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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디자이너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학
입력 : 2011.05.27 15: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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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남자기의 이상봉 컬렉션
예컨대 아디다스는 기능성만 강조하는 스포츠용품 업체에서 벗어나 패션 브랜드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스포티한 패션 디자인의 선두주자인 영국의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디자이너 브랜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녀가 디자인한 ‘아디다스 by 스텔라 매카트니’ 스포츠 웨어는 ‘운동하러 갈 때 입을 옷이 없어 고민하는 여성을 위한 의류’를 콘셉트로 삼았는데 출시 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이탈리아 패션 디자이너 로베르트 까발리, 한글 디자인으로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명품 패션업체 프라다 등과 협력해 지속적으로 디자이너 휴대폰을 출시해 인기를 얻었다. 삼성전자도 패션 디자이너 안나 수이, 배시 존슨 등과 협력해 디자이너 휴대폰을 선보인 바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협력해 ‘갤럭시S 아르마니 에디션’을 해외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디자이너’를 넘어 ‘예술가’와 손을 잡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김기창 화백의 작품을 접목한 인테리어 브랜드 지인(Z:IN)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행남자기는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을 활용한 식기세트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디자이너 명성을 활용한 브랜드의 고급화 모색아릭 레비의 디자인 작품들.
둘째, 제품의 가격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유용하다.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그의 이름을 브랜드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에게 평균 이상의 가격을 요구할 수 있는 일종의 명분이 생긴 셈이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의 필립스탁 마우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필립스탁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반 마우스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가격에 팔린다.
셋째, 품질에 대한 확신을 강화시킬 수 있다. 유명 디자이너와 제휴는 디자인에 호감을 갖게 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성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는 품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조사업체인 AC닐슨이 전 세계 42개국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디자이너 브랜드 인식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디자이너 브랜드는 일반 브랜드보다 고품질’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디자이너들도 기업과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급 패션 의류 등을 위주로 한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의 수익성 하락으로 새로운 수익원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반 기업과 제휴를 통한 디자이너 브랜드 계약은 매력적인 신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명 디자이너를 활용한다는 것은 단기적 효과 창출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비싼 로열티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기업들이 내부 디자이너 육성에 주력하기보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제휴라는 비교적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기업과 디자이너의 철학을 일치시켜라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공은 자사 제품의 명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이너 활용에 달려 있다. 그러나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디자이너의 이름을 브랜드화 했다는 사실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디자이너의 디자인 철학이 일치해야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유명 디자이너나 예술가만 선호하다 보면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기업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와 디자이너의 고집불통 같은 자기 색깔 유지는 서로의 만남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에서 당장 수익을 내야 한다고 무분별하게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량으로 출시하는 것은 디자이너와 마찰이 생기는 원인이다. 기업과 디자이너의 의견 대립은 단기적 성과 저하는 물론 브랜드 가치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협업의 폭과 깊이를 넓혀라 기업과 디자이너의 협력은 디자인 개발만을 위한 한정적 제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이 이미 만들어 놓은 상품 콘셉트에 디자이너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수준’으로 디자인에 소극적으로 관여한다면 디자이너 브랜드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상품 가치의 완벽한 구현을 위해서는 제품 기획, 개발, 생산, 마케팅 등 폭넓은 차원에서의 협력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디자인 제휴 수준은 아직까지 한정적 제휴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디자인 진흥원이 발표한 ‘디자인 활용 기업 패널 조사(국내 1000개 기업 대상)’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60%가 디자인 아웃소싱 방식으로 단순 용역(디자인 업무 일부만 제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한편 기업과 디자이너의 협력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미국산업디자인협회(ISDA)장인 짐 레스코는 ‘기업이 마케팅 목적으로 유명 디자이너를 썼다가 중간에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문제가 있어 결국은 돈만 쓰고 결실을 못 맺는 회사도 적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의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앞서 살펴본 디자인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해외 디자인 아웃소싱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디자인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값비싼 아웃소싱 비용 등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은 비단 언어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디자인 제휴에 대한 전략적 목적을 서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기업은 일관성 있는 브랜드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수익 배분, 마케팅 활동 등과 관련된 계약 관계를 명확히 해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의 후광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라칼 라거펠트 / 스텔라 매카트니가 디자인한 의류들
최근 중고가 영역에서도 대중적 명품인 매스티지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늘면서 명품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매스티지가 실속형 명품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명품과 대중 제품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어떻게 보면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어정쩡한 가격 포지셔닝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한다. 매스티지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디자이너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다. 자사 제품만의 고유 가치로서 유명 디자이너가 주는 독특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패스트패션인 H&M이 명품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와 제휴해 선보인 ‘라거펠트 컬렉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티셔츠 등 라거펠트 컬렉션은 유럽 전역 H&M 매장에서 개시 첫날 25분 만에 2주간 예상 판매량이 동이 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H&M은 라거펠트와 제휴로 기존의 특색 없는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브랜드 프리미엄을 얻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기업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를 출시한 후 명품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고객 기반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디자이너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광고, 프로모션 등 마케팅의 모든 영역에서 디자이너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벤츠는 명품 디자이너인 아르마니가 실내 인테리어와 외관을 디자인한 ‘아르마니 CLK’ 한정판 100대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고 명품의 만남이라는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벤츠는 아르마니 CLK의 홍보를 위해 신차를 아르마니 패션쇼 등에 등장시키고 백화점 아르마니 매장 옆에 전시하는 등 아르마니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협업의 성과를 모니터링하라삼성 아르마니TV / LG 맨디니 바닥재
최근 소비자의 디자인 요구가 강해지고 기업 내부 디자인과 상품화 능력이 한계를 노출하고 있어 향후 외부 유명 디자이너를 활용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더욱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유명 디자이너를 활용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단기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반면 비싼 로열티로 인해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내부의 우수 디자이너 육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정현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jhpark@lgeri.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호(2011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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