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의 CEO풍수갤러리] ② 양기대 광명시장 편

    입력 : 2011.06.17 17:45:06

  • 고목 물레방아가 도는 실내 정원은 전통적인 풍수 소품의 하나. 물이 흐르는 곳에는 자갈 수반이나 돌담 등이 조화돼야 한다.
    고목 물레방아가 도는 실내 정원은 전통적인 풍수 소품의 하나. 물이 흐르는 곳에는 자갈 수반이나 돌담 등이 조화돼야 한다.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던 날 경기도 광명시청을 찾았다. 이번에는 광명시와 이웃한 가까운 곳에서 명리와 풍수 전문가로 이름난 인선준 선생을 대동했다. 이왕이면 좀 더 섬세한 풍수 자문을 구해볼 궁리로 협조를 요청했다. 가는 길은 KTX 광명역사 일대를 경유해 시청으로 향했다. 역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청사는 실박한 모습을 자랑스레 드러내기 시작했다. 광명시 철산동에 자리 잡은 시청은 본청을 중심으로 북쪽과 동쪽의 부속동 및 광명시민회관이 비슷한 외관으로 일체감이 있다. 민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논쟁거리가 된 호화 청사의 백태와는 질과 격이 다른 인상이다. 1984년 준공된 이 건물은 김수근과 우시용이라는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월한 건축가로 정평이 자자했던 김수근이 1986년 고인이 됐다는 점을 참고하면 광명시청은 거의 마지막 시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빈틈없이 꽉 찬 주차장이 버거운 듯해도 어쨌거나 시민들과 동떨어진 곳에 자리 잡아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는 믿음을 준다. 정면에서 바라본 남향의 시청사는 3층 높이에 각 층을 강조하는 수평 띠가 건축물의 수평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상층부로 갈수록 돌출 처리된 수평 띠와 한 가운데 위치한 현관은 강한 대칭성을 만들어 담담한 권위를 실었다. 한마디로 낮고 널찍한 토형(土形)의 건물인데, 토(土)는 포용·과묵·인내·양보·저축 등의 의미를 담으며 반듯한 고층빌딩의 목형(木形)과 같이 쭉쭉 뻗어나가는 기상은 아니지만 안정감에서는 제일로 친다.

    현대에는 이른바 ‘위압(威壓)풍수’라는 게 유행이다. 되도록 초고층의 건물을 올려 일대의 기를 모두 흡수해 독보(獨步)하려는 특징이 생겼다. 싱가포르에도 중국은행이 입성하면서 이 지역의 경제를 흡수하자는 발상에 여지없이 예리한 칼 모양의 고층 건물을 올렸다. 이에 맞대응한 빌딩이 말레이시아 최대 은행인 메이뱅크다.

    더 높은 빌딩을 올린 게 아니라 오히려 평평하게 몸을 낮춘 도마의 형상으로 건물을 지었다. 풍수의 호사가들은 메이은행이 중국은행의 기세에 맞서 칼로 아무리 두들겨도 꿈쩍도 않을 도마로 맞대응하겠다는 호기를 품은 국면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실은 상층부가 뾰족한 고층의 화형(火形) 빌딩이 발산하는 불(火)의 온기를 흡수해 내실을 기하는 토(土)의 형상으로 건물을 지은 것이다.

    토형의 건물은 대지가 넓고 건물은 크되 층수가 많지 않아 중후하게 보이는 건축물로 주변의 화형(火形) 고층 건물에 피해를 입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경이 트인 메이은행과 달리 도심지의 개발로 앞뒤 좌우 주변에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 앞의 전경을 막는 수가 빈번하다. 이렇게 되면 이전의 건물들은 보통 그 위세에 눌리게 된다. 간혹 풍수가 좋게 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불리한 상황이 연출된다. 주변에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 이전의 건물들 입장에서 볼 때 이전에 없던 풍수적인 결함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비록 전망이 가리지 않아도 새롭게 들어선 초고층 빌딩의 고압적인 위용에 주도권을 뺏기기 쉽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새로운 명물이 등장하면 자연스레 이전의 ‘랜드마크’ 지위는 사라진다. 자신이 거주하거나 속한 건물의 앞에 새로 지어진 건물이 더 고층이면 노기주(奴欺主)의 형상이 돼 ‘손님이 주인을 이기는’ 형국이 된다.

