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ndmark] 헤르조그&드 뫼롱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

    입력 : 2011.06.17 1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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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은 영국의 템즈강 남북의 강변에 위치한 역사적인 도시로서 영국의 정치·경제·문화 그리고 교통의 중심지다. 또 영국 연방의 사실상 중심도시이며 버킹엄 궁전, 대영 박물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등 역사적 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도시다.

    그러나 찬란한 역사의 도시 런던도 부족한 도시 기반시설, 늘어나는 인구, 그로 인한 부족한 건물 수요로 인해 더 이상 도시의 낙후된 건축물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도시의 재생 또는 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존 메이저 수상은 21세기 영국의 새로운 부활을 예고하는 범국가적인 차원의 이벤트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선언한다. 그로 인해 대규모 개발사업인 밀레니엄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1993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세계 표준시의 나라로서 밀레니엄을 맞이해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건설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새롭게 알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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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프로젝트의 중점 과제로는 템즈강변에 자리 잡은 거대한 바퀴로 런던을 조망할 수 있는 런던아이(London Eye), 런던 동쪽 그리니치 반도에 세워진 밀레니엄 돔(Millennium Dome), 낙후된 템즈강 남부의 지하철인 주빌리 라인의 건설, 지역간 균형 발전을 위해 강남·북을 보행교로 연결한 영국의 유명한 건축가인 노만포스터가 설계한 밀레니엄 브리지 (Millennium Bridge)와 기존의 화력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를 미술관으로 새롭게 재생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Tate Modern Gallery)의 건립 등이다. 밀레니엄 프로젝트 중에서도 특히 중점을 둔 사업은 장기간 버려졌던 템즈강 남쪽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한 문화·예술 사업인 바로 테이트 모던 갤러리의 건설이었다.
    Photo by Riggzy / Photo by Robert Young
    Photo by Riggzy / Photo by Robert Young
    이 미술관은 템즈강 지역의 관광객을 효과적으로 유치하고 일반 대중의 문화·예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1981년 문을 닫은 뱅크사이드(Bankside) 화력발전소를 새롭게 리모델링해 2000년 5월12일 개관했다. 이 화력 발전소는 런던 전역에 전력 공급을 위해 건축가 길버트 스코트(Giles Gilbert Scott)에 의해 설계돼 건립됐으나 공해 문제로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20년 이상 방치됐다. 템즈강변이라는 지리적 여건과 넓은 면적, 지하철과 근접하고 있는 이점으로 인해 미술관 건립의 적지로 판단돼 그 자리에 미술관을 짓기로 계획한다. 그래서 영국 정부와 테이트 재단은 이 지역의 재개발을 위해 처음에는 완전 철거 후 새로운 건축물을 건립할 계획으로 1994년 국제현상공모를 추진한다.

    전 세계의 유명 건축가들이 미술관 건립 현상공모에 참여했으며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버려진 발전소를 전부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스위스 출신의 젊은 건축가 헤르조그(Herzog)와 드 뫼롱(de Meuron)은 기존 건물의 외형을 유지한 채 내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리뉴얼안을 제안했다. 그들의 전략은 기존의 것을 철거하고 새로운 것을 축조하기보다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 새롭게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건물은 대부분의 외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 용도는 미술관의 기능에 맞게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것은 실용성과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영국 건축의 리뉴얼(renewal)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적용이라 여겨진다.

    당시 런던은 예술적인 영향력이나 지위에 비해 미술을 감상할 수 있고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설이나 장소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테이트 재단은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그로 인해 템즈강변에 지난 과거 역사의 흐름과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대규모 리뉴얼 미술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리뉴얼한 건물의 외관은 수직을 강조한 기존의 화력발전소에서 느껴지는 강한 남성적 이미지에 유리상자를 씌운 옥상과 굴뚝의 보석같은 이미지를 더해 경쾌함과 상승감으로 마무리했다.

    테이트 재단과 정부는 기존 건물의 외형과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그 내부에 미술관의 기능을 적절하게 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계획안을 높이 평가했다. 그로 인해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템즈강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예술과 문화 그리고 삶의 여유와 낭만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장소가 됐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템즈강 북쪽 세인트 폴 대성당과 2000년 새로 건립된 보행자 전용 다리인 밀레니엄 브리지로 연결되며 템즈강 남측에 위치한다. 건물구조는 철골구조이며 외부 마감은 외피 전체가 수백만 장의 벽돌로 마감되어 있다. 길이 200m의 이 대규모 공간은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무겁고 어두운 천장을 철거하고 유리로 새롭게 마감됐다. 벽돌, 높은 천장 그리고 철강 구조물들은 화력발전소의 기능을 상징하고 있다. 그곳은 외형을 그대로 남겼지만 내용은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아름다운 장소이며 도시의 쉼터로 변모했다. 건물 매스는 직육면체의 벽돌 건물로 되어 있다. 원래 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던 높이 99m의 중앙 굴뚝을 반투명 건축 소재를 사용해 야간 발광체로 만들어 밤이면 빛나는 보석처럼 만들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스위스 라이트(Swiss light)’라고 부르는 이 굴뚝은 미술관의 새로운 상징이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됐다.

