들은 IFA를 기점으로 발표하던 내년 시장 목표치를 제시하진 못해 TV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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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절전 스마트 가전 삼성전자는 생활 가전 전시장을 올해 처음으로 따로 마련해 모든 가전제품을 빌트인 방식으로 꾸몄다. 이 전시장의 주제 역시 스마트였다. 냉장고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정보를 얻는가 하면 식재료의 구매와 결제까지 가능하게 했다. 세탁기는 태양열을 이용해 70%의 에너지를 절감시켰다.

    LG전자는 가전 매장에는 세탁기 핵심 부품을 전시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LG전자는 친환경을 선호하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공기·물·땅속의 열을 퍼 올리는 기술인 히트펌프와 기존 건조와 열건조 방식을 합친 하이브리드 건조기도 내놨다.

    자국 브랜드로 전시장을 카페처럼 꾸민 독일 가전 밀레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회장은 에너지 절감에 방점을 두었다. “밀레도 스마트하게 에너지를 절감하는 IT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태양열과 물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가전제품이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소프트 파워의 부상과 주목 받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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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이번 전시회에 특히 ‘소프트 파워’를 강조하고 나섰다. 스티브 잡스의 경영 일선 퇴장,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등 경쟁 환경의 변화가 심하지만 삼성전자만의 소프트 전략을 알려 브랜드 전체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바다 2.0과 이를 기반으로 한 웨이브3 공개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서도 작동되는 다(多) 플랫폼 기반 무료 문자메시지서비스(SMS)인 챗온도 첫 선을 보였다. 10여 종의 스마트폰과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를 채택한 신형 태블릿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TV·휴대폰 등 주력 상품 외에도 전 세계에서 10만대를 돌파한 애플 맥북의 대항마 노트북 ‘센스9’, 디자인과 성능을 강화한 미러리스 카메라 ‘NX200’ 등을 내놓아 보수적인 유럽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IFA는 신제품 발표보다는 하반기 비즈니스와 관련된 만큼 다양한 상품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관람객을 사로잡아 줄을 서서 기다리게 만드는 신제품이 존재했다. 가장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제품은 도시바가 공개한 무안경 55인치 3D TV다. 시야각이 좁아 여럿이 함께 볼 수 없기 때문에 체험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20m가 넘게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특히 소비자 가격이 1200만원 이상이라는 점은 오히려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지만 실제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소니가 전시한 머리에 쓰는 3D 디스플레이 장치 ‘HMD’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TV 없이도 눈에 가까이 붙은 화면을 통해 대형 극장에서 보는 듯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착용감 등에 불편함이 있어 HMD가 TV시장을 잠식할 것인지는 의문스럽지만 또 하나의 상품군이 될 가능성도 엿보였다. 가격도 7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했다.

    이번 전시회에 처음 참가한 자동차 회사 포드는 자동차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였지만 내비게이션과 통화 기능을 구현하는 수준에 머물러 기술적 전시장은 뜸했다.

    새로운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기대했던 대만 스마트폰 전문 업체 HTC는 2종의 스마트폰을 선보인데 그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보쉬, 지멘스 등 일부 유럽의 가전 업체들은 LG와 삼성이 먼저 냉장고에 적용한 유리 투명수지를 활용한 외관 장식을 적용한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CEO들 경기 침체 해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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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침체의 우려로 IT가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드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전시장을 찾는 주요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의 입에서 그 해법을 들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일렉트로룩스, 도시바 등 글로벌 IT기업 CEO들은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하면서 IT업계가 가야 할 방향을 의욕적으로 제시했다. IT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바꾸고 있는 애플과 구글에 대한 견제론도 만만치 않았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00년 넘는 전자산업 역사상 볼 수 없었던 급진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전자산업이 모바일과 웹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변화”라고 진단했다

    이번 IFA에 참석한 CEO들의 발언에는 ‘스마트’와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기조연설을 맡은 오수미 마사키 도시바 수석부사장은 “미래 에너지 분야를 정복하는 회사가 IT시장의 리더가 될 것”이라며 “친환경 저전력 IT제품에 주력하면서 가전과 에너지의 새로운 공생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도시바는 심야의 저렴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 가전제품 전력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스마트 그리드 가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국 정부와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미래 방향에 적극 대응한다는 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이동인 /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movema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3호(201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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