    마치 좁은 계곡 사이에 지어진 집과 같아 음기(陰氣)와 살기(殺氣)가 엄청난 힘으로 짓누르는 셈이 되어 뜻을 펴기 어렵고 사업도 번창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건물의 현관 앞으로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한마디로 숨이 막히는 상황이 되어 더 이상 나쁠 수가 없는 것이다.

    풍수에서 물은 곧 ‘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일단의 풍수가들은 뉴욕의 UN본부도 인근의 고층 빌딩 ‘시티콥 센터의 기에 눌려 고통을 받는 형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빌딩은 시티뱅크의 모회사인 시티콥 본사 건물로 1977년에 완공된 초고층 빌딩. 반짝이는 알루미늄과 유리로 싸여 있어서 햇빛이 비치면 눈부시게 빛나는 것과 빌딩의 정상 부분이 평평하지 않고 45도 각도로 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 외관이 두드러져 찾기도 쉽다. 시티콥의 기에 눌려서인지 UN은 국제적 조직의 중요 이슈를 처리하는데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이 늘었다.

    아무튼 이후에 트럼프 월드 타워까지 가세하면서 UN본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시티콥 센터와 UN본부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타워로 인해 곤란을 겪는 인근의 빌딩들도 생겨났다. 1983년 건설된 40층 빌딩으로 미국 최대의 전화회사인 AT&T의 빌딩이 대표적인 예. 근처 트럼프 타워의 한 귀퉁이가 마치 자사의 사옥 건물을 내리꽂듯이 뻗어 있어 이를 풍수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개선시켰다는 얘기다. 지붕이 변형돼 삼각형의 뾰족한 정상이 빠져 버려서 둥근 모양이 되었다. 또한 입구의 큰 아치도 인상적이며 로비에는 AT&T 심벌인 ‘골든 보이’가 있다. 모서리의 각으로 인해 형성되는 살기는 화의 성질을 띠므로 이러한 불의 기운은 물로 제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화의 형상은 삼각형인데, 원형의 수 모양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인근 초고층 빌딩들의 풍수 공격에 맞대응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공격적인 풍수 방책을 가리켜 ‘진압(鎭壓)풍수’라 한다.

    청사의 현관을 들어서면 꽤 너른 로비 공간이 엉성한 듯 소박한 인상을 준다. 정면에 실내화단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울린 맛과 세련됨은 없지만 최소한의 구색은 갖춘 듯 물레방아도 돌고 몇 종의 식물이 나란히 심겨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천장의 채광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담은 식물들의 생육 상태가 양호하다는 데 있다. 화단 오른쪽으로 대나무가 몇 그루 비스듬히 서있다. 그런데 이게 좀 빈약하다. 예상대로 동행한 인선준 선생의 여과 없는 지적이 시작됐다. 물레방아가 도는 주위의 돌 수반(水盤)이 빈약하므로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풍수에서 물은 곧 ‘돈’을 말한다. 까닭에 실내에 물이 흐르는 곳에는 자갈 수반이나 돌담 등으로 금생수(金生水) 해야 재원(財源)이 마르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덧붙여 대나무를 더 가지런하게 풍성히 심으라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풍수는 대나무를 상서롭게 여긴다. 정원수로도 각광받는 대나무는 더 나은 삶을 기약하는 식물로 균형감과 안전된 강한 운기를 부른다. 옥의 빛깔과 같은 초록색은 행운과 자산을 상징한다. 홍콩의 영국계 HSBC 본사는 대나무를 성장하는 진취적인 형상으로 표현했다. 대나무는 그림 자체만으로도 행운이 깃든다는 속신이 있다. 이 그림은 ‘서남, 서쪽, 서북, 동북’을 제외한 여타의 방위에 걸어두면 심장과 신장 기능이 좋아지고 재운을 증가시킨다. 또 화교권의 풍수가들은 대나무피리를 강력한 교정 도구로 강조한다. 이것은 피리 자체가 보호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인데, 그 소리가 갖는 힘이 날카로우면서도 길게 전달되기 때문에 종종 칼에 비유된다. 때문에 가정, 음식점 혹은 가게 안에 대나무피리를 걸어두면 사악한 기운을 추방하고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는다.