    건물 규모는 8개 층으로, 전시와 휴게공간으로 구성되며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현대미술 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층별 구성을 보면 1층은 본관의 주출입구, 2층에는 강변 밀레니엄 브리지로 연결되는 출입구가 있고 카페와 세미나실, 강당, 전시실 등이 있다. 3층과 5층은 상설 전시공간, 4층에서는 기획 전시공간으로 이루어진다. 6층에는 멤버스룸이 있으며 7층에는 레스토랑 등이 있다.

    공사기간은 약 7년이 소요됐고 공사비는 1억3400만 파운드가 소요됐다. 테이트 모던은 역사, 풍경, 정물, 신체라는 새롭게 정의한 4가지 주제로 나누어 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앤디 워홀(Andy Warhol)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들의 작품전시와 더불어 영국의 젊고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현대 미술의 족적을 볼 수 있는 장소로서의 건축·예술을 느낄 수 있는 모던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에 대한 실험정신, 신념과 열정으로 완성하다
    Photo by Nikon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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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조그와 드 뫼롱은 유년시절부터 친구사이였다. 1950년 스위스 바젤에서 태어난 그들은 스위스 연방공과대학을 졸업한 후 1978년 함께 사무실을 창립했다. 지역적·교육적 배경이 같았던 두 사람은 같은 건축적 사상을 공유하게 됐다. 그리고 스위스라는 환경과 함께 자연에 대한 존중, 디테일에 대한 처리 등 그들만의 건축적 감각을 가질 수 있었으며 그것은 그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그들에게 영향을 준 예술가로는 잘 알려진 형태와 재료를 새로운 방식을 사용해 새롭게 되살아나게 하는 앤디 워홀, 개념 미술가인 요셉 보아스 등의 아티스트들이 있었다. 그들과 교류하며 예술적 감각을 키워 나갔다.

    또한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이들은 스위스 출신 건축가이면서 독일의 합리적인 성향을 지닌 대표적 건축가로 손꼽히고 있다.

    헤르조그와 드 뫼롱은 유행처럼 번졌던 건축물 트렌드와 3차원 프로그램에 의존한 자유곡선의 구현에 기대지 않는다. 건축 본연의 속성에 충실하게 꾸준히 자신들의 작업을 만들어 가고 있다. 건축가로서의 독특함 대신 직업적인 사고방식으로 실용주의 건축을 추구한다. 이들의 작업은 기존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데이트 모던 갤러리를 완성시켰고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의 건축 이념은 건축물이 위치할 지역에 대한 존중, 건물의 구조와 재료의 물성을 바탕으로 한 실험정신, 외피를 건축물의 근원으로써 가장 중요한 건축적 요소로 판단한 점, 디테일에 대한 세밀한 처리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이전에 작가로서 유명해진 계기는 건축물이 아닌 바젤(Basel) 기차역 부근에 세워진 신호기다. 동판에 액체를 넣어 만든 신호기로 물이 차고 빠지는 것으로 신호의 변화를 알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발상의 새로운 전환으로 신호기 고유의 기능과 더불어 미학적 가치를 지닌 예술성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이외에도 목재 패널의 절제된 외관과 이를 구현한 섬세한 디테일의 라우펜의 리콜라 창고, 뮌헨의 게츠 컬렉션, 재료의 형태적인 잠재성을 표현한 도미누스 와인 저장창고 등으로 그들의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1989년 캠브리지와 하버드대학교의 객원교수로 초빙됐던 그들은 2001년 공동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최고의 영예인 프리츠커상을 받기에 이른다.

    건축가 헤르조그와 드 뫼롱 건축의 특징은 매번 새로운 형식의 건축물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즉 건축물이 입지하는 장소와 주변여건에 따라 새로운 형식의 건축물을 계획한다.

    작가에 따라 볼 수 있는 공통적인 작품의 성향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건축자재의 선정에 있어서도 다양한 건축자재를 활용하며 그들의 근원인 스위스를 근간으로 하는 지적 바탕 위에 건축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신념 속에서 항상 새로운, 그리고 실험적인 건축물을 만들어 나갔다.