    화단 우측으로 난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2층의 시장 집무실을 찾을 수 있다. 현관이나 집무실로 들어가는 과정이 간소해 소탈한 기운이 감돈다. 아니나 다를까 광명시의 수장 양기대 시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것 같은 수수하고 털털한 외모의 호감이 가는 인사다. 하지만 눈빛은 예사롭지 않게 빛난다. 사물을 보는 안목과 판단이 정확하고 날카로운 안광을 품고 있다. 든든한 하관은 만년의 풍요와 결실을 기약하듯 힘이 있어 보인다. 필자와는 이미 지면을 익힌 탓으로 비교적 편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일말의 긴장감과 비장감도 언뜻 묻어났다. 이 사람은 임인(壬寅)생이다. 그리고 신해(辛亥)월, 경술(庚戌)일에 태어났다. 생시가 경진(庚辰)이다. 팔자에 경신의 금기(金氣)가 쨍쨍하게 드러난다. 따뜻하고 겸양하게 처신해도 쌀쌀하고 매서운 숙살지기(肅殺之氣)를 다 가릴 순 없는 법이다. 경술과 경진의 양 괴강(魁罡)은 심성이 강맹해 한번 결정하면 기어이 해내는 기질을 암시한다. 술(戌) 중에는 정화(丁火)가 신금(辛金)을 단련하는 상이 개입됐다. 이것은 왕성한 활동력과 또 바쁠수록 정신이 맑아지는 천문(天門)의 영감을 설명하는 부호로 작용한다.

    올해부터 10년간 병진운
    양기대 광명시장. 지고능변(志高能辯). 겸양한 가운데 기백이 넘치는 인사다.
    양기대 광명시장. 지고능변(志高能辯). 겸양한 가운데 기백이 넘치는 인사다.
    한편 술(戌)이라는 글자의 물형은 ‘매장된 금광’으로 곧잘 비유되는데 생시의 진(辰)이 이 글자를 충격하는 모습이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향후 10년 간 병진운(丙辰運)이 든다. 그렇다면 이 기간 중에 ‘진술충(辰戌沖)으로 땅을 파고 병화(丙火)의 기운이 땅 속으로 깃드는 물상’을 짓는다. 공교롭게도 대화의 첫 화제가 최근 뉴스거리가 된 ‘광명동굴월드’다. 광명시가 폐광산을 사들여 동굴관광으로 볕들게 하는 개발이 이뤄진다는 것인데 이 일의 주된 역할을 양 시장이 맡게 된 것이다. 사업 전망이 밝다고 한다. 접근성이 좋아 테마파크로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팔자의 물상에 딱 부합되므로 명리학자의 입장에 서면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내심 고무적인 격려를 한껏 보태고 싶을 정도다. 왜냐? 명리에는 세칭 액땜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같은 동굴 개발은 만년에 제대로 된 큰 액땜으로서의 효용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액땜을 정교하게 표현하면 ‘물상대체’가 된다. 이 말은 방편과는 약간 차이가 나는 개념인데 스스로 의도하거나 선택해 닥쳐올 액을 피해가는 의미가 아니다. 이를테면 팔자에 ‘진술충’이 있는 사람은 대개 건축이나 개발 분야 등과 연계된 다양한 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라망(羅網)이라 해서 수사 계통에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팔자의 글자 자체가 내포하는 물상에 속하는 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산사태나 지진 등의 자연 재해를 겪거나 감금, 구속되는 등의 재액(災厄)과 유관 병질(病疾) 일체를 피해가기 쉽다는 얘기가 된다. 집무실의 책상 오른편에는 광명역을 통과하는 KTX 열차의 위용을 앞세운 그림 패널이 걸려 있다. 양 시장과 광명시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가 ‘통일한국의 심장’이다. 그러니까 인구 35만 명의 비교적 작은 도시에 불과한 광명시지만 물리적 규모 이상의 의미가 충분한 요소(要所)란 얘기다. 대뜸 자신의 장래 희망은 통일 한국의 평양 초대 시장이란다. 시장 개인의 꿈이 담긴 구호이기도 한 것일까. 지고능변(志高能辯). 겸양한 가운데 기백도 넘치는 대목이다.

    청사 내 미술품, 어둡고 칙칙
    광명시청사.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위치한 토형의 건물은 사방으로 전망이 트여 명당을 확보했다.
    광명시청사. 나지막한 언덕배기에 위치한 토형의 건물은 사방으로 전망이 트여 명당을 확보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양 시장은 매우 화려한 기자 경력이 바탕 된 사람이다. 팔자에 식신(食神), 임수(壬水)가 계절을 얻어 왕성한 기를 띠므로 자신의 관점이 옳다고 여기는 독선적 경향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권형(權衡), 지금은 어느 한쪽으로 지우치지 않는 처세를 다지고 있을 법하다. 아마도 학창 시절부터 기자 시절까지의 우월한 스펙으로만 곧장 이어졌다면 모를 일일까, 굴곡진 과정도 꽤 무겁게 거친 편이라 겸손이 더 깊이 배인 느낌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광명시장에 당선됐지만 그전에 두 번의 국회의원 도전에 실패했다. 답답해서 활기가 막히는 시절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이 스쳐갔다. 흥미롭게도 사주에 처(妻)와 재물을 뜻하는 재성(財星), 목기(木氣)가 장생(長生)의 기운을 얻은지라 배우자와의 인연은 가연(佳緣)임에 틀림없다. 다만 해당 글자가 아쉽게도 공망(空亡)에 떨어졌다. 형편이 이러하면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 부족해진다. 또 재물이 좀체 수중으로 들어와 안정되게 축적되는 법이 드물다. 전화위복, 덕분에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목민관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내년 임진년(壬辰年), 한층 운신의 폭을 넓힐 운기다. 집무실 입구 벽면에는 조그만 실내 물레방아가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물의 양이 너무 적고 배치가 잘못돼 마음에 걸렸다. 풍수 교정에서 물을 쓸 때는 반드시 물의 흐름이 실내를 향하도록 처방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여기 물은 출입구를 향해 흐른다. 이런 배치는 차리리 소품이 없느니만 못하다. 치우던가 보정할 필요가 있다. 실내분수와 물레방아 같은 풍수 소품에서 물 흐름은 집안으로 향하게 배치해야지 현관 쪽으로 물이 흐르게 하면 돈복이 나가는 뜻이 된다. 바닥의 나뭇결이나 대리적 무늬도 현관에서 거실 쪽으로 흐르는 느낌이 드는 게 좋다. 이것은 물의 흐름이 실내로 향하도록 배치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상과 달리 청사 내부에는 딱히 작품이라 할 만한 미술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장실도 마찬가지. 군데군데 서예 작품이 몇 점 있긴 한데 평범했다. 풍수적으로는 부여할 의미가 별반 없는 재료들이다. 또 몇 점의 브론즈 조각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한마디로 빈약했다. 놓인 자리도 잘못됐다. 바위나 조각물처럼 중량감이 느껴지는 물체가 적절히 사용되면 불안정하고 동요되는 상황의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것은 주로 실외의 택지가 불균형하거나 비어 있는 곳에 무게나 부피감을 더해 안정감과 고요함을 주는 행위다. 실내에서도 적용 방법이 마찬가지다. 중국인들은 특히 금속성의 재질로 만들어진 사발이나 주괴(鑄塊), 금고 등을 이용해서 내부의 구석 자리를 보강하기도 한다. 보통 집의 구석이나 금고 옆, 혹은 동남방의 영역에 두어 재운을 보다 강화하는 요법으로 즐겨 사용한다. 지명이 광명(光明)이면 밝고 화사한 느낌이 절로 드는데 청사의 미술품들은 대체로 어둡고 칙칙해서 대비됐다.