    ■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Olympic Stadium, Beijing)
    Photo by Francisco Diez
    Photo by Francisco Diez
    프란시스코 디에즈(Francisco Diez)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해 건축 분야의 최고의 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헤르조그&드 뫼롱과 에이럽스포츠(ArupSport), 차이나 아키텍처 디자인&리서치그룹 3사 연합체(collaboration)가 설계사로 선정됐다. 이 경기장은 대나무로 엮은 새 둥지형태나 바구니 모양으로 일명 버즈 네스트(Bird’s Nest)라고도 한다.

    계획 초기의 의도는 고대 도자기의 형태에서 차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즉흥적이고 집적적으로 다가오는 보다 쉬운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냈다. 이 장대한 건축물은 구조적 영역에 속해 있던 경기장을 새로운 미학적 측면으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건축물로 인해 헤르조그와 드 뫼롱은 건축계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구조적 형태 그대로를 건축물의 입면과 매스이면서도 일반 대중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장소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수용 인원은 10만명의 세계 최대 경기장 규모, 6000억원 이상의 공사금액을 투자했다. 천문학적인 강재가 소요된 구조 프레임의 미학적 요소는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주변 공원과 더불어 일반 대중이 쉽게 접근하고 또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다. 또한 길이 330m, 폭 220m의 개폐가 가능한 지붕 구조는 첨단 테크놀로지 기술의 집합체로서 내부 기류와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도쿄 아오야마 프라다 매장(Prada Aoyama,Tokyo)
    Photo by Scarletgreen
    Photo by Scarletgreen
    헤르조그와 드 뫼롱이 설계한 높이 32m의 보석처럼 빛나는 건축물. 번화가를 약간 벗어난 주택가에 접해 있지만 사람들의 주목성이 뛰어난 위치에 자리한다. 건물의 형태와 재질 또한 특별해 인지성을 더 높여 준다. 단순한 마름모꼴 형태의 유리패널과 블록유리, 1층 부분이 오목유리로 구성된 건축물로서 정제된 건축 미학이 돋보인다. 사선 격자형 구조 벽체와 오목·볼록유리로 구성된 이 건물은 내외부가 잘 엮여진 조화로운 공간과 외피를 구성하며 경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구조와 공간 그리고 형태를 일관된 계획 의도로 구성했다. 실내는 곡선들의 조합으로 유연하게 구성했다.

    그래서 이 건물은 유리로 구성된 구조체가 만드는 조각적인 시각 효과가 더욱 돋보인다. 마름모 격자 형상의 그리드는 건물 전체를 덮어 평탄면과 요철면의 조합으로 구성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심플한 외관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내부 공간은 각 층이 서로 연결된 형태로서 이용자들은 층간의 구별은 느끼지 못하며 연속된 공간을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이 건물은 결국 유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건축물의 외피이며, 구조이며 또 공간을 형성한다.

    실내에 있으면 흡사 우주선 내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건축물에서 보이는 건축가의 실험정신은 외피의 실험성, 내부 패션 매장의 다양한 요구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더욱 돋보인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유리 박스의 차원을 넘어 내외부가 교감하며 감수성이 넘치는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Allianz Arena, München)
    Photo by Geoff Wong
    Photo by Geoff Wong
    헤르조그와 드 뫼롱이 함께 설계한 특이하고 아름다운 경기장이다. 독일 뮌헨에 있는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위해 건축됐으며 뮌헨 북쪽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경기장은 독특한 모양으로 인해 준공 후에 ‘고무보트(Schlauchboot)’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라운드 가장자리 중앙부의 그라운드가 열리면서 선수들이 하나 둘씩 등장할 수 있게 연출했다. 설계 의도는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의 검투사들이 등장하는 모습에서 모티브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한다.

    전체 관람석 수는 6만9901석이며 경기장 안에 유치원과 레고월드(LEGO-Welt), 팬숍 등이 설치돼 있다. 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인 약 9800여 대의 대규모 주차가 가능한 주차 전용 건물이 있다. 또한 경기장 외관의 칼라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특별한 외관을 가진 경기장이다.

    흡사 타이어 형태의 외벽은 반투명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되어 파란색, 빨간색, 흰색의 불이 교차해 들어오게 돼 있다. 이는 이 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팀의 경기를 구별하기 위함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때는 파란색, TSV1860의 경기 때는 빨간색이 들어오고 두 팀이 맞붙을 때에는 두 가지 색깔이 나뉘어 켜진다.

    경기장의 지붕은 모든 좌석의 커버가 가능하며 비가 수직으로 내릴 시에도 좌석에 앉은 관중은 비를 맞지 않는다. 이 건축물은 단순한 경기장 차원을 넘어 독일 축구의 상징이자 월드컵 개최지로서의 자부심을 고양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강성찬 / 한미글로벌 건축그룹 ENG팀 부장 sckang@hanmiparsons.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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