    의외의 장소에서 눈길이 가는 그림 한 점을 발견했다. 2층 직원화장실 입구에서다. 주홍빛의 탐스러운 홍련(紅蓮)으로 가득 찬 꽃 수채화가 산뜻했다. 고가의 예술품만 높은 풍수 점수를 받는 법은 없다. 때로는 프린트물도 얼마든지 훌륭한 풍수 교정의 일환으로 활용된다. 광명시 인근의 시흥 관곡지에 가면 꽃잎들이 계란형으로 제법 둥그스름 퍼져서 풍성한 홍련을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 키 큰 홍련들의 색상이 분홍인데 비해 이곳의 홍련들은 주홍에 가까운 빛을 띤다. 풍수에서 재정적으로 튼튼한 환경을 구축하는 비결은 생각보다 간단한 처방으로 가능하다. 요체는 밝고 깨끗한 이상적인 출입문으로 생기를 모으고 유입된 기가 오래토록 머물게 하는 데 있다. 가정에서 특히 재물의 기운이 빠져 나가기 쉬운 장소는 욕실이다. 욕실의 문은 반드시 닫아두어야 한다. 그래서 세면대나 욕조, 화장실의 배수구는 반드시 덮개로 막아둬야 한다. 물은 흐름이 좋아야 한다. 배수가 잘 안 돼 물이 고이거나 하면 재물을 모을 운수가 막힌다. 이곳의 화장실은 청결했고 물 빼기는 원활해서 습기가 없다. 이렇게 사소한 단서만으로도 풍수가들은 시(市) 재정의 건전성으로 연결시킨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이건 제대로 풍수 처방이 됐다. 풍수교정(fengshui cure)에 유용한 소품으로 종종 거론되는 게 양초다. 이것은 불에 속하는 소품인데 습기를 제거한다는 의미로 가정에서는 욕실에 두는 게 정석이다. 화의 소품으로 그림은 붉은색 계통을 들 수 있다.

    관엽식물과 꽃을 활용하는 풍수 교정은 거울과 더불어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무궁무진하게 활용된다. 공간의 모서리나 돌출된 귀퉁이에 놓아 구조상의 결함을 해소하기도 하고 전자파를 방출하는 전자제품 부근에 두어 나쁜 기운을 순화시킨다. 또 재물의 영역이 되는 손방(巽方)에 놓아 재운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한다. 손방은 공간의 중심점에서 팔방(八方)으로 구분해 동남쪽의 영역. 이곳에 싱싱한 식물이나 조명을 밝혀 강조하면 매출 증대나 자금 유입을 통한 전반적인 경영상태 개선을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나무와 꽃은 자연과 생명, 성장을 상징한다. 난 화분도 실내의 기운을 변화시키고 상승시키는 교정 수단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특히 꽃이 피면 집안에 경사가 난다고 믿는 민간의 신앙 관습까지 더해져 인기가 있다.

    욕실 문은 받드시 닫아야
    화분이나 도자기는 높은 곳에 올려두면 주객이 전도돼 균형감과 안정감이 상실된다.<br>시장 관용차량번호. ‘11라1X11’로 행운의 숫자 ‘1’이 무려 다섯 개가 겹쳐있다. 범·말·개띠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1과 6’이 좋은 운수를 부른다.
    화분이나 도자기는 높은 곳에 올려두면 주객이 전도돼 균형감과 안정감이 상실된다.<br>시장 관용차량번호. ‘11라1X11’로 행운의 숫자 ‘1’이 무려 다섯 개가 겹쳐있다. 범·말·개띠에 태어난 사람들에겐 ‘1과 6’이 좋은 운수를 부른다.
    청사 내부의 몇 군데 시설을 둘러보고 어느 행정 부서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약간 뜻밖의 상황을 보게 됐다. 수많은 난 화분이 필자의 시선 위로 일렬횡대 늘어섰다. 책상을 둘러싼 철제캐비닛 위에 화분을 촘촘히 올려둔 것이다. 공간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까? 아무튼 화분을 내리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볼 일이다. 다행히 난초는 시들지 않고 생육 상태가 좋아 보였다. 내부의 온도가 적당하고 기운이 좋다는 반증이다. 풍수 인테리어에 장식이나 소품이 사람을 압도해선 안 되는 원칙이 있다. 실내에 화분을 들여놓는 일은 적극 장려할 만한 일이지만 식물의 키가 어른 가슴 높이보다 더 크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손님이 주인 행세를 하는 셈으로 사람이 식물의 기를 취하는 게 아니라 뺏기는 경우가 있다. 너무 크거나 지나치게 많은 화분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 천장에 닿을 정도로 너무 크고 말라 죽는 잎이 생기면 가정이 구설에 오를 수 있다. 거주인을 압도하는 기분이 드는 장식이나 무늬, 큰 사물은 피해야 한다. 수조나 어항의 배치도 마찬가지. 보통 어른의 심장 높이 정도가 적합하다.
    불(火)에 속하는 붉은색의 따뜻한 그림은 차가운 물(水)이 많은 장소와 잘 조화돼 재물과 건강을 지키는 작용을 한다. 동행한 풍수전문가 인선준 선생이 홍련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불(火)에 속하는 붉은색의 따뜻한 그림은 차가운 물(水)이 많은 장소와 잘 조화돼 재물과 건강을 지키는 작용을 한다. 동행한 풍수전문가 인선준 선생이 홍련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론해서 광명시청의 풍수는 좋은 편. 무엇보다 먼저 명당이 확 트였기 때문이다. 명당은 풍수에서 ‘좋은 묏자리나 집터’를 의미하기도 하고 ‘건물 앞의 공간’을 뜻하기도 한다. 건물 앞에 있는 모든 경관은 양택(陽宅)과 관계된다. 명당이 트이고 주위에 건물을 위협하는 구조물이 없다면 한 마디로 좋은 명당이라 할 수 있다. 건물 앞의 환경이 좋은 명당이라면 거주인이 원대한 계획을 펼치고 마음이 트이도록 돕는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갖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물을 향해 직충(直沖)하는 도로가 있으면 이를 노충(路沖)이라 해서 불리한 형세가 된다. 이외에도 도로나 골목이 건물을 비스듬하게 부딪치거나 건물의 뒷면에서 건물을 향해 부딪쳐도 사충(斜沖)이라 해서 십중팔구 불리한 것으로 본다. 건물 앞에 고가도로가 있으면 명당이 가로막히는 격으로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다. 특히 고가도로에서 모퉁이로 돌아가는 곳은 도봉살(刀鋒煞)이라 해서 불의의 재앙을 예고하는 요인이 된다. 대문 앞에 지하도나 철로가 있으면 기맥(氣脈)이 막히고 자기장이 문란해져 건강과 생육, 작업이 모두 불안정해기기 쉽다. 재운도 가로막힌다. 건물 앞에 지하 주차장의 출입구가 보이면 마치 호랑이 입을 마주 대하는 것과 같아서 자신이 해를 입는다. 차량이 주차장의 출입구 쪽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기에 기류가 혼란스러운데 특히 저층의 거주인이 위협과 충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고층 빌딩을 마주하면 거주하는 건물에 속한 직장의 위계가 서지 않고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반항하는 일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거주하는 곳의 골목이 갱도처럼 좁고 좌우로 건물이 들어선 경우에는 명당이 좁아 발전에 한계가 있다. 또한 사적인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다. 다리 어귀의 양끝은 지맥(地脈)이 시종 만나는 곳으로 교통이 혼잡하고 배기가스가 많아 기가 소통되지 않는 불리한 장소. 다리 어귀의 양 끝에 위치한 건물도 역시 좋지 않다. 담장의 모퉁이가 현관을 향하는 구조는 벽도살(壁刀煞)에 노출돼 명당의 절반의 가려진 격이니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기 쉽고 재운이 쇠락한다. 변전소나 고압철탑이 있으면 강력한 전자파에 의한 악영향이 미치므로 건물은 적어도 이런 곳에서 1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주유소나 화학공장이 명당의 가까운 곳에 위치해도 좋을 리 만무다. 광명시청은 건물 앞의 땅이 뒤의 땅보다 낮은 지세라 더 좋았다. 이런 입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발복한다. 반대로 현관 앞의 땅이 뒤의 땅보다 높으면 점차 운기가 쇠잔해진다. 청사의 내부와 외부의 기운이 안정되고 활성이 있다. 그윽하고 평온한 생기가 감도는 명품은 분명한데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지 못했다. 약간의 포인트만 주면 매력적인 풍수 변신이 가능할 터지만 글쎄다. 양 시장과의 회견을 마치고 문을 나서며 예사롭지 않은 번호가 시야에 포착됐다. “시장님, 차량 번호 하나는 일품인데요.” 덕담으로 종결된 기분 좋은 하루가 됐다. [이수 / 명리학자 predictor@korea.com│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호(2011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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